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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흔들리나] 경기 둔화에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
2019년 성장률 4~5%대 비관론… 대규모 감세 등 경기 부양에 대외 개방도

2019년 중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그것이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어떤 형태로 파급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그 다음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했을 때도 중국 경제는 9% 이상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아줬다. 그러나 2019~2020년에는 중국 경제가 구조조정 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을 크게 낮출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 보통 세 가지 시나리오 제시된다. 첫째, 안정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견해다. 중국 경제가 그동안 투자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앞으로는 늘어나는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소비가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논리다. 둘째, 중국 경제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된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소비와 투자활동이 부진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부실한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위기를 겪는 경우다. 이 시기에 그림자금융이나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같이 드러나면서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필자는 2019~2020년에 중국이 세 번째 시나리오 해당하는 구조조정 위기를 겪고, 그 다음에 소비 중심으로 안정 성장(첫번째 시나리오)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 중심 고성장 과정에서 기업 부실 불어나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 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세계 경제는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4%)했다. 미국 등 선진국 국내총생산(GDP)이 그해 3.5%나 감소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달리 중국 경제는 2009년 9.2%, 2010년에 10.4%나 성장했다. 그래서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 성장 내용을 보면 지나친 투자 중심의 성장이었다. 중국 GDP에서 고정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38% 안팎이었으나, 2009년 이후에는 46%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평균이 22%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투자 증가로 경제성장률은 9%를 웃돌았다. 2009년 고정투자의 경제 성장 기여율이 79%에 이르렀다. GDP 증가분의 거의 80%를 투자가 차지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데 있다. 중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69%에서 2017년에는 300%를 넘어섰다. 특히 기업부채가 같은 기간 GDP의 92%에서 167%로 늘었다. 기업 회계가 좀 더 투명해지면 부채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또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과정에서 기업 부실이 더 드러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증권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 발행 등 직접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은행에서 투자금을 빌려(간접금융) 투자했다. 기업 부실이 곧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사를 보면 부채의 급증 다음에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경제위기가 왔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과소비에 따른 위기라면, 다가올지 모르는 중국 경제위기는 과투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위기일 것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기업과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고, IMF가 처방한 구조조정에 따랐다. 30대 재벌 중 11개가 사라질 만큼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했던 것이다. 중국은 2018년 10월 말 현재 3조53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외환위기는 아니고 구조조정을 독촉할 IMF 같은 기관도 없다.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간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의 구조조정 속도를 더해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쓴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이라는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자는 미·중 두 나라가 무역전쟁에서 시작해 금융전쟁을 하고 결국에는 군사전쟁까지 할 수 있다는 끔직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전쟁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그동안 무역·제조업 강국을 추구했다. 중국이 최대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섰고, 세계 제조업에서 24%를 차지할 만큼 제조 강국도 달성했다. 이제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양적 제조업 대국’에서 ‘질적 제조업 강국’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첨단의료기기, 로봇, 바이오 기술, 항공우주, 반도체 등을 포함한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기업을 육성해, 이들 분야에서 핵심 기술 및 부품과 소재를 70% 이상 자급하겠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이 주요 상품을 중국보다 싸게 생산할 수는 없다. 미국이 중국보다 경쟁력이 크게 앞서는 부문은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업이다. 미국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 및 자본시장을 자유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금리와 환율이 정상화하고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구조조정이란, 산업은 존재하지만 그 산업 내의 기업은 줄어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가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하면서 1978~2011년 동안 연평균 10% 성장을 하다가, 과잉 투자의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2012년 이후에는 경제성장률이 7%의 안팎으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6.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9~20년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투자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률이 4~5%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우선 원자재 가격 하락을 통해서 신흥시장,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와 같은 원자재 수출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사라지고 그만큼 투자가 줄어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원자재 수요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면 이들 가격도 하락할 것이다. 2015~16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17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의 구조조정이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자산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국내 총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2008년 이후 중국이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투자율이 46%로 매우 높았지만, 총저축률이 49%로 3%포인트 정도 많아 대규모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2008년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4206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7년에는 1649억 달러로 크게 줄었지만, 저축이 투자보다 많기 때문에 여전히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남아있다.

