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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관련주 향방은] 2017년 아이코스 출시 때보다 기대감 적어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KT&G, 대항마 빨리 선보여 악영향 최소화… 앞으로 판매량이 주가 움직임의 관건

폐쇄형(CSV) 전자담배 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관련 회사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쥴에 대응해 ‘릴 베이퍼’를 내놓는 경쟁사 KT&G와 릴 베이퍼의 기기 제조사인 이엠텍 등이 주목 받는다. 이와 함께 쥴을 유통하는 편의점 GS리테일(GS25)과 릴 베이퍼를 유통하는 BGF리테일(CU)의 주가도 CSV 전자담배 판매량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시장 진입 당시에는 관련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릴 베이퍼’로 쥴에 맞선 KT&G

쥴랩스가 한국에 쥴랩스코리아를 설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월, KT&G의 주가는 큰 폭 떨어졌다. 쥴이 KT&G의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쥴 출시 시점이 다가오며 KT&G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지만 증시 전체가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잘 버티는 모습이다. KT&G가 쥴의 대항마인 릴 베이퍼를 서둘러 내놓으며 방어에 나선 결과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쥴 출시에 따른 KT&G의 점유율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쥴 출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연초부터 있었으나, 늦지 않은 시점에 대응 제품을 출시해 우려를 상쇄했다”며 “릴 베이퍼 출시 직후부터 바로 수익에 반영될 것이고 판매 동향에 따라 실적 추정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T&G는 쥴 출시 뒤 3일 후인 5월 27일 릴 베이퍼를 내놓는다. 쥴의 시장 영향이 큰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릴 베이퍼는 1개비 분량을 태웠을 때 진동으로 알려주는 퍼프 시그널 기능과 함께 위생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쥴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쥴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편이긴 하나 KT&G가 국내 유통망과 시장 이해도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며 “신제품에 대한 초기 소비자 반응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쥴 ‘팟’의 판매가격이 4500원으로 확정됨에 따라 릴 베이퍼의 ‘시드’가 같은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궐련형보다 적기 때문에 시드의 판매량에 따라 KT&G의 이익은 늘어날 수 있다.

KT&G는 2017년 아이코스를 비롯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됐을 당시 빠르게 대항마인 릴을 내놓으며 실적 악영향을 최소화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며 궐련 대비 매출이 큰 궐련형 전자담배 피트의 판매가 늘어났고 액상을 더한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매출을 오히려 늘려나갔다.

릴 베이퍼 기기를 생산하는 이엠텍도 출시 이후 판매량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전망이다. 이엠텍의 매출은 2017년 하반기 전자담배 ‘릴’을 첫 생산한 후 매출액이 급격히 늘었다. 2017년 1452억원 수준이었던 이엠텍의 별도기준 매출은 2018년 2894억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3억원에서 251억원으로 4배로 늘어났다.

이엠텍의 주가는 5월 15일 나온 1분기 영업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한 탓에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다. 릴 베이퍼 출시 이후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자담배 시장에서 이엠텍의 고객사(KT&G)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해외 수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주가 영향은 적을 듯

담배시장의 변화는 유통망인 편의점에도 영향을 미친다.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 비중은 통상 40% 정도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편의점주의 가치 재평가가 이뤄져왔다. 특히 최근 편의점의 담배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신규 출점 제한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친 상황이어서 CSV형 전자담배가 편의점주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특히 편의점 입장에서 담배 신제품 판매계약은 호재다.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2017년 6월 출시를 앞두고 CU와 한시적 독점계약을 맺자 BGF의 주가는아이코스 출시 직전까지 상승세를 이어가 2017년 5월 30일 최고가인 14만3727원을 기록했다.

쥴을 국내 출시한 쥴랩스는 국내 유통망으로 GS25와 세븐일레븐을 택했다. 쥴에 맞서 릴 베이퍼를 내놓는 KT&G는 유통망으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를 선택했다. 하지만 쥴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GS리테일의 주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쥴이 GS25와 세븐일레븐과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온 4월 이후 GS리테일의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편의점을 제외한 다른 사업 분야의 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쥴의 출시를 기점으로 GS25 편의점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쥴 출시로 계속 감소하던 담배 매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고 상품이익률도 일반담배보다 높아 기대감은 유효하다”며 “수퍼마켓과의 상품 통합을 통한 이익률 개선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쥴 판매계약이 아이코스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쥴 출시에도 과거와 같은 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크고 일부 상품 판매량 효과가 부진한 영업환경을 개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KT&G의 릴 베이퍼는 CU를 통해 공급된다. 릴 베이퍼는 쥴과 달리 CU에 단독 공급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BGF리테일 주가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쥴의 경우 미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상품인 반면, 릴 베이퍼는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오는 제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쥴과 릴 베이퍼의 출시 시점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독점 판매의 이점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제품의 출시가 편의점 브랜드별로 구분되며 전자담배 대전은 편의점 대전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편의점과의 계약으로 더 많은 유통망을 확보한 것은 쥴이다. 4월 말 기준 편의점 수는 CU 1만3392개, GS25 1만3296개, 세븐일레븐 9658개다. 다만 쥴이 당분간 서울 지역에서만 판매되는 반면 릴 베이퍼는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편의점 주가에 전자담배가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판매량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 연구원은 “CSV 전자담배로 직접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기보다는 최근 떨어지고 있는 트래픽(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1486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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