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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K7 프리미어’ 타보니] 준대형 세단 시장의 최초·최고 노린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반자율주행 기술·주행 정숙성 탁월… 신차급 변화로 사전계약 1만대 넘어

▎기아자동차가 지난 6월 24일 공식 출시한 K7 프리미어. /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K7’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놨다. 차명 K7 뒤엔 ‘제1의’ ‘최고의’라는 뜻을 가진 ‘프리미어’를 붙였다. 새 차명은 ‘K7 프리미어’다. 기아차는 내·외관 디자인을 바꾸고, 차체를 키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신형 엔진을 그룹 최초로 적용했다. 부분 변경이라기보다 완전 변경에 가까운 변화다. 김명섭 기아차 국내마케팅 팀장은 “차명처럼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최초이자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에 들어간 4가지 기술이 동급 최초라고 했다. 편의사항은 3가지가 동급 최초라고 했다. 차량에 앉아 집 안에 있는 기기를 조작하는 사물인터넷(IoT) ‘카투홈’은 국내 최초라 밝혔다.

대형 세단급 기술과 편의사항 대거 적용


▎기아자동차는 K7 프리미어 내부에 12.3인치 액정표시장치(LCD)를 적용했다. / 사진:기아자동차
신차급 부분 변경을 거친 K7 프리미어 가솔린 3.0 모델을 타고 경기도 파주에서 남양주까지 왕복 170㎞ 구간을 달렸다. 달리며 기아차가 차명에 투영한 ‘최초’를 짚고, ‘최고’를 살펴봤다.

우선 차체가 커졌다. 그랜저와 K7 2강 체제로 굳은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 최고 수준이다. K7 프리미어 전장은 5m(4995mm)에 가깝다. 2세대 K7 대비 25mm 길어졌다. 르노삼성 SM7과 같고, 한국GM 임팔라보다는 작다. 다만 이들은 판매량 기준 경쟁차가 아니다. SM7과 임팔라는 지난 5월 각각 432대, 104대 팔렸다. 같은 기간 K7은 2142대 팔렸다. K7 프리미어 전장을 경쟁차인 그랜저(8327대)와 비교하면 65mm 길다. 전폭(1870mm)도 기존 K7 모델과 비교해 10mm 확대했다. 그랜저 전폭은 1865mm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워 커진 차체를 더욱 강조했다. 커진 라이에이터 그릴로 K7의 ‘Z’자 발광다이오드 주간주행등이 연결돼 인상도 강해졌다.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자 좌우로 긴 액정표시장치(LCD) 화면 2개가 동시에 들어왔다. 하나는 클러스터에, 또 하나는 센터페시아 중앙에서 켜졌다. 화면은 12.3인치로 컸고, 각각 동급 최초다. 우선 클러스터 LCD가 방향 지시등 작동 시 후측방 모티터로 변했다. 준중형 세단 시장서 처음 적용된 기술이라는 게 기아차 설명이다. 센터페시아 LCD에는 내비게이션 UVO 3.0이 부착됐다. 좌우로 긴 화면을 통해 길안내를 받고 주행 중 영상 기록 장치(블랙박스) 화면을 볼 수 있다. 특히 K7 블랙박스는 생산 단계에서 이미 장착된 이른바 빌트인 캠 방식이다. 기아차는 12.3인치 내비게이션, 빌트인 캠이 모두 동급 최초 편의사항이라고 했다.

K7 프리미어라는 이름을 따라 붙은 동급 최초의 실효는 달릴 때 발휘됐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전자식 변속레버를 ‘D(Driving)’로 놓고, 핸들에 손을 얹으면 차는 알아서 달렸다. 조향 장치인 핸들에 있는 차로 유지 보조(LFA)를 활성화한 후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을 작동시킨 게 다였다. SCC는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전방 카메라와 전방 레이더를 이용해 앞 차와 간격을 안정감 있게 유지했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LFA는 SCC가 K7 프리미어의 전진을 제어하는 사이 좌우 움직임을 착실하게 잡았다. LFA는 교통 정체에도 활성화했고, 차로를 바꾸면 새로운 차선과 전방을 재인식하며 달렸다. 재인식까지 걸리는 시간은 2초를 넘지 않았다.

