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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기업 육성해 동반성장일본 기업들은 어떤가.“의사결정이 느린데 비해 한번 정하면 약속을 칼 같이 지키고 일관성이 있다. 현지 기업들과의 강한 네트워크로 생태계를 구축했다. 정부도 좋아한다. 또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도요타가 만든 ‘KIJANG’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다. 일본에서 만들어 온 게 아니라, 일본의 기술과 제조 방식만 들여와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체형과 지형지물, 문화 등을 반영해 만들었다.”그간 한국 기업들은 현지화 전략이 부족했나.“한국이나 인도에서 잘 팔린 차를 들여와 판매하기 바빴다. 고가인데 비해 시장성은 떨어졌다. 중국은 후발주자임에도 현지에 맞는 품질 좋은 차량을 합리적 가격에 팔고 있다. 삼성과 LG가 잘 되는 것은 이들을 이길 경쟁사가 없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판세가 뒤집힐지 모른다. 물론 CJ나 포스코처럼 인도네시아에서 잘 하는 기업들도 있다.”현대차가 동남아에서 도요타의 아성을 깰 수 있을까.“도요타가 아스트라인터내셔널이라는 현지 파트너를 가진 것처럼 현대차도 판매, 부품 등과 관련한 강고한 현지 동맹이 필요하다. 또 전기자동차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현지인들이 무조건 싼 것을 좋아한단 생각을 버려야 한다. 소비자들의 어려움과 갈망을 분석해야 한다. 단기간에 승부를 내려고 해서는 일본을 이기기 어렵다.”일본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같은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나.“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많다. 개발도상국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을 현지 제조, 판매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 큰 인기를 누리는 K팝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늙은 이미지인데 비해 한국의 이미지는 젊다.”한류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일본 산업이 동남아에서 급팽창하던 1974년 제국주의란 비판이 일며 큰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일본 기업 빌딩에 불을 지를 정도로 격렬했다. 그렇지만 일본은 소프트파워와 강고한 가치사슬을 통해 인도네시아 시장에 스며들었다. K팝의 인기가 많지만, 너무 한국적인 것을 내세우면 시장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개인적 선호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중국과의 경쟁도 치열하지 않나.“중국의 울링(Wuling)이 인도네시아 진출 3년 만에 자동차 시장점유율 4~5%를 달성했다. 저렴하고 제품 수준도 좋다. 다만 반중정서가 강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경계심이 있다.”아세안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이 중국 자본과 손잡지 않나.“물론 화교와 중국 본토 자금이 연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중국 자본이 화교 기업을 밟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영역 싸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화교들의 정체성은 중국과는 다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이미지가 좋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베트남 편향 벗어나 아세안으로 눈 돌려야한국 기업들은 아세안보다는 베트남에 매력을 느끼지 않나.“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정치적 위험이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어딜 가든 정부 고위 관료들과만 친분을 쌓으려고 한다. 당이 한국 아닌 다른 국가 기업을 선택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인구의 40%를 차지한다.”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아세안 진출 기회가 있나.“물론이다. 현지 소비자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한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DNC라는 벤처캐피털(VC)가 한국의 한 사이버 보안 회사에 투자한 바도 있다. 한국 스타트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 현지 투자를 받으면 시장에 안착하기 좋을 것이다.”인도네시아 유니콘은 성장 가능성이 큰가.“이익이 없는 성장 중이다. 매출 증대와 밸류에이션에만 신경 쓰기보다 수익이 발생하는 내실 있는 성장을 해야 할 때다. 유니콘이라도 기업공개(IPO)를 하면 다 떨어진다.”아세안 진출을 염두에 둔 한국 기업들에 조언한다면.“중국과 일본에는 악감정이 있지만, 한국에는 악감정이 있을 이유가 없다. 현지 시장을 이해하는 먼저다. 그리고 약속을 꼭 지켜 신뢰를 쌓아야 한다. 한국의 자금력이나 기술력이 높다고 교만해서는 안 된다. 친한 감정을 강화해야 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