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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타 둘러싼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공방전 어디로] 5월 말 ‘균주 포자 감정’ 결과에 희비 갈릴 듯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메디톡스 “우리 균주 훔쳤다”… 대웅제약 “나보타 미국 진출 막으려는 악의

▎대웅제약 삼성동 사옥. /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나보타가 이르면 5월에 ‘주보(Jeuveau)’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팔릴 예정이다. 나보타는 지난 2월 1일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으로 FDA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에 대적할 제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형사·민사소송 이어 ITC 제소까지


그러나 대형 수출을 기대하고 있는 대웅제약에게 걸림돌이 있다. 메디톡스·엘러간이 지난 1월에 대웅제약·에볼루스의 지적재산 침해 혐의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해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미국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이노톡신 기술 수입사이고, 미국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나보타 판매사다. ITC는 관세법 337항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동일 여부와 제조·공정 등에 대한 과정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상품 판매와 수입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을 규정한다. 당장 나보타의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ITC의 조사 결과에 따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를 둘러싼 소송이나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 1위인 메디톡스는 나보타가 출시될 당시부터 균주의 출처를 두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쳐 나보타를 만들었다는 게 메디톡스 측의 주장이다. 메디톡스는 미국과 한국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요하게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 획득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미국 수출 임상 3상이 마무리된 2016년부터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대웅제약 등에 “보툴리눔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당시까지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균주를 훔쳤다고 확신했다. 메디톡스 퇴직자 2명과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경찰에 진정을 제기했고, 2017년 5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결이 났다. 이후 메디톡스는 또 다른 퇴직자 3명과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고소했다.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는 모두 진행됐지만, 증거 확보 불가로 2년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민사소송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대미 수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2017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오렌지카운티 법원은 메디톡스의 소송 제기는 부적합하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메디톡스는 같은 해 10월 한국에서 다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지금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소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방이 오갔다.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미국 판매 허가 승인을 저지하기 위해 2017년 12월 FDA에 시민청원을 통해 나보타 균주 출처를 확인하기 전까지 승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FDA는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지 않았고, 지난 2월 나보타에 승인을 내줬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의 ITC 제소도 나보타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FDA 승인 과정에서 메디톡스가 청원했지만 결국 반려된 것을 고려할 때 ITC 조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메디톡스는 ITC 제소가 FDA 청원과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판매되는 약품의 자격을 평가하는 FDA의 심사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ITC의 심사는 관점이나 조사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딴판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ITC의 조사는 통상 15~18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술 도용 여부는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이 ITC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결과는 조만간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균주 포자 감정’으로 진위를 밝히기로 합의했다. 포자 감정법은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메디톡스 측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포자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 발견될 수 없다’는 이유로 나보타의 균주 출처를 의심하고 있다. 나보타의 균주가 포자를 생성한다면 대웅제약 측의 결백이 밝혀진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5월 1일 변론기일 이후 구체적인 포자 감정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며 “5월 말쯤이면 포자 감정을 마치고 결백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약 업계에선 나보타를 둘러싼 두 회사의 공방전이 코오롱의 ‘인보사 사태’로 나빠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형사소송까지 거친 사안을 다시 물고 늘어져 전세를 역전하려는 것은 결국 ‘제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다툼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미국 톡신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가진 엘러간이라는 지적이다. 엘러간은 메디톡스의 기술을 수입한 파트너이지만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나보타의 미국 진출이 막히면 결국 엘러간에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엘러간은 앞서 2013년 메디톡스로부터 ‘이노톡스’ 기술을 수입했다. 하지만 엘러간은 이노톡스의 미국 승인 절차를 더디게 진행했다. 엘러간은 이노톡스의 기술을 수입한 후 5년 만인 지난 2018년 11월에야 임상 3상 정보 등록을 했다. 국내 제약·의료 업계에서는 엘러간이 독점적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노톡스 기술을 수입한 후 고의로 승인 절차를 지연했다는 의구심이 팽배하다. 저가인 이노톡스가 시장에 풀리면 자신들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강외과 의사들은 엘러간이 독점적 시장 지위 유지를 위해 이노톡스 임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엘러간은 이 소송에 대해 원고들에게 135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나보타 대미 수출길 막히면 엘러간만 웃을 수도

이노톡스에 대한 엘러간의 임상 3상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나보타의 출시가 가시화된 이후다. 엘러간은 또 이노톡스의 임상 재개를 발표하며 이노톡스와 유사한 액상형 제제를 자체 개발하겠다는 내용도 밝혔다. 이노톡스의 승인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메디톡스가 엘러간으로부터 남은 마일스톤 계약금을 받는다고 해도 경쟁 제품이 나오면 로열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엘러간이 일부러 이노톡스의 승인 절차를 늦췄다는 것은 오해”라며 “이노톡신과 유사한 제제를 개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인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임상 등의 절차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482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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