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시각은 적절하지 않아… 소유에 대한 철저한 과세는 필요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가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으로 ‘뉴스테이’를 공급하면서 내세운 캠페인이 ‘주택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였다. 현 정부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주택은 사는 곳(거주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주택(住宅)을 뜻하는 한자어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폭풍한설 등의 자연현상과 맹수의 위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장소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듯이 정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어 표현의 하우스(HOUSE) 역시 사람이 특정한 장소에 머무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주택은 정착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의 정주문명(定住文明) 아래 생겨나고 이어져온 공간이다. 특히 인간은 생활을 담는 공간으로서 주택을 통해 노동력을 재충전하고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나아가 가족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인륜과 사회규범을 배워나간다.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가족과 주택의 연대감이 다소 미약해지고 있지만, 사는 곳으로서의 주택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주거공간으로서 주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력으로 적절한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가구를 위해 임대주택 공급, 임대료 보조, 주택 개·보수 지원, 전·월세 융자 등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한편으로 주택은 사는 것, 즉 소유물이다. 주택을 공산품처럼 찍어서 누구에게나 나눠주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주택을 소유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급속한 도시화와 가구분화(핵가족화)로 주택이 절대 부족했던 상황에서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욕구는 삶의 원동력이 됐다. 또 주택은 자산 증식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2017년 가구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 3억8164만원의 69.8%가 부동산이며, 부동산의 대부분은 거주주택과 주택과 관련된 중도금이나 계약금이었다. 2016년과 비교할 때 4.2% 증가했다. 배경은 거주주택의 가격 상승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가구자산의 비중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주택구입에 전력투구하다 보니 보험과 연금에 가입하지 못해 노인빈곤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그럼에도 내 집은 가구의 안정적인 삶을 담는 그릇으로 또한 경제 위기에 몰릴 때 보호막이 되며, 노년에 주택연금으로 활용할 중요한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가 자가 취득을 쉽게 하는 주택금융과 세제(1가구 1주택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 관련 정보 제공 등 인프라 정비에 노력하는 것은 소유물로서의 주택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주거정책을 성공한 국가로 자주 인용되는 싱가포르 정책의 핵심은 자가주택 공급이다. 10% 미만의 가난한 계층만을 위해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따라서 주택을 이분법으로 보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다. 주택은 거주공간이면서 한편으로는 소유물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가구의 능력이나 선호에 따라 양자가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에 바란다. 주택은 사는 곳이라고 하는 캠페인으로 국민을 계도하기보다는 자력으로 거주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안정망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주거 복지 로드맵이 보여주기 위한 계획이 아니라 실행계획이 돼야 할 것이다. 또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양질의 주택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신규 아파트 구입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과 규제가 있지만 단독 또는 다가구 주택이나 중고주택의 거래는 방치돼 있다. 주택을 잘못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고충이 주택을 ‘사는 것’으로 본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돼서는 곤란하다. 더불어 주택소유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아무리 해도 자가를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유를 즐기는 대가로서의 보유세·자본이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
- 박신영 한국행정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박신영 박사는…한국도시연구소 소장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