K7 프리미어는 운전자마저 ‘(차를) 모는 사람’이 아닌 ‘타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남양주 퇴계원IC를 지나 파주 방향 양주톨게이트까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약 20분간 운전석에 앉아 한 일은 전방 주시가 유일했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 5분 넘게 달려도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클러스터 하단, 이따금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문구가 나타났지만 이내 사라졌고 반자율주행은 유지됐다. “왼쪽(혹은 오른쪽) 커브에 주의하십시오”라는 내비게이션의 주의 안내가 나오는 곡선 구간을 지날 때를 제외하고 차는 차로 중심을 벗어남 없이 달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고 없이 LFA가 작동되는 시간은 K7 프리미어가 현대·기아차 가운데 가장 길다”고 설명했다. LFA와 SCC 동작 하에서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는 HDA(Highway Driving Assist)는 과속 단속 구간 감속에까지 개입, 운전자의 일을 덜었다.

자유로에 진입해 반자율 주행을 비활성화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는 매끄러운 질감으로 빨려들 듯 가속됐다. K7 프리미어는 6400rpm에서 최대 출력 266마력, 5300rpm에서 최대 31.4㎏·m 토크를 내는 넉넉한 힘을 가졌다. 가속 땐 4000rpm을 넘나들며 차체를 끌었다. 다만 조용했다. 시속 100㎞ 이상으로 바람이 차량을 훑고, 타이어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는 귀를 기울여야 들렸다. 이창욱 기아차 준대형 PM은 “소음을 막아주는 이중 접합 차음유리를 대거 적용했고, 차체 진동이 발생하는 부위마다 보강재를 적용해서 소음을 줄였다”고 말했다. K7 프리미어의 정숙성은 부드럽게 설계된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suspension)와 조화를 이뤘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 3.0 가솔린 모델에 처음으로 R-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를 적용해 조향 응답성을 강화했다. 주차 시 후방 경고음에 더해 제동에까지 개입하는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기능도 동급 최초로 적용했다. 터널 및 비청정지역 진입 시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공조시스템을 내기 모드로 전환하는 ‘외부 공기 유입방지 제어’ 기술도 동급 최초다. 차량과 집을 쌍방향으로 연결해 차량과 홈 IoT 기기를 제어하는 ‘카투홈·홈투카(Car to Home·Home to Car)’ 기능은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김명섭 팀장은 “K7 프리미어는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는 없는 기술이 대거 채택됐다”면서 “크기만 빼면 K9급”이라고 강조했다.

그랜저 넘어 만년 2위 설움 벗을까

최초를 통해 최고를 노리고 있는 기아차는 그러나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 만년 2위다. 그랜저를 넘지 못하고 있다. K7은 2016년 2월부터 9월까지 선두를 지킨 데 그쳤다. 2016년 10월 현대자동차가 6세대 그랜저를 조기 출시하자 곧장 2위로 밀려났다. 반짝하고 끝난 신차 효과였다. K7 판매량은 2016년 10월 이후 내리막이다. 그랜저는 2017년, 2018년 2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차에 올랐다. 지난해 말 그랜저와 동일 옵션을 적용한 연식 변경 모델을 냈지만, 격차는 되레 벌어졌다. 올해(1~6월) 그랜저는 5만3442대가 팔렸다. K7은 1만6936대가 팔렸다. 4분의 1 수준이다. 기아차가 K7 연식 변경 6개월 만에 신차급 부분 변경 모델을 낸 이유다.

기아차가 K7 프리미어를 출시하며 세운 목표는 하나다. K7 프리미어로 그랜저 독주 시장을 막는 것. 기아차는 월 5000대 판매를 목표했다. 올해 기록한 월평균 판매량의 2배 수준이다. 월평균 9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인 그랜저 구매 수요를 가져와야 한다. 초반 성적은 좋다. 사전계약 첫날 계약대수가 2500대에 이르더니 열흘째, 1만대를 넘어섰다. K7 시리즈의 앞선 모델들이 같은 기간 사전계약 대수 8000대를 밑돈 점을 감안하면 기아차의 전략은 일단 성공했다. 특히 신형 엔진 판매 비중이 높다. 기아차가 동시에 출시한 2.5 가솔린, 3.0 가솔린, 2.4 하이브리드, 2.2 디젤, 3.0 LPi 등 5가지 모델의 사전 계약 비율은 2.5 가솔린 모델이 40.2%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3.0(24.7%)과 하이브리드(24%) 모델이 이었다.

1492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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