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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37) 오픈서베이] 모바일 리서치 시장 열다 

 

최영진 기자
설문조사부터 분석까지 3시간 안에 마쳐...다양한 영역 전문가 패널로 참여

▎서울 역삼동에 있는 오픈서베이 사무실에서 만난 황희영 대표가 모바일 리서치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정치·외교·경제·교육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지식, 관심, 평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 여론조사의 사전적 의미다. 여론조사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쉽게 접하고 있다. 선거 전후로 나오는 정당 지지율, 정치인 지지율 등의 정치 여론조사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미리 실시하는 여론조사, 흔히 말하는 리서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생의 경우 시간당 몇 만원을 받고 기업이 실시한 리서치 조사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의 경우 유선 전화나 무선 전화 그리고 서류로 된 설문지, e메일이 주류였다.

문제는 조사부터 분석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조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필요하고 전화나 컴퓨터가 필요했다. 만일 설문지를 가지고 소비자로부터 직접 답변을 받으려면 현장으로 나가거나, 소비자를 특정한 장소에 모아야만 한다. 조사 항목수나 조사 방법, 그리고 조사원과 소비자의 규모에 따라 며칠부터 1~2개월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여론조사가 끝났다고 해도 더 큰 숙제는 오프라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 툴에 입력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에는 모두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개인이 논문을 내기 위해, 혹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여론조사를 하고 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20~50대 패널 17만 명 확보

오픈서베이는 이런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스마트폰 여론조사인 모바일 리서치로 바꾼 것이다. 오픈서베이가 내세운 장점이고, 인기를 얻는 요인이다. 2011년 2월 설립된 오픈서베이는 여론조사시장에 ‘모바일 리서치’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소비자의 데이터를 오프라인보다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 분석 툴을 갖추면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분석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모바일 리서치가 제대로 자리 잡으면 오프라인 여론조사의 문제로 꼽혔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픈 서베이가 추구한 모바일 리서치의 장점을 소비자와 기업도 인정하고 있다. 오픈서베이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은 1200여 곳이나 된다. 20~50대까지 모바일 리서치에 참여하는 소비자 패널은 17만 명이나 된다. 황희영(42) 오픈서베이 대표는 “SK텔레콤·CJ제일제당·삼성전자·유한킴벌리 등 많은 대기업이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오픈서베이를 이용한다”면서 “창업 이후 8000여 건의 모바일 리서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오픈서베이는 모바일 리서치 시장을 연 스타트업이다. 모바일 리서치 시장의 80%를 선점하면서 ‘모바일 리서치=오픈서베이’라는 공식이 굳어졌다. 17만 명의 패널에는 교수와 연구원, 창업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데이터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황 대표는 “오픈서베이에 참여하는 소비자는 설문 종류와 설문 문항 등에 따라 100원에서 3000원까지 소비자는 오베이 머니를 받는다”면서 “요즘 가장 인기가 좋은 리서치는 영화 시사회인데, 온라인 설문이 영화 시사회나 음식점 평가 등의 오프라인 조사까지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오픈서베이는 ‘트렌드 리포트’로도 유명하다. 2014년부터 오픈서베이 발행하는 소비자 리포트로 매월 2번씩 나온다. 요즘 소비자들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 즉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리포트다. 황 대표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일상을 분석하기 위해 편의점 데이터를 이용한다”면서 “트렌드 리포트에 대한 기업 반응이 무척 좋다”며 웃었다.

스타트업인 오픈서베이와 대기업은 인력과 자본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마케팅 조사를 실시할 수 있을 텐데, 왜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까. “데이터의 양과 질에서 오픈서베이가 더 나을 것”이라고 황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소비재 회사라고 하면 매출 데이터만 가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이 몇 개나 팔렸는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이 필요한 데이터는 소비자가 어떻게 햇반을 샀고, 왜 샀는지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기업은 이런 데이터를 모으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또 “평균적으로 기업이 의뢰한 리서치 결과물은 평균 4일이면 얻게 된다”면서 “시장에 기술을 도입해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오픈서베이를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개인도 저렴한 가격에 모바일 리서치를 이용할 수 있는 DIY 서베이 툴도 마련했다. 학생들은 학술논문이나 리포트 등에 필요한 데이터 자료를 오픈서베이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컨설턴트로 일하다 오픈서베이 경영 맡아

오픈서베이를 맡고 있는 황 대표는 오픈서베이의 창업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다. 황 대표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화학공학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박사 과정 대신 모니터 컨설팅 그룹에 입사하면서 컨설턴트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모니터 컨설팅 그룹은 상당히 규모가 큰 컨설팅 기업이었고, 딜로이트가 인수했다”면서 “컨설팅 기업은 다양한 전공과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모여 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피자헛을 거쳐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마케팅 컨설팅을 맡았다. 황 대표는 “맥킨지에서 일한 지 7~8년차 정도 되니까 내가 배웠던 것을 실제로 해보고 싶었다”고 2015년 오픈서베이에 합류한 이유를 말했다. 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6년 1월 오픈서베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황 대표는 대표 선임 이후 짧은 시간에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해 7월에는 ‘사진응답 설문’, 9월에는 ‘오픈서베이 키워드’라는 소비자 의견 자동 분석 툴을 공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매장방문 기록 기반 서비스인 ‘오픈서베이 플레이스’를 내놓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선보였다. 그는 “모바일 리서치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시장에 줘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461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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