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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미국 경제는 어디로] 나홀로 활황 어렵지만 소프트랜딩 가능 

 

경제성장률 2% 전후 예상… 투자 부진해도 민간소비는 탄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월 24일(현지시간)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장병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 사진:연합뉴스
2020년 미국 경제는 소프트랜딩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6월 경기 저점을 지나 2019년 12월 현재 126개월째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강도는 약해졌다. 미국 경제도 식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2019년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비 연율 2.1%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1분기 3.1% 대비 둔화한 모습이다. 미국 경기 확장세가 무한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2020년 미국 경제는 둔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유럽·중국 등 주변국 경기가 꺾이는 상황에서 미국만 나홀로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관들은 2020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9년보다 0.2%∼0.6%포인트 정도 낮은 2% 전후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임금 상승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여전히 소비·고용 등 다른 부분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점진적 둔화인 ‘연착륙(Soft Landing)’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는 양호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여전히 견고하다. 실업률은 2019년 11월 현재 월 3.5%로 1969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는 11월 현재 26만6000명으로 1∼11월 평균 17만2000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구인 건수 당 실업자 비율은 2019년 9월 현재 0.8로 노동시장에서 여전히 구직자 수보다 일자리 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한편, 가계 소득 및 가계 소비 증가율은 최근 둔화되고 있지만, 가계 소득 증가율이 소비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여전히 소비 여력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최근 12개월 만에 2%대 진입하였지만, 여전히 임금이 늘어나는 중이다.

제조업 부진, 서비스업으로 전이 가능성


민간 고정투자 증가율은 추세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민간 고정투자 증가율은 2019년 1분기 3.2%에서 2분기 -1.4%로 하락하면서 13분기 만에 마이너로 전환되었고, 3분기도 -0.1%로 여전히 마이너스이다. 또 민간 기업의 투자 수요를 반영하는 비국방자본재수주 증가율은 2019년 1월 3.5%에서 10월 -0.5%로 하락했다. 따라서 투자 부진 지속 등 감안 때 성장 모멘텀 약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미국 경제는 다음의 5개 이슈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제조업 경기 부진의 확산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산업경기 지표는 하락 중이다. 미국의 광공업 전체의 생산활동 동향을 볼 수 있는 산업생산지수는 2018년 4분기 이후 증가세 둔화를 보이다 2019년 10월 현재 108.7포인트로 전년 동월비 -1.1%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더욱이 ISM 제조업 지수는 2019년 11월 현재 48.1포인트로 2019년 1월 56.6포인트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산업경기 위축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ISM 비제조업 지수도 2019년 1월 56.7포인트에서 11월 53.9포인트로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제조업 부진이 서비스업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고용지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제조업 부진이 고용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둘째는 무역전쟁의 역풍 가능성이다. 2019년에 들어 미중 관세분쟁이 격화되고 기업 규제, 환율 전쟁 등으로 분쟁이 확산돼왔다. 그러나 최근에 미중 무역협상에서 1차 합의에 도달하면서 양국의 갈등이 다소 완화됐다. 이런 부분적 합의가 완전 타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완전 타결을 도출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부분적 합의 도출과 추가 관세는 보류했지만, 현재 시행 중인 관세 조치에는 변동이 없고, 대중 무역제재가 이어진다면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이 누적될 것이다. 미국 정책재단에 따르면, 2019년 12월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시행한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 인상 조치 및 추가 계획으로 총 321억 달러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이루어지면 연간 최대 1211억 달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2019년 12월 31일까지 트럼프 정부가 조치한 관세 부과와 계획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총 1677억 달러로, 2년 동안 가구당 평균 1315달러 정도의 부담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계했다.

셋째는 선거와 정책 불확실성이다. 2020년 미국의 빅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 여부일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와 더불어 2020년 미국 대선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포퓰리즘적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어,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 및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미국의 무역정책 및 통합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양국의 입장 차가 존재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또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낮은 지지율 및 세계 경기의 하락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포퓰리즘 성격의 정치·경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존재해 또 다른 정책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넷째는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의 한계이다. 낮은 수준의 정책 금리, 재정 건전성 우려 부각 등으로 통화 및 재정정책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미국 경기 둔화로 미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정책 금리는 낮은 수준을 보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물론 금리 인하로 기업 및 가계 자금 조달 여건 개선될 여지는 존재하나 제한적일 전망이다. 또 2020년 재정수지 적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 건전성 우려가 두드러져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화·재정정책 효과 한계

마지막으로 달러화 약세 전환 여부이다.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경기 부진,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 등으로 약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부진을 우려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 격차 축소로 미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다. 또 미국의 경기 둔화,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 등 요인도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화 약세 유도 노력이 강화될 수 있고 이는 달러화의 변동성 확대 또는 달러화 약세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산업분석팀장)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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