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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유럽 경제는 어디로] 재침체 늪으로 다시 빠지진 않을 듯 

 

유럽의 버팀목 독일의 부진 우려… 미중 무역전쟁, 트럼프의 대EU 통상정책이 변수

▎12월 1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부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8년 하반기 이후 유럽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로지역 경제의 성장 정체가 우려된다. 그동안 유럽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던 독일의 부진이 유로지역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경제의 21%, 유로지역 경제의 29%를 차지하는 제1의 경제대국이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독일 경제의 성장률이 유로지역의 성장률을 상회했다. 하지만 2018년 들어 국제무역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 주도 성장을 해온 독일 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돼 유로지역 성장률을 깎아먹고 있다. 특히 2019년 3분기에 독일 경제가 -0.1% 성장해 기술적 침체(2분기 연속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재정완화 정책에 힘입은 민간소비 증가로 어렵사리 전기 대비 0.1% 성장했다. 그럼에도 현재 독일은 유럽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기보다 부담스런 존재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성장률 지표들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지역 경제가 2019년 3분기에 당초 예상(전기 대비 0.1% 성장)보다 높은 0.2% 성장함에 따라 2019년 전체 성장률은 1.2%로 소폭 상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총생산(GDP) 구성 항목들을 살펴보면, 2018년까지는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으나, 2019년에는 내수(특히 민간소비)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 튼튼한 프랑스만 건재


국가별로 보면, 프랑스는 서비스 부문의 견실한 성장세와 제조업의 생산 증가세 회복, 그리고 민간 부문의 견조함에 힘입어 제조업 활동이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수출 제조업의 비중이 큰 독일은 최악의 부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스페인도 위축 상태를 보이고 있다.

독일 제조업의 약화 원인으로 중국의 수요 둔화를 꼽을 수 있다. 제조업이 견조한 프랑스에 비해 독일은 유럽 수요 비중이 작고 중국 수요 비중이 큰데, 중국 노출도가 높은 산업의 성장률이 부진하다. 그나마 독일의 2019년 11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7로 아직 양호한 편이다. 독일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PMI 간 격차는 2019년 들어 크게 확대됐다. 과거 두 부문 간 격차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따라 동반 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어 운송·물류·저장 등 제조업 경기와 민감한 서비스 업종의 고용지수가 이미 하락 추세다. 앞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대(對) EU 자동차 관세 부과 등의 대외 변수가 독일 제조업은 물론 독일 경제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로지역 경제는 수출 부진을 내수 부문, 특히 민간소비로 만회해왔다. 하지만 ‘고용 증가(실업 감소)→임금 상승→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후생지수인 실업률을 보면 유로지역의 경기 흐름이 악화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2013년 4월 최고치(12.1%)를 기록했던 유로지역의 실업률은 꾸준히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감소하던 독일의 실업자 수가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지난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 EU집행위원회는 2020년 유로지역 경제가 2019년보다 소폭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달리 다수의 민간 예측기관들은 유럽 경제의 부진을 예상해 유로지역의 경제성장률을 2019년보다 낮게 잡고 있다. UBS와 BNP파리바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0년 유로지역의 경제 전망치를 0.7%로 하향 조정했다.

유로지역 경제는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느냐(‘L’자형) ▶성장 둔화세가 멈추고 회복세로 돌아서느냐(‘V’또는 ‘U’자형) ▶아니면 부진이 심화돼 침체에 빠지느냐 하는 중대 기로에 놓여있다. 채무위기와 같은 내부충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유로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내부 요인보다 외부 요인 탓일 가능성이 크다.

2020년 유로지역 경제의 향방은 대외 변수와 정책 대응에 좌우될 것이다. 우선, 유로지역 경제에 영향을 줄 대외 변수로는 세계 무역환경과 브렉시트 협상을 들 수 있다. 세계 무역환경은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무역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획기적인 진전이 있느냐와 트럼프 행정부가 EU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가 최대 관건이다. 다수의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EU에 대해서는 압박 강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2020년 무역환경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경제 둘러싼 세 가지 시나리오

UBS는 국제무역환경과 영향에 따라 2020년 유로지역 경제의 향방을 세 가지로 상정하고 있다. 여기에 ECB의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2020년 유로지역 경제의 향방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해본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확률 50%의 시나리오로, 유로지역 경제가 2019년 수준의 성장률(1.0∼1.4% 내외)을 유지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는 미중 무역분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미·EU 간 무역협상도 진전을 보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만, 국제무역환경이 개선되더라도 기업의 주문 증가 및 자신감 회복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ECB는 2020년 3월에 예치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소비가 완화적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에 힘입어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침체 시나리오다(확률 30%). 미중 무역분쟁의 확대와 미국의 대(對)EU 자동차관세 부과 등으로 무역환경이 악화되고 영·EU 간 미래 관계 설정 협상 실패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대응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아 제조업의 부진이 서비스 부문으로 전이되고 부진한 수출을 상쇄해왔던 민간소비도 고용 악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엔진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경우 유로지역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경제성장률 0.5∼0.9%).

세번째 시나리오(확률 20%)는 경제성장률이 2019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낙관적인 경우다(경제성장률 1.5∼1.9%). 무역환경의 개선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의 가파른 성장, 그리고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유로지역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회원국들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내수 호조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또 브렉시트 협상의 진전으로 유럽 정치적 리스크가 완화됨으로써 경제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 김득갑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교수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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