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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에 등장한 최신 기술은] 롤러블 TV·폴더블폰 커넥팅 PC에 시선 집중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TV 화면 돌돌 말아서 보관... 의료용 로봇, 신개념 차량제어 시스템도 주목

▎LG전자가 전시한 세계 최초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OLED TV R’에 집중된 세계인의 시선. 이번 CES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1월 8~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선 지구촌을 설레게 하는 미래형 정보통신기술(ICT)들이 속속 선을 보였다.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등 소프트웨어의 향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펼쳐진 가운데, 모처럼 CES의 주빈(主賓)인 전통 소비자가전(CE)에서도 파격적인 신제품이 등장했다. 그것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TV 제조사들을 통해서다.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화면을 돌돌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LG 시그니처 OLED TV R(모델명 R9, 이하 롤러블 TV)’를 공개했다.

지금껏 없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TV라는 점에서 현지 취재진과 관람객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개된 롤러블 TV의 원리는 이렇다. 평소 가정에서 TV를 볼 땐 일반 TV처럼 화면이 나오지만, TV를 끄면 본체를 양탄자 말듯이 돌돌 말아서 기다란 직사각형 본체에 넣어둘 수 있다. 이땐 화면이 나오지 않고 일반 오디오처럼 보인다. 실제 음악 감상 스피커 역할을 한다. 음성 인식 AI 비서도 들어갔다. 화면을 넣은 본체 외관은 알루미늄과 크라바트 패브릭 소재로 만들어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기존처럼 가정에서 TV를 벽에 붙여 두지 않아도 돼 소비자 입장에선 실내 공간을 한층 자유롭게 꾸며 쓸 수 있다는 특장점이 하나 생겼다. 창가 또는 거실과 주방 사이 등 평소 TV를 두지 않았던 곳에 보관해도 자연스럽다. LG전자는 65인치 OLED 패널로 이 롤러블 TV를 구현했다.

‘롤러블 TV 대 마이크로 LED TV’ 신경전


▎중국 업체 로욜이 공개한 폴더블폰 ‘플렉스파이’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앞서 LG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CES에서 세계 최초로 65인치 초고화질(UHD)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1년여 만에 이는 현실이 됐다. 이번에 공개된 롤러블 TV는 연내 시판될 계획이다. 권봉석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롤러블 TV는 디스플레이가 더욱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소비자가 쉽게 수용할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가 제품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롤러블 TV를 접한 가전 업계에서는 이 제품의 대당 판매가격이 최소 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권 사장은 “TV는 천장에도 붙어 있을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TV가 이런 형태도 취할 수 있다는 샘플(=표본)을 보여드린 것”이라며 “롤러블 패널을 더 작게 만들어 태블릿 같은 소형 기기로 확산할 가능성 또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디스플레이는 대형화하는 게 더 어렵다. 소형화가 가능하다면 스마트폰에 적용한 ‘롤러블폰’ 제작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화면을 접었다 펼칠 수 있는 ‘폴더블폰’의 올해 출시를 선언한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뺏긴 LG전자로선 이번 롤러블 TV가 여러 의미에서 기념비적인 신제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맞선 삼성전자는 현지에서 75인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공개하고, ‘AI 시대’를 선도하기에 가장 적합한 미래형 디스플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마이크로 LED는 화면 크기와 화면 비율, 해상도, 베젤 등 기존 디스플레이의 네 가지 제약을 없앤 제품”이라며 “이 기술이 AI 시대를 선도할 스크린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기술 대비 약 15배 작아진 초소형 LED 소자가 촘촘히 배열돼 한층 세밀한 화질 구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이 마이크로 LED 기술에는 모듈러 방식이 적용돼 소비자가 사용 목적과 공간 특성에 맞게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로 TV를 설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장에서 LG전자와 롤러블 TV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롤러블 TV에 대해 “결국은 경제성이 문제”라며 “경제성이 있다면 충분히 개발할 가치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사여서가 아니라, 얼마나 경쟁력 있게 제품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아직까진 (롤러블 TV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판매가가 지나치게 높을 수밖에 없어 원가 개선이 실현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힘든 제품이라는 얘기다. 이에 LG전자 측은 권봉석 사장이 “초기 신기술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가격은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불할 수 있느냐는 ‘가치의 관점’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평가 엇갈린 중국 로욜의 세계 최초 폴더블폰


