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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추진에도 수급 불균형 우려] 서울 수요 흡수 못하고 과잉 공급만?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지역우선공급 비율 높고 전매 제한 강력해… 신도시 주변 개발지역에 악영향 가능성도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지구 예정지 내 주민들이 신도시 개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권에 30분 내 접근이 가능한 도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월 19일 3기 신도시 예정지를 발표하면서 설명한 3기 신도시의 첫 번째 특징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의 위치를 서울 경계에서 2㎞라고 설명했다. 서울 접근성이 좋을 것이라는 얘기로, 서울과 가까워 정부는 1990년대 입주한 1기 신도시 못지않게 3기 신도시가 주택 공급 효과를 톡톡히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경계에서 5km인 1기 신도시보다도 가깝고, 당시 주요 광역교통망인 지하철보다 빠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놓기 때문이다. ‘30분’이란 시간 거리와 ‘2km’라는 공간 거리는 3기 신도시가 수도권에 들어서지만 사실상 ‘서울용’이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인 것이다.

2기 신도시 “우리는 어쩌라고”

그런데 시장에서는 3기 신도시가 정부 의도대로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 해당 지역에 공급 과잉 우려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해당 지역에 신도시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공택지 개발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335만㎡ 규모로 조성되는 인천시 계양지구( 1만7000가구) 주변에는 2기 신도시가 위치해 있다. 1170만㎡ 규모의 김포 한강신도시와 1120㎡ 규모의 인천 검단신도시다. 한강신도시에는 6만1300여 가구가 들어서는 데, 현재 막바지 개발이 한창이다. 7만4700여 가구가 들어서는 검단신도시는 이제야 주택 분양을 시작했다. 한강신도시는 분양이 거의 끝나가지만 검단신도시는 이제 입주자를 모집하는 단계여서 계양지구 발표 충격이 크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한강신도시나 검단신도시보다 서울과 인접한 계양지구가 입지여건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강·검단신도시 초입에 큰 집이 들어서는 셈”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왕숙지구가 들어서는 남양주 일대도 사정이 비슷하다. 왕숙지구는 2기 신도시인 판교 신도시(2만6000가구)의 2배가 넘는 명실상부한 신도시로, 1134만㎡ 규모에 6만6000가구가 들어선다. 그런데 왕숙지구 위쪽에는 2만7000여 가구 규모의 별내지구가 개발 막바지 단계이고, 아래쪽에는 총 3만2000가구 규모의 다산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별내지구와 다산신도시를 합친 물량과 맞먹는 거대 신도시가 또 조성되는 것이다. 교산지구가 들어서는 하남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교산지구는 건립 가구 수가 3만2000가구로 판교보다 좀 더 크다. 그런데 하남에도 미사·감일지구 등지에서 5만 가구 정도가 지어지고 있다. 이처럼 3기 신도시 주변으로 크고 작은 공공택지가 개발 중이어서 자칫하면 해당 지역에 공급 폭탄만 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3기 신도시가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면 수도권은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과천의 경우 분양 대기 중인 과천지식정보타운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분양을 기다리고 있는 수요가 3기 신도시인 과천지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과천지식정보타운은 갈현·문원동 등 일대 135만㎡ 규모로 지식기반산업단지와 공동주택(8100여 가구)가 건립된다. 하지만 과천 도심 남쪽에 위치해 있어 과천지구보다 서울에서 멀다. 과천지구는 서울 서초구와 바로 붙어 있다. 입지여건에서 과천지구에 밀리는 셈이다. 과천의 재건축 추진 단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천지구 분양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재건축 단지보다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천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천지구 개발이 본격 시작되면 재건축보다는 과천지구 물량을 기다리겠다는 수요가 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3기 신도시와 함께 추진 중인 서울 도심 내 분양 물량이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에 들어서는 주택은 상당수가 임대주택이어서 내 집 마련 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강남권에도 서울 의료원 주차장(800가구)과 동부도로사업소(2200가구) 부지에 총 6500여 가구가 들어서는데 대부분 임대주택이다. 분양을 한다고 해도 공공분양이어서 청약저축(혹은 종합저축 가입자 중 무주택자) 가입자(무주택 세대주)로 청약자격이 제한된다. 집이 1채 이상 있는 유주택자나 청약저축 통장이 없는 사람은 청약 기회조차 없다.

서울은 되레 공급 부족 우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는 오히려 공급 부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 주택건설 인허가와 분양 실적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물량이 2만여 가구로 2017년(4만여 가구)의 절반 정도로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15년 이후 분양 봇물에 따른 입주 효과가 2021년 이후 끝나게 된다. 정부의 공급 확대 대책에 따라 실제 시장에 주택 공급이 시작하기도 전에 ‘공급 절벽’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서울 도심 물량은 2020년부터 착공해 2023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하게 된다. 2년여의 시차가 생기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은 서울 수요를 흡수하거나 분산하지 못하고 이미 개발 중인 물량이 상당한 수도권에 공급 과잉 우려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스기사] 신도시 반대 목소리 왜? - 지역 주민 “보상금 낮고 교통지옥 뻔해”

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를 공개하면서 곳곳에서 신도시 조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정지 주민의 반발은 공공택지 수용·개발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신도시 인근 주거지 주민의 교통망 확충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 왕숙지구 예정지 주민 300여 명은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닷새 뒤인 12월 24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신도시 개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왕숙지구 일대는 48년 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랐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강제수용을 당하면 헐값에 삶의 터전을 뺏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21일에는 왕숙지구 인근 다산신도시 주민으로 구성된 다산신도시총연합회가 “3기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문제 등 시급한 현안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에 추가 대책을 촉구했다. 왕숙지구 인근의 또 다른 공공택지인 진접지구의 진접시민연합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도시 개발은 교통지옥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통 대책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국토부는 왕숙지구 교통 대책 중 하나로 수석대교를 건설해 남양주시 수석동과 하남시 미사동을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주민들은 “지금도 올림픽대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데 수석대교까지 건설되면 영구적 교통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2기 신도시 주민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화성시 동탄1·2신도시 주민들은 최근 ‘동탄신도시 교통망 확충’에 대한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동탄에는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번 수도권광역교통망 개선 방안에서 소외됐다”며 “분당선 연장, 광역버스 증차 등으로 교통지옥을 벗어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인천 검단신도시 등 개발이 더딘 2기 신도시에서도 3기 신도시 때문에 집값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로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민이 반발이 거세지면 이를 무마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은 물론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정부가 좀 더 면밀하게 상황을 살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황정일 기자 bidius@joongang.co.kr

1467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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