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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 태양광 산업 16년째 제자리 “제도 개편해 속도 내야” 

 


“더 빨리 가야 한다.” 이성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태양광 산업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느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초대 소장과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이 연구원은 국내서 에너지 전환 분야 최고 권위자로 불린다. 현재 에너지 전환포럼 이사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은 2004년에 이미 신재생에너지 원년을 선포했지만, 16년이 지나도록 태양광 발전을 미래의 일로 남겨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이 국내 기후환경에 맞나.

“‘사시사철 뙤약볕이 내리쬐는 아프리카 사막 한복판이 아니라 여기는 한국이다’라는 인식이 태양광 발전의 빠른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한국은 위도나 기후를 놓고 볼 때 태양광 발전 경제성이 탁월한 곳이다. 독일, 일본, 영국보다도 환경이 좋다. 예컨대 독일은 북위 52도(베를린 기준)로 서울 37도보다 한참 북쪽이다. 더 춥다는 말이지만,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한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1년과 2018년 각각 원자력, 화력을 뛰어넘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아닌가.

“경제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짜여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국내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하려면 지자체 인허가에만 900만원(2017년 기준)을 써야 한다. 독일의 10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태양광 산업을 지원하는 중국의 50배 수준으로 비싸다. 민원비용으로도 2000만~3000만원가량이 든다. 원자력·화력에 적용했던 발전산업 개발행위허가 규제가 태양광에도 동일하게 적용돼 도로에서 수백m 이내, 주거지역에서 수㎞ 이내는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정부 정책 지원에도 규제는 여전하다.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 설립에 드는 비용은 그대로 발전단가에 적용돼 태양광의 경제성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 한국의 태양광 발전 단가는 일본보다도 비싸다. 여기에 발전소 규모가 커질수록 발전 사업자가 대형 발전사에 팔아 돈을 버는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떨어지도록 돼있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어렵다. 전 세계 주요국이 태양광을 늘리고 화력 및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장막을 치고 있음에도 한국만 뒤로 밀려나는 이유다.”

산업 발전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돈이 몰리도록 해야 한다. 2011년 일몰 시켰다가 최근 일부 재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 FiT는 정부가 물량을 설정해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현행 공급의무화제도(RPS)와 달리 가격을 고정해 차액을 보조하고 생산량은 시장이 결정토록 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을 넘은 2011년 이후에도 5년 동안 FiT를 고수, 민간 투자가 몰리게 만들었다. 한국은 태양광이 자리도 잡기 전에 RPS로 전환해 성장을 막았다.”

가격 차액 지원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RPS나 FiT나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온다.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기금이다. RPS 구조에서 전력생산기반기금은 대형 발전사의 REC 구매 비용 보상에 쓰이고 있다. FiT로 발전 사업자에 지원하면 된다. 금액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민간의 투자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25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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