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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브릭스 경제는 어디로] 정체기 지나 후퇴기로 접어드나 

 

브라질 빼고는 성장률 떨어질 전망… 서방 경제 제재 못 벗어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으로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기공식에 참석해 파이프에 사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01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1세기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끌어갈 신흥국으로 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를 꼽으면서 ‘브릭(BRIC)’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S)이 합류하면서 브릭스가 됐다. 2006년 첫 정상회담이 열렸고, 2009년부터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2019년에는 11월 13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5개국 정상이 모였다. 브릭스는 세계 인구의 42%, 국내총생산(GDP)의 23%,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그룹으로 그동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2014년에는 참가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신개발은행(NDB) 설립이라는 성과도 냈다. 미국과 유럽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에 맞서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NDB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의 정치적 불안 여전


브라질 경제는 여전히 바닥권을 맴돌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연금개혁안이 2019년 10월 의회를 통과하면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의 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은 중남미 주요국 가운데 멕시코와 비슷하고 칠레·콜롬비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브라질 경제부는 최근 2019년 성장률 전망치를 0.85%에서 0.9%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브라질 경제는 2015년 -3.5%, 2016년 -3.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졌다가 2017년 1.3%, 2018년 1.3% 성장했다. 2020년은 2.32%로 예상했고, 2021년부터는 2.5%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경제부는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0년 브라질 경제가 2%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하면서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던 물가가 들썩이는 등 또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 기조가 흔들리면서 기준금리 결정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현재 5%로 1996년 도입 이래 가장 낮다.

S&P는 브라질 경제에 대해 “과다한 공공부채 부담이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라면서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중앙은행 자료 기준으로 2019년 8월 말 현재 브라질 연방·주·시 정부의 공공부채 총액은 5조6180억 헤알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79.8%로 역대 최고치다.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은 2008년 투자등급으로 올라섰으나,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 사이에 재정 악화로 정크 수준으로 강등했다. S&P와 피치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BB-, 무디스는 Ba2로 각각 평가했다.

러시아 경제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공개한 ‘유럽·중앙아 지역 경제 전망보고서’에서 2019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은 2019년 6월에는 그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1.2%로 내다봤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2019년 경제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서방의 대(對)러 제재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 개입과 크림반도 강제병합 등과 관련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한 뒤 지금까지 연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둔화가 어려운 러시아 경제에 추가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세계 경제 둔화 환경에서 러시아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정부의 투자 지출을 포함한 투자 적극성이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러시아의 경제 상황을 두고 ‘정체기’를 지나 ‘후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세계은행은 2020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측했다. 앞선 전망치에서 0.1%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개통한 중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러시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이어 2015년 천연가스 가격 폭락이 겹치면서 시련을 겪어왔다. 양국은 ‘시베리아의 힘’으로 명명한 이 천연가스관을 2019년 12월 2일(현지시간) 개통했다. 러시아는 향후 30년간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한다. 중국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22%가량 되는 엄청난 양이다.

인도는 2019년 기상이변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농작물 수확 감소로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했다. 인도의 2019년 경제성장률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인도가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중앙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6.1%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8%대였던 데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인도는 계속 증가하는 인구를 감안할 때 현 경제 수준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5%는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인도 정부는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의 원인이 사회통합 부족에 있다며 ‘힌두민족주의’라는 해결책을 꺼내들었다. 인도 인구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를 중심으로 사회를 통합하면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슬림 등 동북부 소수 집단을 탄압하는 ‘불법 이민자 색출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경제 개혁 계획이나 민족간 다양성 수용책 등은 없다. 이 때문에 인도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인도가 가진 인력과 자원, 기술력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민족주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경제 개혁 계획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국영기업 방만 경영 등에 발목 잡힌 남아공

남아공 중앙은행은 2020년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종전 1.8%에서 하향 조정한 것이다. 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에서 1.8%로 낮췄다.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이 줄어들고 있는 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으며 노동 시장이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해 남아공 경제가 실업과 빈곤,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더 악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남아공에 강력한 경제 개혁 조치를 주문했다. IMF는 “남아공은 현재 정부 부채 증가, 국영기업의 방만 운영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0년 남아공의 경제성장률이 인구 증가율을 밑돌 것으로 점쳤다. 2019년 포함해 지난 5년간 이어졌던 이 같은 저성장 기조가 2020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각종 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 비효율적인 인프라 등에 대한 ‘느린 개혁’이 민간 투자와 수출의 정체를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정 적자가 악화하고 국가 부채가 급증한다는 점에서 남아공의 2020년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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