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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 환자·주주 손해배상은] 투여 환자보다 주주 소송 승소 가능성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식약처, 인보사 안전성·유효성에 모호한 결론… 허위 공시에 따른 주주피해 보상 사례는 많아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투여한 환자와 법률대리인이 코오롱생명과학을상대로 공동소송 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5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 첫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출시 2년 만에 결국 허가 취소됐다. 식약처의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16년 인보사의 국내 허가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성분 자료가 결국 ‘허위’인 것으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인보사는 지난 3월 판매 중지 발표 이후 58일간 논란 끝에 품목허가가 취소됐고 형사고발도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와 허위 정보로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의 주식을 매수한 주주들의 피해와 이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

인보사 국내 투약 3707건

먼저 환자들은 인보사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이미 손해배상 소송을 시작했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 투여 환자 244명을 대표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5월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오킴스는 4월 중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인보사 투여 환자를 모집해왔다. 그 결과 375명의 환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인보사 조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1차로 소송 관련 서류가 완비된 환자 244명의 소장을 먼저 접수하기로 했다. 피고의 답변서 확인을 거쳐 첫 기일이 지정된다. 오킴스 측이 제기한 1차 소송의 규모는 총 25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환자 1인당 1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최소한으로 산정한 금액이고 변론 과정에서 청구취지 변경을 통해 손해배상청구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오킴스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소송을 원하는 환자가 늘어날 경우 청구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식약처는 2017년 7월 이후 인보사의 국내 투약 건수가 370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다만 이 소송의 원고 승소 가능성을 확신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환자가 병원이 아닌 제약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또 식약처 역시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집된 이상 사례 분석 결과, 약물과 연관된 중대한 부작용 사례는 없었다. 시판 후 보고된 주요 이상 사례 311건은 주사 부위 반응(62건), 주사 부위 통증(61건) 등 주로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었다. 이는 의약품과의 인과관계와 관계없이 보고된 것으로 이 자료만으로는 특정 제품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는 게 식약처 측의 설명이다. 또 식약처는 인보사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임상에서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통증 개선 효과 또는 기능 개선 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을 맡고 있는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식약처의 입장은 책임 회피를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일축했다. 위험성이 없다는 확정적인 입장도 내지 못했을 뿐더러 해법처럼 제시한 15년의 장기 추적 조사 방안도 문제가 크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엄 변호사는 “15년이라는 기간을 임의적으로 설정했는데, 15년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위법 당사자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장기 추적 조사를 진행하게 한 것도 문제이며 장기 추적 조사 자체가 피해자들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합리한 조치인 만큼 손해배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뿐 아니라 인보사 사태 탓에 주식 거래에서 피해를 본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의 주주 142명은 5월 27일 코오롱티슈진 및 이우석 코오롱티슈진 대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 9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냈다. 이는 신약 개발 판매사인 코오롱티슈진이 투자 판단상 중요한 사항인 인보사의 성분에 관해 공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주가 하락으로 대거 손해를 본 데 따른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4월 5일 인보사 위탁제조소(미국 론자)로부터 2액이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라는 점을 통보받고 이 사실을 같은 해 7월 13일 코오롱생명과학에 e메일로 송부했지만 이를 공시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제125조)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 중 중요 사항의 허위 기재 또는 미기재가 있어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본 경우 그 손해에 대해 증권신고서 신고인 등의 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한 주주 공동소송의 참여인단 모집을 5월 24일 마감하고, 참여한 324명에 대해 31일까지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한결, 오킴스 등 많은 법무법인이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에 소송을 원하는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서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허위 공시에 따른 주주피해 보상 소송은 손해배상액의 청구가 명료하고 유사 사례도 충분한 만큼 많은 법무법인이 앞다퉈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식약처에서 코오롱 측을 형사 고발한 만큼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 결과가 코오롱티슈진과 주주·고객 사이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민사에서는 증거 확보 등에 제약이 있지만 형사소송이 진행될 경우 형사소송 기록 등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 측의 불법 행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송이 길어질 가능성은 있다. 주식시장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사안이 명백하다고 해도 손해배상액 산정 등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눈뜬 장님’된 식약처 … 바이오 규제 강화 요구 거세


인보사 사태로 바이오 업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근본적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1차적인 책임은 코오롱 측에 있지만 이를 허가한 식약처가 ‘눈뜬 장님’이었던 것이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식약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대책을 내놨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전주기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연구개발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신약에 재검증이 필요한 경우 최신의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해 제출하도록 하며 상황에 따라 식약처가 직접 시험해 확인할 방침이다. 또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심사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런데도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에 대해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5월 29일 논평을 통해 “인보사 사태에서 보았듯이 식약처는 아직 바이오의 약품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 방안조차도 갖고 있지 못하다”며 “기본적인 규제도 못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제약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무분별한 규제로 이어져 바이오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의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무분별한 규제 강화로 이어지면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규제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 있는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병수 성공회대 과학기술학 교수는 “이번 사건은 규제가 허술해 생긴 문제라기보다 운영과 심사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며 “규제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487호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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