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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경제(4) 가사노동계의 2차 혁명] 청소 서비스로 가사노동 시간 대폭 절약? 

 

미국 여성, 하루 4시간 가사노동… 미국 청소 O2O 유망 기업, 노동법 위반으로 2015년 폐업

▎사진:© gettyimagesbank
직장을 다니는 ‘비미족(비혼 미혼)’의 삶도 다른 직장인들과 다를 게 없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꿈꾸고,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외국어 공부를 한다거나, 요가 수업을 듣고 나서 허브티 한잔을 앞에 놓고 독서도 하는 그런 삶을 추구한다. 하지만 회식도 하고, 야근도 하다 보면 어느새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식재료가 까맣게 썩어 있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이번 주에 한 번도 바닥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은 ‘불금’을 보낸 다음 날 늦잠을 자고 난 다음일 확률이 높다. 가사노동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익숙해지기도 어렵고, 미숙한 가사노동은 고욕인 동시에 주말 하루를 반납해야 할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남녀 가사노동 시간 총량 지난 15년간 똑같아

통계청이 2016년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에 따르면 2014년 성인 남녀의 가사노동 시간은 평일 기준으로 남자는 39분, 여자는 3시간 25분에 달한다. 토요일은 남자 1시간 1분, 여자 3시간 37분이고, 일요일은 남자 1시간 13분 여자 3시간 33분이다. 1999년과 비교하면 남성의 주말 가사노동 시간은 약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고, 여자는 약 30분 정도 줄어들었다. 여기서 비미족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가사노동 시간이다. 남녀 가사노동 시간의 총량은 지난 15년간 전혀 변하지 않았다. 과거 세탁기 등이 처음 대중화 됐을 때 이미 가사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가 크게 줄어든 이후 실제 노동시간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 일종의 정체기에 빠진 셈이다.

가사노동계의 1차 혁명이라고 할 만한 발명품들은 세탁기, 냉장고, 진공청소기 그리고 미국의 경우 식기세척기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전제품이 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전기의 보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증기기관은 전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증기가 돌리는 엔진은 강철로 만든 중심 구동축을 돌려 에너지를 만들고, 벨트와 기어로 보조축을 연결하면 어떤 산업용 기기도 구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공장의 얘기다. 가정에 필요한 전기 발전소는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견한 직후인 1880년대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처음 세워졌다. 에디슨은 전기를 상품으로 팔기 시작했다. 전기 발전소가 증기기관을 대체한 건 30년이 지난 1910년대부터였다. 이제 공장들도 직접 에너지를 만들지 않고 주변 전기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와 라인을 돌렸다. 가전제품의 역사 혹은 가사노동의 1차 혁명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톰 잭슨의 저서 [냉장고의 탄생]에 따르면 최초의 냉장고를 1903년 프랑스의 수도사 아베 마르셀 오디프렌이 이산화황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전기를 이용한 첫 냉장고는 미국의 가전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이 1911년 특허를 내고 판매를 시작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당시 전기 냉장고는 자동차 두 대 값인 1000달러에 팔렸다. 전기는 모터를 돌리고, 공기압 축기인 컴프레서를 가동시켰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서 192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기냉장고는 일반적인 가전제품은 아니었다. 1930년대를 지나 1940년대가 되면서 미국 가정의 절반 정도가 냉장고를 갖게 됐다. 냉장고는 식품 손질과 폐기, 장보기 문화를 뒤흔들었다.

현재 유행하는 간편식의 원조인 냉동식품도 등장했다. 상온에서 음식을 보관하는 통조림의 역사는 물론 꽤 길다. 지금과 비슷하게 열처리를 거쳐 식품을 보관하는 특허는 1810년대에 이미 존재했다. 다만, 1960년대가 되면서 냉동식품 등 식품의 산업화가 시작됐다.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경제학 팟캐스트]란 책에서 “냉동식품이 상징하는 식품 산업화 현상은 여성들을 집안일에서 해방시켜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지만, 높은 칼로리를 쉽게 섭취하도록 함으로써 허리둘레를 크게 증가시켰다”고 기술했다.

이어서 진정한 가사노동계의 혁신 제품이 등장한다. 전기세탁기다. 최초의 세탁기는 1797년 미국인 너새니얼 브릭스(Nathaniel Briggs)가 특허를 획득한 손잡이 달린 회전통 세탁기였다. 1869년에는 손잡이로 회전축에 고정된 4장의 날개를 돌려 물이 고루 섞이게 하는 교반식 세탁기가 나왔다. 하지만 세탁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세탁기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소형 전동모터였다. 1914년 손으로 돌리는 손잡이에 전동모터가 처음으로 장착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17년이었다. 1920년대에는 전동모터가 달린 드럼식 세탁기가 대량 보급됐다. 교반식 세탁기와 달리 드럼식 세탁기는 세탁물이 담긴 드럼통이 직접 회전하는 방식으로, 드럼통이 방향을 달리하며 돌았기 때문에 세탁물이 엉키거나 뭉치지 않아 세탁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효율적이었다. 1937년에는 벤딕스사가 최초의 전자동세탁기 특허를 획득했다. 오늘날과 같이 앞에서 세탁물을 넣는 구조의 드럼 자동세탁기는 1940년에 선보였다.

가사노동을 돕는 가전기기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대중화됐다. 그렇다면 미국의 가사노동 시간은 우리와 비교했을 때 과연 얼마나 더 줄어들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거형태와 면적이 우리와 다르다고는 해도 미국인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오히려 우리보다 많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꽤 많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이 남성보다 눈에 띄게 많다. 미국 남성들은 하루에 2시간 30분 주당 17시간 30분 가사노동을 하는데, 여성은 하루에 4시간 3분 주당 28.4시간을 가사노동에 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6달러82센트 즉 약 3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미국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무려 4400만원이다.

그래서 앱으로 집청소를 예약하고 결제하는 O2O(Online to Offline) 청소 서비스들이 2010년대 초반 미국을 중심으로 대거 등장했다. 하루에 무려 4시간에 달하는 가사노동 시간을 몇 만원에 해결해주는 청소 서비스는 등장부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가히 가사노동계의 2차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홈조이는 2012년 미국에서 창업해 무려 40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고 초반에는 경쟁사 핸디 등과 함께 이용자도 많았다. 하지만 2015년 폐업했다. O2O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시간 단위로 일을 하는 초단기 인력의 힘으로 돌아가는데, 이런 식의 긱 경제는 아직까지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홈조이의 창업자는 결국 소송 문제가 발목을 잡아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폐업한다고 밝혔다.

세탁기 개발 등 1차 혁명 이후 100년간 조용

기본적으로 O2O 서비스들은 차량이든 청소든 음식배달이든 적자를 기본으로 한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해 그 다음 투자를 계속 받는 게 단기적인 목표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O2O 청소 서비스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기업들이 가사노동계의 2차 혁명의 주역이 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시장 초기 사업자 중 한 곳의 창업자는 “법적 문제가 있어서 일단 알선업 등록을 하고 기존 파출 업계처럼 수수료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494호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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