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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몰이 오프라인 매장 여는 까닭] 온라인으로 결제해도 직접 확인하는 ‘쇼루밍족’ 겨냥 

 

제품에 QR 코드 부착해 모바일 구매와 연계... 고객이 SNS에 올리니 홍보효과도

▎온라인쇼핑몰 무신사가 서울 동교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곳에 진열된 상품은 온라인쇼핑몰의 QR코드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방문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의 QR코드를 찍어 온라인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서울 동교동에서 열린 ‘무신사 테라스 아우터 페스티벌’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수십 명이 문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패션 매장에서 흔하게 진행되는 할인판매 행사처럼 보였지만, 전혀 다르다. 방문객은 현장에서 물건을 바로 구입할 수 없었다. 이 행사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서는 마크곤잘레스, 무신사스탠다드, 드로우핏 등 100여 개 패션 브랜드 제품이 선보였는데 각 제품에는 가격 안내와 함께 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QR코드가 부착됐다.

온라인쇼핑몰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 밖으로 뛰쳐나와 오프라인 매장을 차리기 시작했다. 온라인쇼핑몰 시장이 해마다 급성장하면서 몇몇 유명 온라인쇼핑몰이 다른 온라인쇼핑몰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꾀하면서 시작된 흐름이다. 현재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등록한 온라인쇼핑몰만 1300여 곳. 거래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12조7576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0% 이상(2조1462억원) 늘었다. 2017년 거래액부터 비교하면 2017년 1~3분기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68조6332억원, 2018년 1~3분기 82조3548억원, 2019년 1~3분 97조4274억원으로 성장했다. 최근엔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개인이 물건을 판매하는 새로운 온라인쇼핑 형태인 ‘SNS 마켓’도 등장했다.

하지만 한계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을 배송받기 전까지 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신규 시장이지만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SNS 마켓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169건 등록됐다.

매장 내기 힘든 소규모 브랜드사 호응도 좋아


오프라인 매장은 이 같은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쇼핑몰 제품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쇼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온라인쇼핑몰 W컨셉은 지난해 4월 서울 성수동에 실제 쇼룸 형태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볼 수 있게 피팅룸을 제공하고, SNS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현장에서 온라인 소비자를 위한 SNS 마켓도 열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O2O)해 물건을 판매하는 ‘옴니채널(Omni Channel) 서비스’를 펼친 것이다. 김효선 W컨셉 마케팅본부 이사는 “자체적으로 만든 패션 브랜드 프론트로우를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데 브랜드 연계 검색어로 ‘프론트로우 매장’이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았다. 많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을 원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팝업스토어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도 속속 등장한다. 온라인쇼핑몰 무신사는 지난해 9월 서울 동교동에 2644㎡(800평)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테라스를 열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모바일로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 연계 QR코드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유통 판로를 온라인쇼핑몰로 시작한 브랜드 대부분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때 필요한 임대비용, 인력비, 유지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형 온라인쇼핑몰이 오프라인 매장 문을 열면 덩달아 자사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얻게 되는 셈이다. 김유나 무신사 마케팅팀 대리는 “무신사 테라스 매장을 열고 5개월간 평균 일일 방문객이 500여 명일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좋다”며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한 브랜드도 단순 상품뿐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무드(분위기)를 팝업스토어 공간에서 알릴 수 있어 호응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IT기술 발달로 손가락 하나, 홍채 인식 한 번으로 간편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는 똑똑한 소비자를 의미하는 ‘스마트 컨슈머’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요즘 소비 주역 세대는 살 물건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는다. 그 만큼 작은 물건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좋은 품질인 것을 확인해, 쇼핑에 실패하는 확률을 줄인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직접 물건을 보고 사려는 성향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기만 하고 온라인쇼핑몰에서 최저가를 찾아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온라인쇼핑몰 W컨셉 팝업스토어에서는 SNS로 제품을 알리는 라이브 방송이 진행됐다. / 사진:W컨셉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밀레니얼 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는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정보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아는 세대”라며 “밀레니얼 세대에 어울리지 않는 ‘발품판다(걸어 다니는 수고를 들이는 행위)’는 말이 유행이 될만큼 온라인 검색도 철저히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확인하는데도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온라인쇼핑몰 행보는 더 적극적이다. 알리바바그룹에서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Taobao)는 지난해부터 패션 상품만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타오스타일(Taostyle)’을 중국 항저우에 열어 운영하고 있다. 방문자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각 제품에 달린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구입한 후 제품을 바로 매장에서 수령하거나 온라인쇼핑을 하듯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영국 온라인쇼핑몰 파페치(Parfetch)는 IT기술을 접목한 공간 프로젝트 ‘스토어 오브 퓨처(Store of Future)’를 런던에서 공개했다. 옷걸이에는 RFID(무선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방문자가 원하는 상품을 들고 구경하면 해당 상품이 자동으로 온라인쇼핑몰 위시리스트(Wishlist) 목록에 등록되고, 관련 상품이 추천 제품으로 제시된다. 이 같은 형태의 매장은 디지털(Digital) 기술과 오프라인 실체(Physical)라는 의미가 합쳐진 ‘피지털(Phygital)’이라고 불리면서 미래형 옴니채널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온·오프라인 경쟁 구도로 가면 악순환 이어져


▎무신사 테라스 매장에 들어서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 사진: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쇼핑몰 마케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나타낸다. 김효선 W컨셉 마케팅팀 이사는 “지난해 오프라인 쇼룸을 오픈한 달엔 브랜드 SNS 팔로워 수와 관련 게시물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방문자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리니 자동으로 온라인 홍보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연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온라인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 향상을 위해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달라지거나, 판매 물품이 차이가 나면 결국 두 공간은 경쟁 구도로 갈 수 있다. ‘제 살 깎아먹기’라는 말이다. 지난해 파산 신청을 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의 실패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포에버21은 온·오프라인 몰을 연계해 통일된 가격 정책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쇼핑몰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지 않은 이월 상품의 재고 팔이 수단으로 활용했다.

포에버21 플래닝&알로케이션팀에서 일했던 전 직원은 “최근까지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하는 오토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가격 차이가 컸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매장엔 손님이 줄고, 온라인쇼핑몰에선 워낙 저가라 팔려도 큰 이윤이 남지 않았다. 결국 품질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온·오프라인 연계는 이제 필수 관계라고 여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연계 쇼핑몰 거래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7년 1~3분기 온·오프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23조1365억원, 2018년 1~3분기 27조 5177억원, 2019년 1~3분기엔 31조9035억원을 기록했다. 박성희 책임연구원은 “디지털시대에서도 인간이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듯이, 상품을 직접 경험하고 사려는 본능적인 감각 욕구는 그대로”라며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이 같은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온라인쇼핑몰과 그렇지 못한 온라인쇼핑몰의 성장세는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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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8호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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