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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9)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의 위협일까?] 확진자 숫자 향방에 위축 수준 달려 

 

중국 경제 성장으로 사스 때보다 큰 피해 우려… 中 정부 통제와 각국 부양책 이어져 낙관론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월 10일 베이징 차오양구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중 무역분쟁이란 회색 코뿔소의 위협을 피하려던 중국이 또 다른 블랙스완의 습격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알기 어렵지만 확실히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의 1월 수출입 통계는 자료 부족을 이유로 2월 통계와 통합해 3월에나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의 2020년 1분기 성장률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기관마다 전망치가 다른 것은 바이러스의 지속 기간 예측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중국 포함 세계 각국 1분기 성장률 둔화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제공
1월 15일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이 이뤄진 지 불과 8일 후인 1월 23일 우한(武漢)이 봉쇄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사망자 수도 사스 때 수치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중국과 세계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과 세계 경제성장률이 당초 추정치를 하회함에 따라 세계적으로 실업자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월 7일 코로나19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세계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의회 제출용 반기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 경제 규모를 거론하며 중국의 어려움이 세계 경제의 위험 수용 범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이미 유사한 경제적 충격을 경험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사스 사태 여파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2003년 1분기 11.1%였지만, 2분기에는 9.1%로 급속히 둔화했다. 교통·운수업이 5.4%포인트, 숙박·음식업이 3.6%포인트 떨어져 여행·숙박, 소매업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 산업생산(15.2%)과 수출(34.2%) 증가율은 크게 위축되지 않고 전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후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끝에 2003년 3분기 GDP 성장률이 10%로 회복됐다.

현재 2~5.5%까지 중국의 올 1분기 GDP 증가율에 대한 주요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치는 다양하다. 문제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수준이 사스때보다 크다는 데 있다.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 코로나19가 중국에 미칠 영향은 곧 세계 문제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일시 둔화되는 악영향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어느 정도로, 어느 시기까지 중국과 세계 경제가 ‘코로나 위축’을 겪을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 사스 때를 근거로 삼는데, 해석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낙관론을 펴는 입장을 살펴보자. 사스 때 중국 경제의 타격이 컸다지만 그해 2분기에 그쳤을 뿐이라는 것이다. 비관론은 딴판이다. 사스 때는 중국 경제가 해마다 10%씩 성장하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스 시절에 중국 경제 규모는 세계 6위였지만 지금은 세계 2위이기에 당시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수 있다. 세계 총생산의 5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온다는 점을 가볍게 넘길 수 없을 듯하다, 미국 경제의 15%가 중국에 의존한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재반박도 있다. 사스 때와 달리 지금은 중국이 이미 전자상거래 시대로 넘어가고 있어, 전염병 영향력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란 주장이다. 사스 당시 충격이 컸던 숙박·음식업 비중도 축소돼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거래 비중은 2015년 10.8%에서 2019년 20.7%로 크게 확대됐다. 운송, 숙박·음식업 비중도 사스가 발생한 2003년에는 8.0%였으나 2019년 6.1%로 축소됐다.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와 의학 기술 발전 등도 충격 완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2003년에는 중국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7.0%포인트로 2002년(3.6%포인트)보다 두배가량으로 확대되면서 소비 위축세를 상쇄했지만, 최근 중국 경제의 투자 여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진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 속도도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스 때 첫 발병 이후 확진자가 1000명이 넘는 데 4개월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한 달 만에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국내 유통·관광 업계 타격


