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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36) 최성욱 센트비 대표] “중소기업 외환문제 해결사 될 것” 

 

해외 송금 서비스 플랫폼 선보여… B2B 서비스 내년 1월 시작

▎사진:신인섭 기자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해외 송금이 가능합니다. 송금 수수료는 은행을 이용할 때보다 최대 90% 절감되죠.” 해외 송금 서비스 플랫폼 센트비의 최성욱 대표는 “은행 지점도, 거래 계좌도 없는 동남아 비도시 지역 거주자의 경우 전당포 등 대체 금융회사를 통해 송금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금 수수료는 100만원을 보낼 때 은행 대비 4분의 1 수준인 1만5000원입니다. 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는 재사용률로 측정할 수 있는데 석달 기준 65%입니다. 송금 대상국별로 차이가 있지만 꽤 높은 수준이죠.”

설립 직후 센트비를 찾은 국내의 한 필리핀 근로자는 “신의 은총을 빈다(God bless you!)”고 외쳤다고 한다. 센트비 덕에 필리핀의 아내가 집 앞 전당포에서 자신이 송금한 돈을 찾게 됐기 때문이다. 가족이 필리핀의 한 섬에 살았던 20대 중반의 이 고객은 당시 4년째 국내에서 일했는데 센트비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전엔 은행 지점이 있는 도시에 사는 형에게 송금을 했고, 아내가 배를 타고 이 형을 방문해 자신이 보낸 돈을 찾아갔다고 한다. “지역의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집에 송금을 하려 집단으로 휴가 내 봉고 타고 은행 지점을 찾는 것이 현실입니다. 송금 앱을 이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죠.”

김해와 안산엔 센트비 CS센터가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랑방 구실을 한다. 여기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도 실시한다. 스타트업으로서 센트비의 강점은 혁신에 강하다는 것이다. 새 기술이 나오면 비즈니스에 바로 적용한다. 핵심 역량은 외환관리로, 글로벌 거래를 위해 싱가포르 등 해외 거점에 자체 네트워크를 두고 있다. 제조업으로 치면 물류 거점 같은 곳이다. 설립 후 지금까지 총 96억원을 투자 받았다.

센트비는 ‘(돈이) 보내졌다’는 뜻이다. 누적 해외 송금 거래액은 약 3500억원, 누적 송금 건수는 약 50만건이다. 해외 송금 실적 기준 상위 4개사에 속한다. 최 대표가 한국자금중개 외환중개사 출신이라 센트비는 전문 영역인 외환관리로 특화해 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출입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 송금 시장을 개척 중이다. “외환 변동성 탓에 중소기업들이 실물 거래와 대금 정산 시점간 시차로 인한 잠재적 손실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어쩌다 환율 변동으로 운 좋으면 벌기도 하지만 큰돈을 잃기도 하죠.”

센트비는 2015년 9월 설립됐다. 구성원은 35명이다. 올 예상 매출액은 40억원 이상으로 지난해의 최대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엔 상용화를 앞둔 B2B 송금 덕에 올해의 4배 규모에 달할 것으로 최 대표는 내다봤다. “B2B 해외 송금을 늦어도 내년 1월 중엔 상용화합니다. 당연히 은행보다 좋은 조건이지만 아직은 경쟁자가 없어요.”

B2B 해외 송금은 어떻게 하나요?

“현물 거래가 이뤄질 때 외화 포지션을 0으로 만들어 주는 센트비의 자동 환 헤지 시스템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고객 기업이 환 변동에 신경 쓸 필요가 없죠. 우리가 구축한 시스템으로 수출입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대처 못하는 외환 변동성 문제를 해결해 기업들이 현물거래와 원화에만 신경 쓰면 되는 무역 시대를 열 겁니다.”

그는 중소기업들은 자칫 외환 관리에 실패하면 흑자도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리 기업이지만 중소기업과 국내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금융 서비스를 통해 좋은 세상에 이바지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B2B 해외 송금은 금융회사들로서도 중요한 시장 아닌가요?

“은행들이, 솔루션 업체가 들어올 거라고 아직은 생각 못하는 거 같습니다. B2C 시장과 마찬가지로 기업 입장에서는 센트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죠. 해외 송금 업계로서도 은행들과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긴 규제의 터널 통과

센트비 가입 및 송금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앱으로 신청하면 20초 안에 인증을 받아 해외 송금을 할 수 있습니다. 송금 자체는 5분이면 할 수 있는데 송금하는 나라의 은행이 근무 시간이 아니면 다음 날 찾아야 되죠. 그래도 2~3일 걸리는 은행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처리가 빠릅니다.”

센트비는 긴 규제의 터널을 통과했다. 우선 창업 초 금융위원회 등이 한국을 대표할 산업이라고 지원할 때 기획재정부가 불법 서비스라며 문제를 제기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관계 법령 미비로 조사할 가치가 없다며 입건을 유예했다. 소액 해외 송금 핀테크 업체가 법상 금융회사로 분류돼 벤처캐피털의 직접 투자가 봉쇄되기도 했다. “법령 정비에 6개월 걸렸는데 스타트업으로서는 반년이면 몇 년 같은 세월입니다.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송금은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라 만들어진 새 라이선스를 취득하느라 6개월간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죠. 시행 유예기간을 뒀다면 중단 없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산업의 변화를 당국이 따라잡지 못했고 그나마 주무부처 간 손발이 안 맞아 서비스 지체가 생긴 셈이다.

핀테크 산업에 대한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요?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이 일어나려면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문제를 풀려 부분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었지만, 박스를 뚫고 나왔을 때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대처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법적·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분들도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최 대표는 핀테크 산업을 꽃피운 싱가포르의 경우 관련 정부 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혁신과 관련해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더라고 덧붙였다. 센트비는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네거티브 룰이 대종인 미국은 이 룰을 안 지켜 문제를 야기한 기업에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부과합니다. 기업가가 경제사범이 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한 순간에 인생이 무너지죠. 반면 처벌이 약해 경제사범도 할 만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우리나라는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아예 처음부터 해당 사업을 하지 말라고 당국이 막습니다.”

우리나라의 핀테크 산업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요? 성장 잠재력은 있습니까?

“당국의 규제와 전통 금융산업계의 견제 탓에 날개를 펼 수 없는 상황이라 쉽지는 않습니다. 금융에 관한 한 한국은 갈라파고스예요. 종사자들의 역량이야 우수하죠. 정말 뛰어난 사람들은 그래서 해외 기업으로 옮기기도 해요.”

그는 국내 금융사들이 예대 마진에 안주하지 않고 정말 글로벌 경쟁을 하겠다면 핀테크 업체들과 전방위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트비는 회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개인의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최 대표는 “서로에게서 배우고 함께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 똘똘 뭉치는 게 회사 다니는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 서비스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한편 기업들의 외환 문제 해결사가 되려 합니다. 한국으로의 송금, 해외 간 송금·결제 서비스도 개발 중이죠. 장차 대표 핀테크 회사로 성장해 아시아에서 주목 받는 한국의 핀테크 기업으로 우뚝 서는 게 목표입니다.”

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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