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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전문투자자 확대, 물꼬는 텄지만] 전문투자자 등록 여부가 흥행의 열쇠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중소·벤처기업 투자 매력도 낮아… 불완전 판매, 투기성 투자 부작용 우려도

올 하반기부터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을 넘으면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개인 전문투자자의 금융투자잔액 기준을 현행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머니마켓펀드(MMF), 국고채 등 초저위험 상품 제외)’으로 완화한다. 현재 ‘1억원 이상’이었던 개인 전문투자자의 소득 기준도 ‘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재산 기준은 ‘10억원 이상’에서 ‘거주 주택을 제외한 총자산 5억원 이상’으로 낮춘다. 여기에 금융투자업 종사자, 변호사, 회계사 등은 투자 경험만 갖추면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 등록절차도 금융투자협회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금융투자회사 심사로 대체된다.

금융위는 지난 1월 21일 자본시장 혁신과제 후속 조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개인 전문투자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기준 완화는 개인에게는 보다 많은 투자를, 기업에는 보다 원활한 투자 유치 기회를 주겠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늘기기 위함이다. 이들 기업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투자 위험이 높아 투자받기가 쉽지 않아 전문 투자자군을 육성해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요건이 까다롭고 등록 절차가 복잡해 개인이 전문투자자로서 자본시장에 참여하기 까다로웠다. 국내 개인 전문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43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이 어렵지 않다. 미국은 금융경험이 없어도 순자산(부부합산 가능)이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개인이나 연소득이 20만 달러(부부합산 시 30만 달러)를 초과하면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전체 가구 수의 8.2%(1010만 가구)가 개인 전문투자자다.

완화로 소득·자산 요건 충족자와 금융 관련 전문지식 보유자를 합쳐서 약 37만~39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국내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9만4000명이 넘고, 전문직 자격증을 갖춘 금투업 종사자가 4만6000명에 달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약 14만~15만명이 개인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시장 확대 기대감 커져


이번 규제 완화로 금융 업계는 기대감이 크다. 개인 전문투자자들이 사모펀드나 비상장회사 등에 투자하는 것이 용이해져 유동성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그동안 금융규제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번에는 투자 활성화 측면으로 완화된 만큼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사모펀드 시장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사모펀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에 가입하려면 가입금액은 최소 1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개인 전문투자자가 되면 금액에 상관없이 사모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사모펀드는 주식·채권 등의 자산뿐 아니라 부동산·인프라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자가 가능하다. 때문에 금융시장 변동성 장세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금융당국도 지난 2015년 여러 개의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펀드’를 허용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사모펀드의 설정액은 336조원이다. 공모펀드 설정액(218조원)보다 많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 2016년 9월 공모펀드를 추월한 이후 격차를 더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는 약 48조원 늘었다.

오영광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시 부진에도 사모펀드는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운용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낸 곳이 다수”라며 “개인 전문투자자들의 자금도 유입되면 사모펀드 설정액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기대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투자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아서다. 우선 장기 투자가 되어야 하고, 장기 투자여도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투자에 회의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4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놨지만 수익이 신통치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5월 설정된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최근 6개월 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주요 코스닥벤처펀드의 개별 운용 실적을 보면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증권투자신탁1호 수익률은 -6.4%다. KB코스닥벤처기업2와 현대인베스트벤처기업&IPO1는 각각 6.3%, 3.4%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기업상장(IPO) 우선배정 조건 충족을 위해 주식 비중을 높였지만 코스닥시장 하락과 맞물리면서 손실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도 선뜻 코스닥벤처펀드 투자를 권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전문투자자 등록 여부가 흥행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췄어도 증권사로부터 전문투자자 등록을 권유받고 이에 응해야 한다. 때문에 개인들이 얼마나 전문투자자로 전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투자 선택지가 넓어질 수는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다양한 곳에 충분히 투자를 하고 있어 전문 투자자의 매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 사후관리 책임 강화해야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 전문투자자의 투기성 투자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도이치뱅크 옵션쇼크가 대표적 예다. 지난 2010년 11월 11일 도이치뱅크 홍콩법인이 한국 도이치증권 창구로 2조4000억원가량의 주식을 내다 팔아 코스피가 53포인트 급락했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약 14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수사 결과 도이치뱅크 홍콩지점과 미국 뉴욕 도이치뱅크증권, 한국도이치증권이 사전 모의해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의 이해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증권사들의 시세조종과 같은 불법 행위에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투자자를 지정하고 관리하는 만큼 투자손실 등 책임 요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가 많아지면 투자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져서다. 이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증권사들의 사후관리 책임을 강화시키는 대안이 필요하다.

1472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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