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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바로보기] 스마트 팩토리 늘리기만 생각하면 오산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 중요성 커져… ‘전환’ 아닌 ‘변혁’ 이해하고 총력 대응해야

각종 디지털 기술에 따라 기업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의 구조까지 급격히 달라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거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바로보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gettyimagesbank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에 의해 기업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구조까지 급격히 달라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변혁)’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검색 키워드를 통해 네티즌의 관심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구글트렌드(trends.google.co.kr)를 이용해 국내에서 ‘digital transformation’을 검색한 비즈니스 및 산업 카테고리 내 통계를 보면, 2016년 하반기부터 검색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더욱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더욱 드라마틱한 검색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 사업을 하고 있거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경제·사회 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소해 더 풍요롭고 가치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데 디지털 기술을 경쟁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 그리고 업역 간 경계 파괴, 업체 간 이합집산 가속화를 불러일으키고, 한편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또한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 비즈니스 측면으로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새로운 솔루션 창출, 운영 혁신, 사업 기반 재구축 등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성장을 추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비즈니스 방식을 변혁하는 복잡 다면적이면서 그리고 급속히 전개되는 ‘현상(phenomenon)’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앞으로도 계속 이뤄질 것이므로 한번의 대응으로 끝날 것도 아니고, 남들이 하는 것만 보고 따라하면 된다는 접근 자세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디지털 기술 경쟁적으로 도입


우리가 미국 ICT 기반 유통업체인 아마존 때문에 여러 전통 업체들이 쓰러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듯이, ICT 스타트업이 갑자기 급성장해 우리 기업의 경쟁자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도 있다. 과거 무수히 유행처럼 나타났던 명확한 문제 영역 하에서 ICT 솔루션이라는 수단으로 해결한 경영 컨설팅 기법이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관점 하에서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적용 영역을 포착하며, 그런 다음 적용방식을 모색하는 자세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2000년대 들어와 급부상한 중국 때문에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빨리 위기에서 벗어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제조업 부활이 핵심 정책 목표가 됐다. 당시에 등장한 대표적인 정책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킨 것이 독일의 ‘Industrie 4.0’이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무선통신 등 새로운 ICT를 활용한 대량맞춤형 생산체제 구축, 전체 공급체인의 효율화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효율성 증대가 목표였다. 지금 우리나라의 제조업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인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이끌어낸 롤 모델이 되는 정책이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로 스마트 팩토리를 거론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일 정도다.

그런데 제조혁신이 적극 추진되는 가운데 또 다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끈 상황이 급속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 등 인공지능의 충격에다가 우버·에어비앤비·알리바바 등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의 급성장, 그리고 벤처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한 스타트업 확대가 이어졌다. 특히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지닌 비상장기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업체가 급증했다. 미국과 중국의 유니콘 업체가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선점하고, 거의 매일같이 ICT 기반 스타트업의 활약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드(amazonned; 아마존에 의해 몰락됐다)’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처럼 아마존으로 인해 월마트토·이저러스·페덱스 등 전통 업체의 몰락에 대한 극도의 우려감이 제기되는 등 전통 업체가 생존에 위협받는 일도 벌어졌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념이 제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변혁을 대상으로 했였다면, 이때부터는 프로세스를 벗어나 신제품뿐만 아니라 전혀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까지로 확장됐다.

독일·일본 등 산업정책 발 빠른 수정


우리나라가 롤 모델로 삼았던 독일·일본의 산업정책에도 최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 국가로서는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대응을 담은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은 지난해 9월에 국가 기술혁신 전략인 ‘High-Tech Strategy 2025’를, 올해 2월에는 산업정책인 ‘국가산업전략 2030’ 초안을 발표했다. High-Tech Strategy 2025는 2010년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유행시킨 High-Tech Strategy 2020의 후속 정책으로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술과 결합된 제조, 서비스와 작업 방식을 혁신하는 ‘경제 4.0(Wirtschaft 4.0)’ 구축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국가산업전략 2030은 제조 경쟁력과 경제·기술 면의 우위성 유지를 목표로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제조업 비중을 현재 23%에서 25%로 확대하고, 유럽연합(EU) 영역 내에 경쟁력을 지닌 제조업의 연구개발(R&D)과 제조 및 판매 등 전체 가치사슬 구축 등을 추진하는 과제 등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된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이해 신성장 전략으로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등이 담긴 자민당의 ‘경제성장전략’(2019년 5월)과 정부의 ‘성장전략실행계획’(2019년 6월)이 발표됐다. 경제성장전략에는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생산성 향상을 제약하는 기존 정보시스템의 해소, 중소기업의 디지털 기반 성장 추진, 공공부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등을 담았다. 성장전략실행계획에는 정책 비전인 디지털 기반 사회를 의미하는 ‘Society 5.0 실현’을 목표로 디지털 시장의 룰 정비, 모빌리티·핀테크 혁신, 인프라의 보수·유지 데이터를 일원 관리하는 인프라 유지·관리 고도화 등을 담았다.