미·중 환율전쟁 심화 전망


중국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앞으로 2년 정도는 투자율이 크게 떨어지고 저축률은 상대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다시 40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일부는 외환보유액 형태로 중국 내에 남아있겠지만, 상당 부문은 금융계정을 통해 해외직접투자(FDI)나 증권 투자로 나갈 것이다. 이 돈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산 가격도 크게 변동할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 수요도 크게 늘 전망이다. 2018년 6월 말 현재 인민은행은 금을 1842t 보유하고 있는 있는데, 금액으로 따지면 외환보유액 중 2%에 지나지 않는다. 60% 이상을 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는 매우 낮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미·중 간에 환율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을 경기 저점으로 2018년 11월까지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정점에 근접해가고 있는 여러 가지 신호가 나오고 있다. 우선 2018년 들어 3분기 연속 건설투자가 줄어들고 주택 경기도 위축되고 있다.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런데 주택 경기 위축과 더불어 2018년 10월 주가 폭락이 시사하는 것처럼 금융시장도 불안해지고 있다. 2018년 2분기 말 미국 가계부채가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로 과거 평균(1980년 이후 88%)보다 높다. 미국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이 36%나 차지하고 있는데, 주식시장 불안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면 재정·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GDP의 100%를 넘은 상태이기 때문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과다한 정부 지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에는 연방기금 금리를 5.25%에서 거의 0%까지 내리면서 소비와 투자를 부양했는데, 지금은 통화정책도 그만큼 여력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가치 하락을 유도하면서 대외 부문에서 수요를 부양하려 할 것이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과대하다고 판단하고 중국을 환율조작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중국의 구조조정은 수출이나 금융시장을 통해 한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10년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이 11%였으나, 2018년에는 27%로 높아졌다.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있다. 대중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1.3%포인트 정도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외환시장을 통해서도 중국의 위기는 한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이 구조조정을 하는 초기 국면에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으로 달러당 7위안을 넘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원화 가치도 같이 하락할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실질실효환율을 매달 계산해서 발표하는데, 한국의 원화환율의 경우 중국 비중이 30%로 미국(12.6%)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위기는 한국이 금융으로 국부를 늘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일 것이다. 중국의 구조조정이나 미·중 무역전쟁의 최종 종착점은 중국 자본시장의 개방이고, 중국 경제의 체질 강화일 것이다. 중국 경제가 위기 후 5년 이상은 소비 중심으로 안정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조조정 기간 싸질 중국의 금융자산을 사서 개인이나 국가의 국부를 늘려야 할 것이다.

[박스기사] 2019년 중국 경제정책 방향은 - 적극적 재정정책에 온건적 통화정책

중국이 대규모 감세 등으로 경기를 살리고 미·중 무역전쟁 속에 대외 개방을 전방위로 확대하기로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2019년 경제 운영 방향을 결정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019년 중국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12월 19∼21일 사흘간 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는 해마다 12월에 이듬해 경제 정책의 큰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정하는 비공식 회의다. 2019년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은 2019년 3월의 양회에서 발표된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해 2019년에 더 큰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고, 각종 비용도 더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또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인 인프라 투자에 많이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을 상당히 큰 폭으로 늘리기로 했다.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은 지속 시행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특히 통화정책은 지나치게 완화적이거나 긴축적이지 않은 적당한 수준이어야 하며 합리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이 전한 회의 결과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중립’이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이는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신호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 등 지도부는 전방위 대외개방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 특히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로 했다. 또 수출입 무역을 더욱 확대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추진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통 인식을 실현하기로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중국 경제가 하방 압력에 직면했으며 외부 환경은 복잡하고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어려움에 맞서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을 반드시 지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기로 했다. 이른바 ‘좀비기업’ 처리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금이 100년 만의 대변환기라면서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꽉 잡아야 한다는 의지도 밝혔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기 위해 경제구조의

업그레이드, 과학기술 혁신, 개혁개방 심화, 경제의 질적 발전 가속화 등에도 방점을 찍었다. 중국은 제조업의 질적인 발전, 선진 제조업과 현대 서비스업의 심도 있는 융합으로 ‘제조 강국’ 건설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의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인공지능 등의 발전에도 더 힘쓰기로 했다.

- 연합뉴스

1466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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