국내에서도 면세점·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카드 사용량 등으로 보면 면세점은 최대 40%, 백화점은 32%, 대형마트는 8%가량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추청된다. 이와 달리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주문은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했다. 유통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하나가 된 세상에서 어떤 국가도 코로나19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확진자가 없더라도 악영향을 받는 것은 높아진 중국 경제의 위상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빈곤 국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해외개발연구소(ODI)는 코로나19로 중국의 수요가 1% 줄면 중·저소득 국가의 상품 수출은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 줄고, 관광 수입은 6억 달러(약 7120억원)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수요 감소로 국제유가가 5% 하락하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광물연료 수출이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 준다고 추정했다. 2019년 중국의 세계 GDP 비중이 2003년에 비해 4배 높은 데다,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사스 때의 2배 이상이라서다. 사스 때 세계 경제 손실이 500억 달러(약 59조원)였다면 코로나19 손실은 3600억 달러(약 427조원)나 된다고 추산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월 5일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각국의 주가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가 중국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클 듯하다. 중국의 상황을 복기해 보자. 대규모 소비가 이뤄져야 할 춘제 연휴에 모두가 집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자제했다. 소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고, 교차감염 확산 우려에 학교는 개학을, 회사는 출근을 연기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에서 5.4%로 대폭 낮춰 잡았다. 주요 기관별로 전망이 다르나 6% 이하가 될 확률은 높아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월 9일 올해 세계 경제는 잠재 성장률(2.8%)을 밑도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일까? 주요국이 금리를 낮추고 있다. 미국의 금리 하향 조정 가능성도 커졌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2월 8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6월 연준의 기준금리가 현행(1.50∼1.75%)보다 0.25%포인트 내려갈 확률이 31.7% 정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초에 이 수치가 15%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은 셈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월 5일 기준금리를 4.50%에서 4.25%로 0.25%포인트 내렸다. 브라질이 1996년 기준금리를 도입한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태국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0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들 나라의 금리 인하 결정이 전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은 2월 3일 역(逆) RP(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내렸다. 2004년 이후 하루 최대 규모인 1조2000억 위안(약 204조원) 규모의 유동성도 은행에 공급했다.

중국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의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1월 6일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데다, 막대한 자금 수요가 몰리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1월 LPR을 0.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때문에 인민은행이 LPR을 낮추지 않았다. 은행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부실 대출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 수입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LPR을 인하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대신 은행 업계가 안정적인 이자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고, LPR을 동결하면 은행 업계는 안정적인 이자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낮아지지 않는다.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 늘어날 전망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가 1조500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월 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국적 회계 컨설팅기업인 PwC는 중국의 부실채권(NPL)이 지난해 수준(1조5000억 달러)을 넘어 계속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일반적으로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되고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회수가 어렵게 된 채권을 일컫는다. PwC는 중국 정부의 경제 분야 구조조정 과정에서 점증하고 있는 NPL이 코로나19 여파로 더 많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외국 금융회사들의 투자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서 미국 금융회사들이 중간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중국 은행들로부터 직접 NPL을 매입할 수 있는 면허를 허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며,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은 코앞으로 다가오는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PwC는 지난해 국제 투자자들이 11억 달러 규모의 중국 NPL에 투자했으며, 대부분 장쑤성·저장성·광둥성 등 부자 지역이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한두 분기 안에 해결되면 미국 경제 전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금리가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 가능성을 키우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은 최근 수출과 산업생산 등 일부 경제지표가 반등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개월 연속 기준치를 상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입은 분야는 소비 시장이다. 주로 요식업, 소매, 관광, 교통 등 서비스업이 주를 이룬다. 전염병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소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설 전후로 개봉된 [남산의 부장들] [히트맨] 등 박스오피스를 장식했던 영화들을 상영한 극장가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진출한 CJ CGV는 국내와 중국에서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극장가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큰 요식업계도 매출이 고꾸라지고 있다. 관광 시장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는 정도에 차이가 있으나 중국과 한국 모두가 처한 모습이다. 중국의 춘제 기간 요식산업과 관광산업 두 부문의 손실액만으로도 중국 경제성장률이 1% 낮아지게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등장했다. 중국 헝다연구원은 춘제 연휴 기간 영화·관광·요식업 등 3개 업종이 직접적으로 입은 경제적 손실 규모가 1조 위안을 넘어섰다고 추정했다. 이는 2019년 1분기 중국 GDP의 4.6%에 달하는 금액이다.

중국의 올해 1월과 2월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스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3년 5월에도 중국 소매품 소비액이 급감했다. 당시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던 3차 산업 성장률이 0.8%에 그쳤다. 문제는 서비스 산업의 위축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2003년 중국 경제 총량에서 12%에 불과하던 서비스 산업의 비중은 현재 54%에 이른다. 제조 대국에서 명실상부한 소비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모습이다. 이 때문에 소비 시장의 위축이 중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다.

