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2020 경제 대예측 | 일본 경제는 어디로] 도쿄올림픽 특수에도 성장 주춤할 듯 

 

성장률 0.4%로 2019년보다 뒷걸음 전망… 일 정부, 26조엔의 경기 부양책 마련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쓰촨성 청두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2월 24일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경제는 2019년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경기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3분기에는 4분기의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선구매 수요가 다소 늘어났는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연률 기준으로 0.2%(1차 발표치)에 그쳤다. 세계 경제의 둔화와 함께 내수도 부진하면서 일본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경기판단지수, 동일본대지진 이래 최저


일본 내각부가 발표하고 있는 ‘경기 워처(Watcher)’ 조사(2019년 10월 기준)를 보면 경기판단지수가 전월 대비로 10포인트 하락한 36.7로 동일본대지진 직후의 2011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이번 소비세 인상은 2%포인트였지만 경기판단지수는 지난 2014년 4월에 소비세가 3%포인트 인상된 당시보다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워처 조사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직종의 경영자와 현장 담당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길거리 경기 조사다.

기업 경기도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 경기도 둔화하면서 세계적으로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고 일본 기업의 투자 마인드도 위축되고 있다. 대기업 제조업의 2019년 3분기 체감경기지수(일본은행 단기경제관측 조사)의 경우 3분기 연속으로 하락해 경기 판단의 분기점인 0%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수출(엔화 계산 기준)은 2018년 12월 이후 2019년 9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 생산·투자가 둔화하는 등 기업 경기가 부진했다. 2019년 10월의 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4.2% 하락했다. 그동안 호조를 보여왔던 공작기계 등 일본이 강한 제조 업체들의 경우도 중국의 수요 위축 영향을 받았으며, 자동차 업종에서도 세계적인 수요 부진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결과, 종합적인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 동행지수도 2019년 9월 기준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1%에 그쳤으며, 선행지수는 전년 같은 달의 -7.2%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는 2019년 10월의 소비세 인상으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세계 경기 측면에서 보면, 미중 무역마찰의 한정된 합의, 미국의 금융완화 등과 함께 IT 경기지표도 서서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일본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중무역 협상의 부분 합의에도 이미 시작된 미국과 유럽 경기의 둔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IT 경기 회복세도 바닥을 다져 부진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일본 제조업의 수출과 투자 경기가 단시일에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소득양극화 경향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일본 서민층의 경우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된 것은 적지 않는 부담으로 인식돼 소비세 인상 이전부터 소비심리가 악화하고 있다. 다만, 이번 소비세율의 인상폭이 지난 2014년의 3% 포인트보다 낮은 2%포인트에 불과하며, 일본 정부가 각종 소비 진작 정책을 아울려 강구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14년의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각 가정의 부담 금액은 8조2000억엔이었지만 이번에는 5조7000억엔으로 시산하고 있다. 또 식료품 등을 예외로 하는 소비세 경감 조치로 1조1000억엔 정도 소비자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유아 교육 무료화 등의 사회보장 지원으로 각 가정이 받는 지원금이 3조엔을 넘는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 인상에 대비한 가계 지원 정책과 함께 추경예산을 통해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경기대책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2019년 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세가 2020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일본 정부의 소비세 인상 관련 보완책에도 힘입어서 소비세 인상에 따른 수요의 급증과 급락의 폭이 과거에 비해 적어진 것으로 보이며, 전반적으로 고용 사정도 양호한 편이다. 2020년 1분기에는 세계 경제의 급변이 없는 한 일본 경제는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분기에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하더라도 일본 경제의 향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 설비투자 측면에서는 선행지표가 될 기계 수주액(선박 및 전력을 제외한 민간수요 기준)은 2019년 9월 기준으로 전월비 -2.9%로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이 -5.2%에 그쳤다. 2014년의 소비세 인상 당시에는 소비 위축 충격이 이번 소비세 인상보다도 컸지만, 세계 경기의 호조, 수출 확대, 설비투자 회복이라는 선순환으로 일본 경기의 추락을 막았는데 이번엔 이런 패턴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의 경우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에도 힘입어 엔저 현상이 더욱 확대됐지만 이번에는 추가 금융완화가 이뤄져도 엔저 유도 효과나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촉진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장기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본 기업은 인력 부족에 대응하면서 노후화된 설비의 갱신과 자동화에 주력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어서 설비투자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화, 셰어링 서비스 대응 등에 대한 투자가 구조적으로 확대 추세이며, 그 이외의 산업에서도 5G 대응,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과 관련된 투자 수요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의 경우 소비세 인상의 영향과 함께 일본 기업의 수익 둔화에 따른 실질임금 상승 제한 탓에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정체 경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 인상 직후의 충격은 일본 정부의 생필품 세율 경감 등의 대책에도 힘입어서 2020년 1분기에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후의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이너스 금리 확대로 지방은행 타격 우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 12월 5일에 재정지출 13조2000억엔, 총사업 규모 26조엔에 달하는 경기대책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관련 예산을 2019년 추경예산과 2020년 예산에 반영할 방침이다. 소비세 인상의 후유증 억제와 함께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의 경기 둔화 압력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공투자, 중소기업 지원책 등의 단기 경기대책과 함께 포스트 5G 등 통신 분야, 건강 및 의료 분야에서의 대형 연구프로젝트 지원, 젊은 연구자에게 최장 10년간 평균 연봉 700만엔을 지원하는 과학기술 기반 강화 정책 등의 중장기 산업경쟁력 강화 대책 등을 담았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정책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확대되는 것은 지방은행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소폭의 추가 금융완화 및 완화 기대 지속을 통해 엔고 압력의 억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2020년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0.4% 정도에 그쳐 2019년의 0.7% 정도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images/sph164x220.jpg
1516호 (2020.01.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