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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하나 이상, 멀티 클라우드 도입 바람직” 

 

데이터량 폭증으로 클라우드 시스템 필수

▎사진:김경빈 기자
“해야 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내 정보기술(IT) 시스템의 클라우드 전환을 돕는 베스핀글로벌 창업자 이한주 대표는 “기업은 점점 더 클라우드 전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전환은 데이터 저장을 위해 기업이 직접 서버실을 구축하는 대신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제공 업체가 구축한 가상 서버를 임대해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그동안 기업은 빨라야 3년에 한번 서버를 새로 구축해왔지만,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자체 구축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데이터를 잘 쓰기 위해서도 클라우드 전환이 필수”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전환은 이미 제조·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서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데이터가 ‘제조-마케팅-영업-판매’로 이어지는 기업 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필수 요소로 작용하면서다. 시장조사 업체 IDC는 클라우드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으로 매출을 창출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매출 증가 속도가 평균 2배 빨랐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베스핀글로벌과 손잡고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 중국 국영 석유화학 기업 페트로차이나는 서버 구축에 드는 비용을 최대 70%까지 절감하며 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클라우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대기업 역시 베스핀글로벌과 손잡고 클라우드로 자사 IT 시스템을 이전하고 있다. 국내 15위 대기업 집단 두산은 23개 소속 회사 전체의 서버실을 닫고 클라우드로 완전히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클라우드 제공 업체의 가상 저장 공간과 이들이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 툴을 구매해 쓰는 게 훨씬 저렴하고 효율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클라우드 전환의 필요성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한주 대표를 만나 클라우드로의 더 나은 전환 방안을 물었다.

기업들은 왜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고 있나.

“기업들은 클라우드로 전환 이유 첫 손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꼽는다. 오늘날 기업이 하는 모든 결정에 데이터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기업은 무얼 만들지 무엇을 어떻게 팔지와 같은 일련의 결정 뒤에 데이터를 둔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이용 기록 2억개가 많은 양이라고 봤던 과거에는 기업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갖추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페이스북 이용자만 10억 명이다. 기업 스스로 서버를 구축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활용하기엔 데이터의 양이 너무 많다.”

클라우드 전환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나.

“기업이 클라우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화웨이가 클라우드에 있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써서 고객들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영업 전략을 바꿔나가고 있는데 삼성전자만 자사 IT 시스템을 고집해서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모을 수 있는 데이터는 모두 모아 활용에 나서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서버 구축에 시간을 낭비하면 되겠나. 빠른 변화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그때그때 알맞게 구입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기업이 클라우드 제공 업체에 휘둘릴 가능성은 없나.

“실제로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한곳의 업체와 손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 종속되는 ‘벤더 락킹’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전환 과정에서 사업부별, 활용 목적별로 구분해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동시에 차용하는 이른바 ‘멀티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 2010년부터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경우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사용하는 동시에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그리고 직접 구축한 클라우드까지 여러 시스템을 혼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 때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기업이 많다.

“모든 혁신은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미래에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혁신에서 기업은 확실히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클라우드에서 월정액 또는 정량제를 구매해 쓰게 되면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비용을 들이고, 3~5년마다 새로운 서버로 재차 교체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과 비교해 약 70% 저렴하다. 문제는 비용 절감 효과를 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발 혁신은 단순히 서버를 임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클라우드를 관리하는 조직, 조직 안에 있는 사람이 모두 바뀌어야 가능해진다.”

금융과 같은 규제 산업은 클라우드 혁신이 쉽지 않겠다.

“결제와 같은 금융거래 내역이 국내에서 개인정보로 취급되고 업종 특성상 오랫동안 전통적인 방식의 IT 시스템을 구축해온 탓에 금융 업계 전반의 클라우드 전환이 더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크다. 클라우드는 자사의 데이터를 가상의 서버에 손쉽게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데이터를 공유해 거래할 수 있는 특징도 갖기 때문이다. 이때 은행이 가진 정보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데이터 거래소를 열고 은행이 클라우드에 저장한 결제 정보를 일반 기업이 구매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있지 않나.

“보안의 범주는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사람 등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인프라가 첫 번째다. 기업을 주저하게 하는 보안 우려는 여기에 있다. 클라우드 공급 업체가 깔아둔 가상 서버라는 인프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 기업이 직접 구축한 데이터센터 보안보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의 보안 수준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애플리케이션과 사람에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은 클라우드 환경에 맞게 변형해야 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다만 현재까지 터진 보안 사고는 기존 IT 시스템에서 발생했고, 클라우드에서는 없었다.”

클라우드 시장 성장의 수혜는.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이 늘면 클라우드 공급 업체들은 계속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3사가 설비 투자에 쏟아부은 돈은 약 80조원에 달했다. 이런 덕에 반도체 경기가 계속 좋아지리라 본다. 그리고 개별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을 돕는 클라우드 관리 업체(MSP)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이 이제 막 태동기인 만큼 거대 MSP가 등장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베스핀글로벌은 매달 전월 대비 10%씩 성장하고 있다.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1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07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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