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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세계 경제 흔들 주요 변수 - 미중 무역전쟁] 1단계 합의에도 강대강 대치 이어질 듯 

 

미 대선 등 정치적 셈법까지 복잡다단… 두 나라 경제 나빠져 대화 이어가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2019년에도 긴박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1월 미국이 국가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부품 사용 금지 법안을 내놓으면서 중국 정부를 긴장시켰다. 이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25% 인상을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도 6월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통신장비 판매와 사용을 금지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재차 화웨이 등을 겨냥하자, 중국은 예정됐던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 취소를 결정하면서 맞섰다. 6월 말 들어 일시적으로 갈등 해소 기미가 엿보였다. 일본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서로 조금씩 양보한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하지만 7월 말 협상이 결렬되면서 두 나라는 또 티격태격했다. 8월 미국 재무부는 중국이 1994년 이후 환율 조작을 계속했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를 자극했고, 중국은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보복관세 부과 예정을 발표하면서 응수했다.

보복 관세 주고받다 극적으로 1단계 타결

9월과 10월 두 나라 관계는 고위급 회담으로 다소 진전된 양상을 보였다. 특히 10월 협상에서 부분합의(스몰딜)가 타결되면서 서로 관세 문제를 당초 예정보다 원만히 처리하기로 했다. 11월 중 합의문 서명이 추진됐지만 실무협상에서 관세 철회에 대한 두 나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타결이 미뤄졌다. 이후 12월 12일(현지시간)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 협상 전격 타결을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서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합의의 긴급성을 경시하는 것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즉흥적 주장이었던 만큼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1단계 합의로 미국은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철회하게 됐다.

1단계 합의 성사와는 별개로, 길었던 미중 무역 갈등이 2020년에는 봉합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지금으로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미 갈등의 불씨가 남은 상황에서 1단계 합의가 됐더라도 또 어떤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스타일이며 시진핑 주석도 미국과의 긴장 관계 유지로 정치적 득을 보는 측면이 있다. 언제든지 추가적인 무역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이번 1단계 합의에서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원래 예고대로 부과한다는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역시 두 나라 사이에 당분간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12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시한(데드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나는 어떤 면에서 중국과의 합의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기자)이 진실을 원한다면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다.” 그가 말한 선거는 2020년 11월 3일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달렸다. 그의 말이 진심에서 비롯됐는지, 특유의 허풍에서 비롯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대로라면 2020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무역갈등이 언제든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어찌 됐든 기세등등하게 보이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사정이 좀 더 복잡하다. 국력에서 미국에 상대적으로 뒤처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무역갈등 여파로 최근 경제 상황이 썩 좋지 못해 시진핑 주석 등 공산당 수뇌부를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다. 201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 6.4%, 2분기 6.2%, 3분기 6.0%로 잇따라 낮아졌다. 4분기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3분기보다 낮은 5%대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 인민대는 중국의 2019년 연간 성장률이 6.1%에 머물고, 2020년 5.9%로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2010년 10.6%로 정점을 찍은 후 성장률이 우하향하기는 했어도 줄곧 고성장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8년 6.6%까지 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예전만 못해졌다. 2018년의 6.6%는 1990년 3.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무역갈등 장기화로 그만큼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내심 무역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고 싶어 할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중국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미국도 마냥 여유를 부리기엔 점점 어려워져서다. 그게 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경제는 2018년 성장률 2.9%로 선방했지만 2019년엔 2.3%, 2020년에는 1.8%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도 점차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중기업협의회(USCBC)는 2019년 중국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 2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미국 기업 81%는 2019년 중국 사업을 하면서 갈등 장기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1년 전 조사 때보다 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또 26%는 2019년 무역갈등 때문에 중국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2018년 조사에서는 9%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섣불리 미국에 꼬리를 내리고 불리한 협상 조건에 응할 이유가 줄었다. 실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USCBC 조사 결과를 인용한 2019년 사설에서 “미중 경제협력은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시장의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며 “협력해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나, 무리하면서까지 미국 이익 중심의 협상에 응하지는 않을 것임을 돌려 선언한 것이다.

“중국에서 얻는 수입 감소” 미 기업들 불만

결국 1단계 합의 성사와는 무관하게 2020년에도 미중 무역 갈등은 봉합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대강의 대립 구조에서 어느 한쪽이 많이 양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 해결을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 셈법까지 복잡하게 깔려 있다. 단 한가지 예외적인 가능성이라면 2020년 안에 두 나라 중 어느 한쪽, 또는 양쪽 경제가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하고 급격하게 나빠져 다소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무역갈등이라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해야 하는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변수일 수 있지만 이는 11월이나 돼야 결과가 나온다. 그때까지는 정치적 카드로 미중 무역갈등을 반복해서 꺼낼 공산이 크다. 불리한 조건에 협상을 졸속 타결했다는 여론이라도 쏟아지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트럼프 대통령도 셈법을 거듭 신중하게 가져갈 전망이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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