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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핵 있는 평화, 핵 없는 평화 - 국제정치학] ‘핵 있는 평화’ 시나리오 설득력 떨어져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북한 국가성 변화, 국제사회의 구속력,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의지 작용

현재 한반도 운명은 기로에 서 있다.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다 함께 전진하느냐 아니면 다시 위기와 불신이 반복되는 과거로 돌아가느냐, 이렇게 두 갈래 길만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 외교에서 마지막 숙제로 남아 있던 섬과 같은 곳이다. 40여 년 전 닉슨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커다란 데탕트를 추진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작지만 실속 있는 데탕트를 시도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따지고 보면 20세기 이후 미국 외교의 큰 성과는 대체로 공화당 정부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6·12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 북한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다시 한 번 약속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차츰 동력을 상실하는 것처럼 보였던 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 결국 북미 양국 정상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이미 빼기 어려울 만큼 깊숙이 발을 담군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현재와 같은 북미 간 신경전이 자칫 길어지다 보면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혹시라도 ‘핵 있는 평화’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 수준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동결되고,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하지는 않지만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지며, 북한과 중국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 간 무역이 조금씩 활성화되는 그런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1월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꼼꼼하게 북한 문제를 들여다 볼 것이고, 지난 12월 1일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전례가 없는 목소리로 북한 문제 해결에서 공조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야 말로 비핵화를 결단할 수 있을지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우리 국민 대다수도 핵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 덥석 손을 잡는 일을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수 우리 국민은 북한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과연 북한이 지난 70년 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북한과 수없이 많은 합의를 해봤지만 모두가 실패하지 않았던가? 이런 질문이 지극히 상식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건강하고 합리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의심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합리적 의심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의 국가성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500개에 달하는 장마당, 500만 명을 넘어선 휴대전화 소유자, 유럽 유학을 다녀온 젊은 지도자 등은 북한의 국가성이 바뀌기에 충분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북한 문제의 국제성이 부각될수록 약속을 파기할 수 없는 구속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올해에만 북중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고, 북러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으며, 은둔의 나라 지도자치고는 너무도 화려하게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북한 문제의 국제적 성격이 강화될수록 북한은 이 외길에서 뛰쳐나가지 어려울 것이다. 셋째, 담판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떤 미국 행정부도 풀지 못했던 북한 문제를 자신만이 해결했다는 평가를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과거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의 대북정책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평화국면 조성을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문재인-트럼프 조합일 때 어떻게든 체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 박인휘 교수는...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외교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전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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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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