특히 소비 시장에서 비롯된 위기의식이 서서히 제조 현장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춘제 연휴 기간 고향에 온 인력이 제때에 일자리가 집중된 동부 연안 제조 대도시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도 생기고 있어 생산 부문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람 간 감염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이동을 제한하고, 각 기업의 출근 일자를 연기하고 있다. 소비 감소가 수요 측면의 리스크라면, 제조 공장 가동 연기는 공급 측면의 충격이다. 모건스탠리는 공장 가동 연기로 생산과 무역 부문의 손실도 불가피하다며, 만약 전염병 확산이 2~3월 최고조에 달하면 중국 1분기 경제 성장률이 0.5~1%포인트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2020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6%로 수정했다.

글로벌 제조 공급망에 직격탄


▎중국 우한에 새로 마련된 팡창 병원이 1000개의 병상을 갖추고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중국 신화망 캡처
글로벌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아이폰의 생산시설이 밀집한 선전은 2급 전염병 유행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공장 가동 연기와 교통 통제로 올해 상반기 아이폰의 신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케아·스타벅스·애플 등도 중국 매장을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 피해도 크다. 현대자동차가 잠시 제조 공장 가동을 멈추기도 했으나 외이어링 하네스 제조 공장의 재가동과 직원 복귀는 천만다행이다. 완성차의 잇단 휴업으로 부품·소재·타이어 등 협력 업체의 연쇄적인 생산 차질도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제조 업계에 미칠 영향은 확산 사태의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진상을 은폐해 사태를 키웠던 2003년 사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비교적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다소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는 완전히 밀착된 구조다. 코로나19 전개 방향이 불확실해 거시경제적 영향을 현시점에서 정량적으로 추정하긴 어려우나, 우리나라 경기에 어느 정도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교역국이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국제통화기금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 GDP가 1% 떨어지면 한국 GDP는 0.35%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는 조사 대상 24개국 중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가 한국 내에서도 추가로 확산된다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6~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상승이나 하강을 잘 보여주는 지표가 구리 가격이다. 구리 수요는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면 수요가 늘지만 반대로 가격은 떨어진다. 세계 구리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소비된다. 구리 가격의 하락이 세계 경제 반등의 제약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국제유가도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급등했으나 중국 경제 둔화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 듯 하락했다.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다. 세계 경제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이 멈추면 세계 경제가 큰 회오리바람에 휘청거릴 수 있다. 중국의 내수 위축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영향을 작게 미친다. 중국 내수가 1%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0.1% 정도 감소하는 수준이다. 물론 중국 내수 위축으로 영향을 받는 유럽과 같은 나라의 경제 위축을 고려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비애이자 숙명이다. 중국의 수출공장 폐쇄와 조업 중단에 따른 타격에 문제가 없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중국에 수출용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구조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80%가 부품 소재다. 소비재는 5% 미만일 뿐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3년 18.3%에서 지난해 25.1%로 증가했다. 한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2.3%에서 21.3%로 늘어났다. 사스 때보다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된다.

우한은 중국 제조·물류 허브이다. 중국 내 공장들의 조업 중단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이 두려운 이유다. 중국에서 공장이 재가동되고 더 많은 사람이 서로 접촉해 확진자 수가 급증할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여러 지표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지표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지표에 불과하다.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는 3월 중순에나 나온다. 이미 올해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은 불가피해 보이며 빨리 추가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를 기도해 본다.

제조업의 중국 의존도 줄일 필요성 대두

코로나19 사태로 우리의 주요 제조업이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해야 할 중장기적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연재해의 경제적 충격은 그 나라의 제도적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 충격은 재해 강도 외에 여러 요소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이다. 재해 강도보다 중요한 게 충격에 대한 흡수 능력이다. 소득수준이나 제도의 질이 높을수록 충격은 크게 줄어든다. 사스 때보다 소득이 크게 증가한 중국을 생각하면, 바이러스에 대한 흡수능력이 크게 발전했을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긴 인류는 바이러스의 도전과 응전을 거치며 발전을 지속해왔다. 이번에도 그러할 것이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1522호 (202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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