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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의 오판과 실책] ‘계획된 투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지적 

 

새벽배송·음식배달 등 뉴마켓에선 후발주자… 네이버쇼핑 가세로 사면초가

온라인 쇼핑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젠 자정 전에 주문하면 이튿날 아침 7시 문앞에 상품이 도착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스마트폰 검색 몇 번과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내 집 앞에서 상품을 받는 게 일상인 사회, ‘이커머스’(e-commerce) 시대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던 시기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트업 쿠팡은 본격적인 온라인쇼핑 시대를 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쿠팡의 연간 거래금액이 1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60%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쿠팡의 2018년 매출액이 4조4000억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7조원 이상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기업을 만들고 키운 사람이 김범석 쿠팡 대표다. 그는 “(쿠팡의) 롤모델은 아마존”, “한국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공식석상에서 자주 말했다. 쿠팡 임직원들 사이에선 “쿠팡이 종교라면 아마존의 역사가 성경일 것”이라는 말이 오갈 정도다. 목표가 이뤄진다면 그는 한국의 ‘제프 베이조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애널리스트는 “국내에는 다수의 이커머스 사업자가 물류 투자를 확대하고, 오프라인 대기업도 온라인 투자를 늘리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달리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아마존처럼 지배적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김범석 대표의 가장 큰 오판으로 평가되는 부분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는 매년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계획된 투자”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성공의 길로 가는 성장통 정도로 보는 것이다. 자신감은 아마존의 성공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주변의 반대와 “파산할 것”이라는 악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아마존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은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예상한 올해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39% 수준이다.

“계획된 투자” vs “계획이 안 보인다”


김 대표의 ‘계획’에 따르면 쿠팡의 적자 역시 아마존처럼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한 통행료인 셈이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쿠팡과 과거 아마존이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1994년, 아마존은 불모지에서 온라인쇼핑 사업을 시작했다. 경쟁자가 없었다. 참고할만한 기업이나 경영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기업이 선뜻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지도 않았다. 아마존이 무섭게 성장하고 여기서 성공 가능성을 본 기업이 아마존을 따라왔지만 미국 소비자는 이미 아마존에 익숙해진 뒤였다. 하지만 쿠팡은 시작부터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며 성장했다. 4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아낌없이 쓴 덕분에 급격하게 덩치는 키울 수 있었지만, 국내 시장을 휘어잡지 못했다.

특히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던 김범석 대표의 계산에 금이 갔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상품을 주문한 다음 날 물건을 받을 수 있는데, 쿠팡은 물류센터와 쿠팡맨 네트워크를 활용한 특별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위메프도 2017년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직매입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이튿날 보내주는 ‘원더배송’ 서비스로 맞불을 놨다. 배송은 전문업체인 CJ대한통운에 맡기면서 비용 절감효과까지 봤다. 이베이코리아도 2017년 ’스마일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생필품, 가공식품, 소형가전, 패션 등 상품군도 다양화했다. 쿠팡과 달리 직매입하지 않은 상품을 물류센터로 보낸 뒤 CJ대한통운이 전담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비용부담을 덜어내면서도 익일배송 경쟁 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나온 것이다.

가격경쟁력도 사라졌다. 쿠팡은 로켓배송에 이어 ‘인터넷 최저가’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수익성보다 일단 매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면서 대규모 적자도 감수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위메프는 지난해 5월 “생필품 등을 쿠팡보다 비싸게 구매한 고객에겐 차액의 2배를 보상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을 겨냥해 최저가 경쟁을 선포한 것이다.

새벽배송처럼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도 계산 밖의 일이었다. 2015년 마켓컬리는 새벽에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샛별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생필품이나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보통의 온라인쇼핑 시장과는 전혀 다른 시장이었다. 아침 배송 시장 규모는 100억원 수준에서 3년 만에 4000억원 정도로 불어났다. 2018년 기준 마켓컬리의 매출액은 1570억원을 기록했다. 쿠팡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규모지만, 새벽배송 시장의 40%를 차지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쿠팡이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와우’를 선보인 것도 2018년 10월이다. 자정 전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식품을 냉동·냉장 포장해 집으로 배송해준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던 쿠팡은 현재 전국적으로 영역을 넓혔다. 쿠팡은 “국내에서 전국적으로 새벽배송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쿠팡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부담도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침 배송이라는 ‘시간’을 무기로 들고나온 마켓컬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라며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쿠팡이 새벽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자금을 쏟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측하지 못했던 시장은 또 있었다. 음식 배달 시장이다. 국내 배달 시장은 거래액 기준 20조원으로 추산된다. 배달의민족은 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순식간에 접수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한 딜리버리히어로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며 출혈 경쟁을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은 배달의민족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12월 4조7500억원에 배달의민족을 인수했다. 그러면서 국내 배달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배달 시장은 이커머스 전체 시장의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라이더를 활용한 사업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월 쿠팡도 ‘쿠팡이츠’ 서비스를 시작하며 견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업 초기 쿠팡이츠는 ‘30분 배달’, ‘최소주문 금액 0원’, ‘배달비 무료’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재계 관계자는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의 공룡 기업이지만, 새로운 시장이 생길 때마다 뒤늦게 참여하는 후발주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김범석 대표가 이런 상황을 계산에 두지 않고 따라가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 시스템, 회사 성장 속도 못 따라가”


