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각학각색(各學各色)’ | 집은 소유자산인가 주거공간인가 - 정치학] 사회적 약자의 주택 주거권 중시 흐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 비교정치의 핵심 의제

어디 사세요?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 서로를 알기 위해 하는 질문의 하나다. 때론 상투적으로 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거주하는 주택의 소재지가 서울인지, 수도권인지, 지방인지에 따라 그 사람의 활동반경과 직업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서울에 산다고 하는 경우 어느 구, 어느 지역에 사느냐는 질문이 이어지고 그 사람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자가 소유인지, 임대 주택인지도 이어지는 주요한 질문이다. 임대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면서 주택에 대한 인식과 삶의 방식은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위에 언급된 질문에 대한 답은 한 사회 내 그 사람의 위상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어디 거주하느냐와 소유 여부는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대변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 사회 내 소속 계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리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상대적으로 소유물인 측면이 강하지만, 사회주의 사회에서 주택은 주거지인 측면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에서 주택은 부의 축적 수단이 될 수 있고 후자에서 주택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사회 내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정치 엘리트의 거주지와 주택 소유 여부를 다룬 통계를 보면 정치이념과는 달리 유사한 양상을 보여왔다. 상당수의 정치 엘리트가 서울 강남 특정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으나 그러한 해석이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 내 잔존하는 부의 축적 과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가진 자에 대한 존경이 없는 자본주의 사회를 가리켜 천민자본주의 사회라고 일컫는다. 부패와 정치권력이 어우러져 특정 계층이 성장의 열매를 독식하고 빈부격차가 심화 되는 정치·경제적 구조를 고착화하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존경을 못 받은 가진 자는 사회에 베푸는 데 인색해지고 결국 사회는 반목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만다. 이를 선순환하려면 부의 축적 과정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전제돼야 한다.

비교정치의 핵심 의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다. 정치는 평등, 형평성, 분배의 논리와 통하며 경제는 자유, 효율성, 성장의 정신과 부합한다. 양자가 균형을 이뤄가면서 상승효과를 거둔다면 그 국가는 사회적 합의를 달성하며 발전을 경험하게 된다.

‘주택은 소유물이다’라는 주장은 경제의 논리에 중점을 둔 사고라고 할 수 있고, ‘주택은 주거지이다’라는 주장은 정치의 논리를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부의 축적 수단으로서 주택의 역할을 인정해 개인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려는 동기부여를 거기서 찾고자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이를 부인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 속에서 삶의 안정감을 느끼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논리 다 일리가 있다. 한편 유사한 논쟁으로 뉴라이트와 뉴레프트 논쟁이 있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 논쟁은 성장을 통한 분배인지, 분배를 통한 성장인지를 가늠한다. 뉴라이트 사고는 파이를 키운 후에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이 그 사회에 최적의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고, 뉴레프트 사고는 분배를 통한 사회적 합의의 달성이 성장동력이 되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의 장에서 사회 통합을 지향한다면 주택이 소유물인 시대에서 주거지인 시대로 옮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부정하고 통제만을 생각한다면 이는 사회 내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럼에도 주택에서 파생된 재산권과 주거권이 동일한 사람에게 귀속되지 않는 경우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이 주택 소유자의 재산권에 우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세임을 포스트모던 현실 정치는 보여주고 있다.

- 이상환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상환 교수는…현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이다. 한국정치학회 부회장과 교육부 대학평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464호 (2018.12.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