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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그 후] 이재용 부회장 경영활동 제약 없어 

 

재계 “무역전쟁·수출규제에 불확실성 또 가중”… 삼성, 비상경영 체제로 투자 유지

▎8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67) 전 대통령, 최순실(63·본명 최서원)씨의 원심을 모두 파기환송하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공여한 뇌물액을 원심(2심)보다 50여 억원 이상 추가로 인정했다. 또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승계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이 먼저 요구했는데 뇌물공여죄 인정”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2017년 1심 판결의 요지와 거의 유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원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공여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정유라의 말 3필(34억1797만원 상당)과 최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16억2800만원)을 모두 부정한 청탁에 따른 뇌물이란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을 공여하며 당시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에 도움을 얻겠다는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1, 2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공한 뇌물이라고 공통적으로 인정한 최씨의 코어스포츠 용역대금(36억3484만원)까지 더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액은 총 86억8081만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액수가 중요한 것은 뇌물액이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횡령액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양형규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따라 5년 이상의 형을 선고해야 해 실형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 부회장이 횡령액을 모두 변제한 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 70억원을 건네 유죄를 받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은 점 등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가 될 수 있다. 뇌물액이 50억원을 넘긴다 해도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란 뜻이다. 또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석방된 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검이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거나, 청구하더라도 재판부가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에 수동적으로 임한 점이 파기환송심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인재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가 무죄로 확정된 점,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받지 않았음을 인정한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 직후 재계에선 삼성발 불확실성이 경제계 전체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단체는 이날 일제히 “이번 판결이 한국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논평에서 “우리 산업이 핵심 부품 및 소재, 첨단기술 등에 대한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산업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이 비메모리·바이오 등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할 것”이라며 “경영계는 금번 판결이 삼성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행정적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배상근 전무 명의의 논평에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이번 판결로 인한 삼성의 경영 활동 위축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에 크나큰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1·2심 선고 때는 입장을 내지 않던 삼성전자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예상보다 (판결 결과가) 심각하게 나왔다. 참 어려운 시기라는 말 외에 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법원 판결문에 언급된 SK는 최순실에게 89억원의 뇌물을 요구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뇌물공여와 관련해 임원들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파기환송심 최종 판결 최소 1년

‘최순실 특검팀’ 박영수 특별검사는 “대법원에서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고 마필 자체를 뇌물로 명확히 인정해 바로잡아준 점은 다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파기환송심 재판의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2016년 최순실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다.

이 부회장에게 선고될 형에 대해선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기환송심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대부분의 쟁점을 사실상 정리한 상황인 만큼 이른 시간 내에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이뤄진 판결을 다시 다루라며 원심으로 돌려보내는 법률적 판단이다. 파기환송이 되면 ‘대법원이 한 법률상·사실상의 판단’에 구속되기 때문에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법원 취지대로 판단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소극적으로 줬느냐’ ‘뇌물을 준 데 대한 이득은 없었는가’라는 점 등은 파기환송심에서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뇌물 액수가 늘어난 만큼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적용해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5년에서 2년6월로 반감한다면 3년 이하의 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량감경은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부 재량으로 형을 감량하는 것을 말한다.

사건 심리 속도는 다른 중요 사건에 비해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중요 사건 파기환송심에는 6개월 이상이 걸리지만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법적 쟁점을 압축한 만큼 남은 분쟁의 소지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검찰과 이 부회장 양측의 재상고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최종 판결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몸으로 경영활동이 가능하다.

한편 이날 대법원 판결에도 삼성은 일단 현행대로 사업 분야별 임시 태스크포스(TF)를 통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2017년 2월 해체한 후 삼성은 각 계열별로 전자쪽은 사업지원 TF, 금융은 금융경쟁력제고 TF, 건설은 EPC강화 TF가 임시 컨트롤 타워를 맡아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전무나 사장급인 각 TF장들로부터 주요 현안만 보고받는 현재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또한 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는 예정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박태인·정진호·강기헌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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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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