▎기아차의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 ‘R.E.A.D.’를 관람객들이 체험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번 CES에선 차세대 스마트폰 기술로 꼽히는 폴더블폰이 중국 기업 로욜(Royole)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돼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로욜은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제품 공개를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플렉스파이(FlexPai)’라는 이름의 이 폴더블폰은 화면을 접었을 때 390×1440 해상도, 펼쳤을 때 풀 고화질(HD)보다 조금 더 넓은 1920×1440 해상도를 보인다. 로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예약 판매에 돌입했고 곧 이동통신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세계 최초 폴더블폰에 대한 취재진과 관람객의 평가는 엇갈렸다. “생각보다는 원활히 디스플레이가 작동했다” “상용화가 가능해졌을 만큼 신기술이 실현 가능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반응 이면에선 “삼성전자가 출시를 예고한 폴더블폰과 달리 바깥쪽으로만 접히는 단순한 형태라서 진정한 폴더블폰이 아니다” “판매가가 1400달러로 성능 대비 너무 비싸다”라는 혹평도 잇따랐다. 화면을 접었을 때 너무 두툼해져 휴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투박한 디자인과 여전히 매끄럽지 않은 작동으로 아쉬움을 남겼다”고 평했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출시를 예고한 폴더블폰은 로욜 제품과 달리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다. 펼쳤을 때 7.3인치, 접었을 때 옷 주머니 안에 쏙 들어갈 정도 크기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 현장에 귀빈(VIP) 부스를 마련, 일부 VIP에게만 이 폴더블폰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살펴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이번 CES에선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의 선(先) 공세로 글로벌 폴더블폰 출시 경쟁이 점입가경이 되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도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로봇과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용자가 원하는 일상을 누리도록 해주는 ‘삼성 봇’과, 신경 근육 질환에 사용하는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인 ‘GEMS’다. 삼성 봇은 크게 세 가지로 ‘삼성 봇 케어’ ‘삼성 봇 에어’ ‘삼성 봇 리테일’이 있다. 삼성 봇 케어는 실버 세대의 건강 상태를 AI가 확인하고 이들이 정기 복용 중인 약을 시간과 방법에 맞춰 먹었는지 관리해준다. 삼성 봇 에어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연동해 미세먼지 제거 등으로 공기 질을 개선해준다. 삼성 봇 리테일은 일반 쇼핑몰이나 음식점에서 고객 안내용으로 쓸 수 있는 로봇이다.

GEMS는 근력 저하나 만성 질환, 상해 등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가 재활하도록 보조해준다. 삼성의료원이 최근 65세 이상 노인과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보행 및 근력 보조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크게 세 가지로 고관절에 착용하는 로봇 ‘GEMS-힙(Hip)’은 걸을 때 20% 정도 힘을 보조해줘 걷는 속도가 20% 빨라지게 해준다. 무릎에 착용하는 로봇 ‘GEMS-니(Knee)’는 관절염 환자나 재활 대상자에게 30% 이상 체중 경감 효과가 있다. 발목에 착용하는 로봇인 ‘GEMS-앵클(Ankle)’은 걷는 속도를 10%가량 빠르게 해주고 보행 대칭성을 25% 이상 개선해준다.

그런가 하면 ‘달리는 전자제품’으로 나날이 진화하면서 최근 CES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화제의 신기술이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을 통해 선보였다. 기아자동차가 최초 공개한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R.E.A.D.)’ 시스템은 AI가 운전자의 생체정보를 인식해 주행 중 감정 상태를 분석하고, 차내 온도·소리·향기·진동·조명 등을 이에 맞게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과 고도화한 카메라 및 각종 센서, 그리고 기존 차량제어 기술이 결합돼 탄생했다. 예컨대 대시보드에 위치한 얼굴 인식 센서가 운전자의 얼굴 표정을 인식하고, 스티어링휠에 적용된 전극형 심전도 센서가 운전자의 심장 박동 수와 피부 전도율 등을 추출하는 식이다.

지금껏 생체정보 인식 기술이 운전자의 졸음이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 등에 대응하는 안전성 측면에 초점을 뒀다면, 기아차의 R.E.A.D. 시스템은 눈앞에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차 시대에 운전자의 ‘감성 주행(emotive driving)’을 도우면서 기호 측면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ES 기간 중 마련된 기아차 부스엔 이 시스템을 시험 가동해 보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어 나타나면서 ‘가전쇼’가 아닌 ‘모터쇼’ 현장에 온 것 같은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비디오 분석 가능한 AI도 관심 모아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 프로젝트로 개발한 ‘삼성 봇’ 로봇 . /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밖에 CES 2019에 참가한 해외 글로벌 기업 중에선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퀄컴 등이 ‘커넥팅 PC’ 신기술을 집중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커넥팅 PC는 스마트폰처럼 24시간 인터넷과 연결된 PC다. 유선 랜과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과 연결됐던 기존 PC와 달리, 본체에 스마트폰처럼 자체 롱텀에 볼루션(LTE) 칩을 내장해 이를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외부망 구축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PC도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침체됐던 글로벌 PC 시장의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MS는 미팅 존을 마련해 다른 기업들과 협력 기회를 늘리는 데 나섰고, 퀄컴은 부스에서 커넥팅 PC 칩셋인 ‘스냅드래곤 8cx’를 소개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연구·상업용 통합형의 양자컴퓨터와 새 기상관측 솔루션을 선보여 주목받은 IBM은 텍스트와 사진 외에 비디오를 분석하는 AI 신기술을 소개해 또 한 번 주목됐다. 기존의 AI 사진 분석에선 이용자가 “음식 사진 보여줘”라고 말하면 이를 보여주는 식이었다. AI 비디오 분석에선 “음식 먹는 장면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움직이는 영상까지 AI가 인지해서 이용자가 원하는 장면만 골라 재생해줄 수 있다. 다른 미국 ICT 기업 인텔은 5G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부스에 전시하면서 5G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알렸다. ICT 공룡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로 CES에 모습을 보이면서 한층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구글 부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 부스에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스마트홈 등이 쉴 새 없이 등장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1468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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