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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대표] “올해와 내년에 공격적으로 투자” 

 

김유경 기자
중국·동남아 등지에서 좋은 스타트업 쏟아져... 꿈의 크기와 의지가 기술·아이디어보다 중요

▎지난해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를 이끌고 있는 이준표 대표. / 사진:지미연 객원기자
“아마존은 경쟁자들이 아마존 안으로 들어와 영업하도록 플랫폼을 마련했다. 앞으로 소매유통 업계를 독점적으로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기존 유통산업을 무너뜨려 독점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는 손 마사요시(孫正義)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이런 독점적 패권을 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소프트뱅크는 본업은 통신회사지만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세계 곳곳에서 혁신 기업 투자를 벌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애플·퀄컴 등과 함께 비전펀드를 운용하며 우버·앤비디아·알리바바·사이버리즌·위워크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확대 재편하며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 수장에 오른 이준표 대표를 만나 투자 전략과 계획을 물었다. 이 대표는 IT 스타트업 에빅사와 엔써즈를 잇따라 키웠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한 계기는.

“2003년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군 복무를 마치고 대전에서 기술력 있는 후배 엔지니어들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2015년 전임 문규학 대표의 제안으로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하게 됐다. 글로벌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펀드를 만들다 보니 어느 순간 대표까지 오게 됐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수많은 변수와 변화를 이겨내고 버텨낼 창업자의 의지와 역량, 생존력이다. 모든 사업의 출발은 창업자다. 좋은 전략과 기술, 아이디어도 창업자의 의지에서 나온다. 좋은 기술과 인재가 있다고 사업이 성사되지 않는다. 나이는 투자의 고려 요소는 아니다. 20대 초반은 유행에 민감하고, 기존 틀을 깨려고 하며, 모험적 시도를 많이 한다. 30~40대는 모험적 시도는 적지만 훨씬 정제된 생각을 하며, 사업 계획도 치밀하다.”

다른 벤처캐피털과의 차별점은.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크고 해외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영역이 넓다. 한국은 물론 중국·싱가포르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이스라엘·인도·스웨덴·미국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비전펀드와도 밀접하게 일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기술력 있는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를 도와준다든가, 다른 국가의 기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계 작업을 해준다. 사이버보안 플랫폼 기업을 소프트뱅크 통신 사업부에 연계해주기도 했고, 인도의 오픈마켓 토코피디아 후속 투자에 비전펀드를 참여시키기도 했다. 연례 행사인 ‘소프트뱅크 월드’도 스타트업 네트워킹을 위한 좋은 자리다.”

투자한 스타트업에 공통점이 있나.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정보협력과 인류의 행복철학을 따른다. 투자한 기업들은 ICT를 바탕으로 기존 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점점 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 최근에는 콘텐트·바이오·인공지능(AI)·의료진단·신약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어떤 절차와 심사를 걸쳐 투자 집행을 결정하나.

“좋은 기업을 발견하면 심사역·파트너가 함께 팀을 꾸린다. 이 팀이 기업을 분석해 투자에 확신이 서면 주간 전체 회의 때 소개한다. 전체 회의 참여자들도 관심을 가지면 회사 관계자를 불러 투자설명회를 갖고, 바로 예비투자심사에 들어간다. 예비투자심사 결과를 토대로 실사를 벌이며, 투자 목적과 사업 계획, 투자조건 협의 등을 토대로 최종 투자심사에 들어간다. 심사역·파트너들이 모여 논의를 거친 후 파트너 3명의 만장일치제로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할 때 우선주와 보통주, 어느 쪽을 선호하나.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비율로 따지면 우선주 비중이 크다. 컨버터블 노트(투자 성과가 나왔을 때 전환가격을 정하는 전환사채)일 때도 많다. 투자하는 기업과 여건 등에 따라 다르다. 최초 투자할 때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기는 어렵다.”

한국 스타트업의 수준은 어떤가.

“한국만큼 뛰어난 IT 인력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또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고, 수도권에 밀집해 살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한국만큼 좋은 나라는 없다. 시장 규모도 큰 편이다. 기존의 산업 질서를 바꾸거나, 엔터테인먼트·유통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잘 되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다.”

한국 시장이 작다는 불만이 많지 않나.

“금융산업 규모는 연 400조~500조원, 모빌리티 시장은 100조원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의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 시장만을 타깃으로 잡아도 해볼 만하다. 시장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업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규제도 해소하려는 분위기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

기존 체제 해체로 생기는 사회적 충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정부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이해를 갖게 해야 한다. 흑백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간지대는 있다. 기득권을 가진 쪽이 자극적으로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측면도 있다.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이해가 부족하다.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고 신뢰가 있다면 조금 더 안정됐을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같은 창업 생태계를 갖추는 방안은.

“한국의 창업 환경은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무척 좋아졌다. 산업도 커지고 모바일 환경이 펼쳐졌으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기도 쉬워졌다.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선진국이 되려면 모두의 마음이 전환돼야 하며, 변화의 용기, 새로운 것에 대한 관용, 산업 전반에 대한 적응력 등이 필요하다. 실패의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정부와 투자자들이 완충 지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모빌리티처럼 앞으로 산업 생태계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분야는.

“의료·제약·금융·운송·제조·콘텐트산업이다. 규모도 크고 기술 혁신으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은 AI를 통한 품질 관리 등 엄청난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 분야나 목표는.

“중국에서 AI 분야 등에서 굉장히 좋은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베이징에 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동남아시아도 흥미로운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에 현지 사무실을 만들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공격적으로 좋은 회사를 발굴해 투자할 것이다.”

창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꿈의 크기에 비례해 회사의 규모나 사업 성공 여부가 좌우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나 바꾸고자 하는 시장이 있다면 큰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창업자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476호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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