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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수입차 신차 대전] 독일차 대반격, 일본차 급브레이크 

 

벤츠·BMW·아우디·폴크스바겐, 공격적 마케팅… 혼다·인피니티·렉서스, 새 모델 없어

올해 상반기 큰 폭의 판매 감소를 겪은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반기 신차로 반전을 노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14만109대) 대비 22%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판매량이 이렇게 많이 줄어든 것은 국내 수입차 업계 초유의 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년 상반기 판매량이 13.2%,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후폭풍이 거셌던 2016년 상반기 2.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10만9314대)은 2014~2015년 수준이다. 꾸준히 전진하던 수입차 시장이 5년 전 수준으로 후진한 셈이다. 수입차 판매 감소의 주요 원인은 판매량이 많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3만795대 줄었는데, 독일 브랜드 네 곳(벤츠·BMW·아우디·폴크스바겐)의 감소분이 3만499대였다. 브랜드별로 차이는 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해외 자동차 제조사는 전년과 비슷한 판매량을 거뒀다. 주행 중 화재 이슈로 논란이 된 BMW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나서 1만6602대 급감했다. 디젤게이트 후 차량 인증을 받지 못해 팔 차가 없었던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판매량도 마찬가지로 반 토막 났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전체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지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953대 감소했다.

독일차의 빈자리는 일본차가 꿰찼다. 일본 5개 브랜드(렉서스·도요타·혼다·닛산·인피니티)의 올 상반기 국내 판매 대수는 총 2만3482대로 전년 동기(2만1285대) 대비 10.3% 증가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은 21.5%에 이르렀다. 일본 브랜드의 선전은 독일차들의 부진과 더불어 하이브리드차 선호 추세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차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15.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칼 갈고 나온 독일차, 신차 총공세


독일 4사는 하반기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판매량 회복을 노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세대 A클래스 세단과 해치백을 시작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E 클래스의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GLE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쿠페 모델을 더해 3000대 가까이 팔린 인기작이다.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 3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 커진 차체와 향상된 오프로드 성능, 최신 편의·안전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SUV 시장을 노린 전략 차량이다.

벤츠의 EQ 브랜드 첫 전기차인 EQC도 하반기에 나온다. 이 차는 벤츠가 2016년 파리모터쇼에서 친환경 브랜드 ‘EQ’ 콘셉트를 공개한 지 2년 만에 나온 첫 양산형 전기차 SUV다. 앞뒤 차축에 들어간 두 개의 전기모터는 최고 408마력, 최대 78.0kg·m의 힘을 내고 한번 충전으로 최대 450km를 달릴 수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충전 솔루션 등 제반 준비가 필요해 아직 정확한 출시 시기는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재 사태로 외면 받은 BMW는 하반기 총 7종의 신차를 내놓으며 공세에 나선다. 상반기에 내놓은 신형 3시리즈의 판매량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BMW는 3분기에 고성능 SUV인 X3 M과 X4 M을 선보인다. 6기통 3.0ℓ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 480마력, 최대 61.2kg·m의 힘을 낸다. 4.2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른다. 4분기에는 엔트리 해치백인 1시리즈와 X6의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부분변경을 마친 X1도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8시 리즈 쿠페와 그란쿠페, 고성능 M8 쿠페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아우디는 인증이 완료되는 차량을 하반기부터 차례로 내놓을 방침이다. 이미 7월 16일 SUV인 Q7 45 TFSI 콰트로 2019년 모델의 사전 계약을 시작했다. Q7의 2세대 모델이다. 2.0L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차저(TFSI) 엔진과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 토크 37.7kg.m의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풀타임 사륜구동 기술인 ‘콰트로’도 탑재했다. 아우디는 특히 8세대 A6를 하반기 국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A6는 아우디의 간판 모델이다. 8세대 모델은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부터 세계 시장에서 팔고 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 일각에서는 A3도 인증 절차를 밟고 있어 곧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A3는 인증 대상에 있기는 하지만 판매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아테온만 팔고 있는 폴크스바겐도 하반기부터 티구안 판매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3세대 투아렉도 하반기 중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폴스바겐의 소형 SUV 티록이 국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지만, 국내 도입은 검토 단계라는 게 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은 하반기 공격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인증 절차를 마무리 하고 판매 차량을 확보해 영업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 게 목표다.

신차 내놓고도 홍보 못하는 일본 브랜드

공격적으로 신차를 내놓을 독일브랜드와 달리 상반기 수준급 성적표를 받은 일본 업체들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최근 한·일 관계 경색에 따라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소비자의 거부감이 커진 데 따른 여파다. 신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는 하반기 수프라를 내놓을 예정이다. 신형 수프라는 2012년 도요타가 BMW와 스포츠카 개발 제휴한 후 첫 선을 보이는 차다. 한국닛산은 알티마를 내놓았지만 마케팅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닛산은 7월 16일 알티마를 내놓았지만 출시 행사는 취소했다. 일본계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거부감이 클 수 있고 괜히 타깃이 될 수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혼다와 인피니티, 렉서스는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신차가 없다.

한편, 독일·일본 브랜드를 제외하고 수입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것은 볼보다. 볼보는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4.8% 늘어난 5229대를 팔았다. 8월 말 출시 예정인 3세대 S60로 연간 1만대 판매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494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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