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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29)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최적화된 금융상품 추천하는 ‘온라인 PB’ 

 

혁신금융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대출 중개인으로 선정... 핀다 모델 숙성시켜 외국에 이식할 것

▎사진 : 김경빈 기자
“대출 한번 받으려면 두어 개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도 조회 등 10개 이상의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핀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원스톱으로 1분 안에 확정 조건을 확인해 짧게는 한 시간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어요.”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의 이혜민 공동대표는 “금융 거래에서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비효율 문제를 크게 완화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경우 그동안 발품을 파느라 반차를 쓰지 않는 한 대출 상담을 받은 당일에 전 과정을 처리하기가 어려웠어요. 무엇보다 대출 상담 때 들은 조건과 최종 조건은 거의 대부분 차이가 나죠. 핀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금융도 쇼핑하는 시대가 열린 거죠.”

‘원스톱 대출 마켓’ 핀다를 이용하면 공인인증서 연동만으로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핀다에서 금융상품 정보를 얻는 사용자는 월 100만 명에 이른다. 핀다 웹·앱 말고 포털 다음을 통해서도 서비스된다. 실제로 대출을 신청하는 인원은 하루에 30~50명 선이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 규제 샌드박스 대출 중개인으로 선정됐고, 시리즈 A 45억원 유치 등 지금까지 6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나와 STX지주회사 신사업전략 기획실을 거쳤고 핀다가 네 번째 창업이다.

핀다를 잘 설명해 줄 만한 주요 성과를 꼽아 주시죠.

“금융 소비자와 금융회사 사이에서 대출 중개 등을 하는 플랫폼입니다.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돼 금융 소비자들에게 확정 조건의 대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죠. 또 국내 최대의 금융상품 DB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51개 금융사와 제휴하고 있어요. 금융사들은 마케팅비, 중개 수수료를 대출 고객에게 전가하는데 이 비용을 낮춰 핀다를 통해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더 쌉니다.”

핀다는 대출 상품으로 시티은행과 직장인 대출을, MG낙원새마을금고와 인생핀다론을 개발했다. 시티 직장인 대출은 핀다를 통해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가 0.5% 할인된다. 시티 측도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인생핀다론은 신용등급 5등급까지 4%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보통 다른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마이너스 통장도 같은 조건으로 만들 수 있다.

대출은 금리가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대출엔 질적인 면도 있는데요. 추천도 해 주나요?

“대출액수, 원리금 상환방식, 중도수수료 면제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토대로 이용자가 최적화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알고 리즘화돼 있고, 챗봇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추천도 해요.”

사용자는 플래폼 이용료를 내나요?

“무료입니다. 대신 금융사가 비용을 부담하죠. 앞으로도 고객에게 비용을 부담시키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공인인증서를 연동시켜야 하는 건 사용자로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네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금융사를 통하더라도 같은 과정을 밟습니다.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고객의 재직 및 소득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공인인증서를 연동시켜야 해 안드로이드폰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공인인증서 연동을 하지 않으면 편하다고 할 고객도 있겠지만 어떤 고객들은 어쩌면 핀테크 회사들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할지도 몰라요. 그보다 연동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인인증서가 유출될 가능성은 없나요?

“그럴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공인인증서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고, 연동을 통해 핀다에 접속만 할 뿐이죠.”

자신의 신용등급이 노출되는 것도 고객으로서는 부담스럽지 않나요?

“현재는 고객이 신용 평점의 근거가 무엇인지도 몰라요. 금융사가 개인 대신 신용평가사에 접속해 해당 정보를 가져온 후 최종 결과값만 알려주는 식이죠. 앞으로 신용평가사와 제휴해 해당 정보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합니다.”

대출이 일어나면 핀다 측은 금융사에서 얼마를 받나요?

“평균 건당 30만 원을 금융사로부터 받습니다. 금융사가 대출 한 건당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501만 원입니다. 이 격차 덕에 우리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 있어요. 고객이 포털 최상단에 있는 금융사 광고를 클릭할 때 금융사 측이 6000원을 지불합니다. 이렇게 해서 실제로 대출을 하는 고객의 비율은 0.1%에 불과해요. 지난 3년 간 저희가 웹을 통해 고객을 유입시켜 금융사에 넘겨왔기에 잘 알죠.” 금리는 금융사 간 비교를 하지 않고 대출을 받았을 때와 단순비교하면 11.8% 낮아진다(실제 대출은 현재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핀다가 현재는 금융상품 추천 플랫폼으로 규정되는 까닭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는 최대 3%가 낮아진다. 9월이면 5~6개 사로 늘어난다고 이 대표가 말했다).

대출을 받은 후엔 해당 대출에 대해 통합 관리 서비스를 받는다. 만일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어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다. 이자 비용이 절감되는 것이다. 고객이 핀다에 접속하면 핀다 엔진이 대환 대출을 추천하기도 한다. 판다 고객이 대출 한도 면에서 더 유리하지는 않다. 이자 비용을 감당할 만한 소득이 있느냐가 한도를 결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금융권과의 제휴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1금융권은 상대적으로 핀다 ‘입점’에 소극적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데다 지점을 통한 판매력도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1금융권도 차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미만은 은행을 거의 찾지 않기 때문이다.

핀테크 산업이 장차 금융권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겠군요?

“인력의 구성 면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겁니다. 단적으로 자동화를 담당하는 인력은 늘고 수기 인력이 줄어들겠죠.”

금융 플랫폼은 선진국 될 수 있어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로는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학자금 대출부터 주택자금 대출까지 통합적인 대출 관리 서비스를 할 겁니다. 맞춤형 투자, 대출 등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에요.”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조건의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프라이빗 뱅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고객으로서는 온라인 PB가 생기는 셈이다. 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금융상품 마케팅과 중개이다. 이 서비스를 적극 알리고 마케팅을 통해 고객 접점을 만들려 최근 펀드레이징도 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금융 스토어다. 핀다는 처음부터 이런 비즈니스를 추구했다. 대출모집인이 하나의 금융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이 회사 금융상품만 팔도록 한 일사전속주의의 규제 탓에 금융상품 추천만 하다 지난 5월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돼 여기서 벗어났다. “국내에서 이 모델을 숙성시키면 다른 나라에의 이식도 가능해요. 과제가 많지만 플랫폼 쪽에서는 우리나라도 금융 선진국을 꿈꿔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의 어드바이저로 있으면서 뭘 배웠나요?

“구글 회장을 지낸 에릭 슈미트 등 제가 만난 실리콘밸리의 거인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컸습니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돈보다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로 창업을 하죠.”

1496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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