국제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최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해 10월 디지털 기술에 의한 글로벌 상거래의 변혁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고, OECD는 지난 5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지탱하는 기술, 특히 IoT와 인공지능, 블록체인을 파악’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레이션 측정 체계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전략의 화두가 ‘산업혁명’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다. 양자 간 상당 부분에서 개념과 실행영역 간 교집합이 있지만 스마트 팩토리가 대상으로 삼은 기존 업체의 프로세스 효율화에서 벗어나 벤처 업체 활성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촉진, 대기업 육성, 자국 업체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최종 제품과 서비스 변혁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을 축으로 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서비스 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제조사들


▎스마트 팩토리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의 새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제조 모델을 이에 맞게 변혁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 사진:© gettyimagesbank
이렇게 볼 때 현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크게 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로세스 변혁, 비즈니스 모델 변혁, 생태계 변혁이다. 첫째, 프로세스 변혁은 효율성 제고, 시장 적시성 제고를 목표로 외부까지 포함한 공급체인 전체의 변혁을 지향하는 것이다. 현재 제조와 관련된 활동(직접 활동)과 이를 지원하는 관리 활동(간접 활동)으로 진행 중에 있다. 직접 활동에서 대표적인 전략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다. 국내에서 스마트 팩토리 정책이 추진된 지 약 5년 정도 되었지만, 아직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적층제조(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제조 업체의 70%가 아직 시험(pilot)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바코드, 센서를 부착해 생산정보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1~2단계에 해당하는 기초 수준이 77.4%에 달하고 있다. ICT 발달과 표준화 마련을 비롯한 응용 영역에 필요한 솔루션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스마트 팩토리로 대변되는 프로세스 변혁의 고도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다. 우리나라는 스마트 팩토리를 고도화하고 3만개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대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구축 공장 수 위주에 치우쳐 궁극적인 목적인 경쟁력 확보 그리고 수익 확대가 실현될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제조업의 핵심 프로세스로서 제품 개념부터 디자인 등 엔지니어링 등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변혁해 차세대 제조방식을 구축하는 이른바 스마트 제조(Smart Manufacturing) 정책으로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프로세스의 간접 활동 변혁은 단순 반복적인 관리 업무나 리스크 관리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 수집 및 분석을 요하는 경영 기획 프로세스에도 변혁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요사이 정보 검색, 고객 응대와 같은 단순 업무를 자동 처리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둘째, 비즈니스 모델 변혁은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한 고객 니즈 맞춤형의 솔루션 개발을 통해 지속적이면서 고부가 수익 창출을 지향하는 것이다. 기존의 물리적 단독 제품에 ICT를 적용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제품으로 바꾸고, 나아가 서비스까지 융합해 제품 판매 후에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그래서 수익 확보 측면에서는 비즈니스 모델 변혁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변혁보다 더욱 중요하다. 제조 서비스 변혁을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해온 선도 업체들은 서비스가 주력(또는 중요) 사업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 2위의 민간항공엔진사인 롤스로이스그룹은 민간항공사업에서 지난해 서비스 부문 매출이 58%를 차지하고 있다. 티센그룹의 엘리베이터 부문은 지난해 서비스 매출 비중이 52%이다. 이들 업체는 매출 비중을 놓고 보면 제조 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업체다. 최근 구조조정을 겪었던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도 판매 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의미하는 ‘리커링 비즈니스(Recurring Business)’를 부활전략으로 내세웠으며, 독일의 스마트 팩토리 정책에서도 미래 제조업 모델을 변혁하는 모습으로서 ICT 플랫폼을 활용하는 ‘Manufacturing-asa-service’가 핵심 개념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도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변혁하는 게 절실히 요청되며, 제조와 서비스로 구분해 이분법적인 접근으로 보았던 일자리 및 산업 진흥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마지막 세 번째 영역은 비즈니스 생태계 변혁이다. 플랫폼 경제라고 부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가 중요해졌고,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전략적 경쟁 위치를 확보하는 전략적 자산으로서 플랫폼 확보가 필수적이다. 우리 기업에 주도적인 플랫폼을 가지지 못할 때 맞이하게 될 예상되는 몇 가지 상황은 이렇다. 우선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B2B(기업 간 거래)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해외 업체로 넘어가고, 해외 업체가 이것을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활용해 국내에 판매할 경우 해외 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 이미 앱스토어 시장의 애플과 구글, 유통 상거래 시장의 알리바바 등의 사례가 그렇다. 다음으로 독일의 Industrie 4.0, 미국의 플랫폼 기반 글로벌 제조 밸류체인에 편입할 수 있는 기반을 기업, 특히 중소 업체가 독자적으로 확보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 편입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하면 이들은 사업 기반을 잃게 된다.

