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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예측 | 중국 경제는 어디로] 미중 무역전쟁 악화하면 5%대 성장 우려 

 

투자·수출→소비, 제조업→서비스업으로 경제 성장축 이동 전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중국 경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에 근접하는 성장을 했다. 그러나 2020년은 5%대 성장에 진입하는 첫해가 될 것이며, 그 이후 10년도 4~5%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 내용을 보면 수요 측면에서는 투자와 수출에서 소비 중심으로,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위주로 성장할 것이다.

1980년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을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1980년대 연평균 9.8%, 1990년대 10.0%, 2000년대 10.4%로 높아지다가 2010년대는 7.6%로 낮아졌다. 그러나 2010년대 세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3.6% 성장한 것과 비교해 보면, 중국 경제는 여전히 2배 이상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에 2.7%였으나 2000년에는 3.6%, 2010년에는 9.2%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9년에는 이 비중이 16.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도한 투자로 부채 크게 늘어


2020년 이후에도 중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안팎에 그치면서 그 속도는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 GDP 구성 요인을 보면 투자 중심의 성장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2009년 세계 경제는 198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0.4%)했지만, 중국 경제는 2009년 9.4%, 2010년에 10.6%나 성장했다.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는 달리 높은 경제 성장을 한 것은 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 있었다. 중국 GDP에서 고정투자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35% 안팎이었으나, 2009년 이후에는 45%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 평균이 22%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투자 증가로 경제성장률은 9%를 웃돌았다. 2009년 고정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6%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민간부문의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38%에서 2017년에는 250%를 넘어섰다. 특히 기업부채가 같은 기간 GDP의 92%에서 167%로 증가했다. 이 비율이 2019년 1분기에는 15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세계 평균이 94%이고, 선진국 89%, 신흥국 101%였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기업부채를 줄이기 위한 디레버리징(Delveraging) 정책을 펼치면서 동시에 급격한 투자 위축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5차례 지급준비율(이하 지준율)을 인하했다.

그러나 경기 부양 효과는 미약하고 부실기업 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증권시장이 활성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업이 주식이나 채권 발행 등 직접금융보다는 주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간접금융) 투자했다. 기업 부실이 곧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19년 2분기 현재 중국 상업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이 1.81%로 2011년부터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2019년 2분기 현재 2조2352억 위안으로 1년 전보다 1조 위안 증가했다.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NPL 비율이나 금액이 급증할 가능성도 크다. 부실 기업과 은행의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투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2013년 고정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4%를 정점으로 2018년에는 43.1%로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0년 이후에는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하면서 투자가 경제성장률 하락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요 측면에서 GDP 구성 요인인 순수출(=수출-수입)을 살펴보자. 순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2.8%에서 2007년에는 8.6%까지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그 이후 비중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0.8%에 그쳤다. 그해 순수출이 전년보다 53.4%나 줄어들면서 경제성장 기여율이 마이너스 11.8%에 이를 정도였다. 2020년 이후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낙관적으로 내다볼 수는 없다. 미중 무역 전쟁은 본질적으로 패권전쟁이다. 중국은 그동안 무역 및 제조업 강국을 추구했다. 중국이 최대 무역 강국으로 우뚝 섰고, 세계 제조업에서 24%를 차지할 만큼 제조 강국도 달성했다. 이제 중국은 ‘중국제조 2025’로 ‘양적 제조업 대국’에서 ‘질적 제조업 강국’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첨단의료기기, 로봇, 바이오 기술, 항공우주, 반도체 등을 포함한 10개 하이테크 제조업 분야에서 기업을 육성해, 이들 분야에서 핵심 기술 및 부품과 소재를 70% 이상 자급하겠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포함한 금융 강국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이 주요 상품을 중국보다 싸게 생산할 수는 없다. 미국이 중국보다 경쟁력이 크게 앞서는 부문은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업이다. 미국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또 이와 더불어 대중 수입억제를 위해 관세 등 직접적 무역 규제를 강화할 것이다. 2019년 8월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는데, 위안화 가치 상승을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줄여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특히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 트럼프 정부의 대중 통상 압력이 커져 중국의 대미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9%였으나 2010년에는 18.0%로 줄었고, 2019년 1~9월에는 그 비중이 17.1%로 더 낮아졌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순수출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순수출이 플러스인 국가로는 남아 있을 것이다. 중국 수출시장으로 유라시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 중 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5.3%에서 2019년(1~9월)에는 17.4%로 증가했고, 특히 아세안(ASEAN) 비중은 같은 기간 6.9%에서 14.0%로 급증했다.

미 경제 둔화하면 대중 통상압력 높아질 전망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GDP를 구성하는 투자와 순수출로 보면 2020년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14억이 넘는 중국 소비자들이 있기에 중국 경제는 5% 정도의 성장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9580달러로 10년 사이에 2.5배로 증가했다. 201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경제사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고, 1만 달러 이후에는 그런 추세가 가속화했다. 2020년은 중국 경제가 투자에서 소비 중심으로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이 ‘소비자’로 변하고 있는 과정이다. 중국 소비자가 위안화로 다른 나라 상품을 사주면서 중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세계 어디서나 위안화를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516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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