우려되는 상황은 또 있다. 비즈니스 역사적으로 시장 통제 업체는 최종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한 업체였으며, 지금까지 이 역할은 주로 최종 조립 업체가 맡았다. 앞으로는 플랫폼 업체가 그 자리를 자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플랫폼 없는 최종 조립 업체는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플랫폼 업체의 공급 업체로 전락하면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 그런데 글로벌 대기업이라도 솔루션 창출과 이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ICT 확보, 그리고 초연결화한 비즈니스 세상에서 단독으로 비즈니스 세상을 주도하는 플랫폼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플랫폼 확장 위한 협력형 경쟁 치열


현재 세계적으로 기술 확보와 시장 선점을 목적으로 경쟁 여부, 규모와 상관없이 플랫폼 확장을 위한 동종·이종 업체 간 협력형 경쟁을 나타내는 하이퍼 코피티션(Hyper-Coopetition)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이다. 한 국내 언론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2017년 10월부터 올해 7월 현재까지 투자하고 제휴한 조직이 국내외 31곳에 달한다고 한다. 커넥티드 카, 자율주행차 등 신차 개발뿐만 아니라 공유경제 서비스 영역으로까지 진출해야 하는 관계로 제휴에 너무 바쁜 상황이다. 플랫폼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기술, 제품이 모이는 장소와 소비하는 장소인데 현재 국내 기업과 제조업 정책에는 이를 집중 고려한 대응 동향이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과거 유행처럼 등장하고 사라졌던 컨설팅 이슈와는 다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현상이고, 그래서 대응 수단을 찾는 게 어려우며, 프로세스 변혁에 국한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는 근본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외에도 대응책 마련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더 있다.

첫째는 벤치마킹이다. 공유경제·로봇·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ICT 기반 비즈니스 업체가 더욱 부각되고 있어 벤치마킹할 국가, 기업 및 업종도 광범위하게 다변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ndustrie 4.0을 제창한 독일, 그리고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과 이들 국가의 기업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 독자적인 조사 방법론에 따른 것이지만, 미국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가 지난 1월에 조사하고 발표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성숙도 평가지수를 보면 미국 52점, 독일 45점, 한국 40점, 일본 29점 순이었다. 이들보다 앞선 국가로 인도(58점)·브라질(56점)·태국(54점)이 꼽혔다. 이런 결과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국가나 기업을 선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이해와 실행 전략 수립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둘째는 추진 기간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상업화 활용 정도, 그리고 적용 수준의 고도화에 맞춰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현재 독일 Industrie 4.0 실행조직은 2030년에 맞춘 비전을 설정해놓고 있고, 앞서 설명한 주요국 정책 또한 지금부터 추진될 계획이다. 고도화하는 목표에 맞춰 장기간 지속 추진할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실행 속도다. 과거 혁신 기법에서는 동종 업종의 선도 업체 동향을 살펴보고, 그런 다음 후발 업체들이 따라 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응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단시간에 급성장한 플랫폼 업체들로 인해 ‘급진적’인 변혁이 진행되고 있듯이, 동업종 선도 기업보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ICT 업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지난 5년간의 벤처캐피털(VC) 급증에 따른 스타트업 확대로 변혁 가속화가 예상되고 있어서, 과거와 같은 ‘점진적’인 대응 방식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

‘점진적’ 아닌 ‘급진적’ 대응 나서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전환’이 아니라 ‘변혁’이 되어야 한다. 여전히 많은 곳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디지털 전환’으로 번역하고 있다.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transformation’을 찾으면 ‘(완전한) 변화[탈바꿈], 변신’을 뜻으로 보여주고, 국어사전에서 전환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꿈’을 뜻하는 것으로 나온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목적은 단순히 다른 상태로 바꾸는 것보다 ‘경쟁력을 갖춘 상태로 바꾸는 것’, 나아가 ‘전혀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어 디지털 전환보다는 디지털 변혁이라 칭함이 더 적합하다. 단순히 수작업을 자동화, 지능화 기기로 전환하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변혁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경영전략과 정책의 방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너와 나를 가릴 것 없이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 경제·사회 모든 부문에서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모든 결정 주체 간에 협력형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 차세대 산업 모델을 정해야 한다. 그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 확보,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정책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신사업 개발이 촉진될 수 있도록 규제를 빨리 해소하면서 한편으로는 저수익화하고 있는 사업을 빨리 재편하려는 적극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에 주어진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

※ 참고자료
·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공장 구축 실태조사, 2018.11.13
· Dell Technologies, Digital Transformation Index, 2019.1.29.
· OECD, Measuring the Digital Transformation: A Roadmap for the Future, 11 Mar 2019.
· WEF, “Europe, Asia Lead the Way to the Factories of the Future”, 2018.09.07
· WTO, “The Future of World Trade:How Digital Technologies Are Transforming Global Commerce”, World Trade Report 2018, 2018.10.03.

-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수석연구위원

1493호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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