네이버까지 온라인쇼핑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네이버가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대형 브랜드,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커머스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쇼핑에 ‘브랜드스토어’를 만들어 여러 브랜드를 직접 입점시키는 형태로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오픈마켓인 스마트스토어, 상품 검색과 가격 비교 기능을 가진 네이버쇼핑,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면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가 네이버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 또한 계산 착오인 셈이다. 쿠팡의 전 직원이었던 A씨는 “쿠팡이 진행한 대부분의 사업이 사실상 김범석 대표가 지시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며 “성공에 대한 칭찬이든, 실패에 대한 질책이든 대표가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범석 대표의 또 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인재 관리 부분이다. 쿠팡이 겉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사와 관련한 문제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부분은 쿠팡맨과의 갈등이다. 김범석 대표는 쿠팡맨이 6개월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 심사를 하고 60%가량을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2017년까지 쿠팡맨을 1만5000명까지 늘릴 것이란 계획도 내놨다. 연봉 4000만원, 1톤 차량과 유류비 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많이 다르다. 쿠팡맨은 6000명 수준이고, 비정규직으로 2년을 근무해야 정규직 심사 대상이 된다. 쿠팡은 “심사 대상자의 95%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밝혔지만 쿠팡맨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웅 민주노총 쿠팡지부 지부장은 “쿠팡이 성장하면서 배송 물량은 2~3배 늘었지만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쿠팡맨들이 받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고 했다. 쿠팡맨이 하루 처리하는 물량은 배송상자 기준 330~380건, 가구 기준 120~150가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웅 지부장은 “쿠팡맨 가운데 정규직은 2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강도 높은 근무에 시달려 정규직을 포기하고 떠나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인력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 관계자는 “회사 사정에 따라 사업 목표와 계획은 변할 수 있는데 5년 전 상황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런 갈등은 2017년부터 계속됐다. 쿠팡맨들은 시간외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쿠팡이 포괄임금제 임금 지급계약을 통해 쿠팡맨들에게 월평균 8.5시간의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쿠팡도 1년4개월 동안 13억원 가량의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고 빠른 시일 안에 지급하겠다고 했다. 봉합된 듯 보였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지난 1월 쿠팡맨 노조는 쿠팡이 2018년부터 임금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17개월째 제대로 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실하게 교섭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쿠팡맨 노조는 6년째 임금 동결, 배송물량 증가에 따른 노동강도 심화 등을 문제삼고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고위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2017년 쿠팡맨들의 임금을 깎고 본사 직원들 또한 임금 체불까지 감내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진들은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국내 최고 대우’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당시 쿠팡에 재직했던 제보자는 “외국 유명회사 출신의 한 외국인 임원은 쿠팡으로 오는 조건으로 자신의 애인에게도 요직을 줄 것을 요구했고 김범석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임금 때문에 쿠팡 법무팀에서 한국인 변호사들의 퇴사가 줄을 이었지만, 싱가포르 금융권에서 근무하던 외국인을 상당한 연봉을 주고 시니어급 사내 변호사로 영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쿠팡 관계자는 “다른 기업도 해외 주재원을 내보내면 집과 체류비용을 지원하는데, 우리가 외국인 임원을 채용하면서 이 같은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또 다른 전 직원은 “회사는 급격히 성장하는데 여기에 걸맞은 인재를 뽑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그는 “쿠팡이 대기업으로 성장했는데도 스타트업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먹구구식의 운영을 하는 문제가 내부에서 지적됐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10조 가치 만든 성과는 인정해야


쿠팡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대표의 도전과 성과는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스타트업이 4조원 넘는 투자를 끌어내고, 10년 만에 단기간에 기업가치 10조원의 회사를 만드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도전은 대학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가 10대 명문 사립고 중 하나인 ‘디어필드’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독자를 위한 콘텐트와 지역 광고주를 위한 상거래를 결합하는데 관심을 가졌던 그는 잡지 ‘커런트(Current)’를 창간했다. 광고 영업까지 하며 반석에 올려놓은 뒤 ‘뉴스위크(Newsweek)’에 매각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본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하다 창업에 나섰다. 하버드 등 명문대 출신들을 타깃 독자로 하는 잡지회사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세웠다. 이 회사를 매각한 뒤 하버드비즈니스스쿨(MBA)에 입학한 그는 당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커머스의 사업성을 확인했다. 하버드 학부 시절 친분을 쌓았던 윤선주 이사(윤증현 전기획재정부 장관의 딸), 하버드MBA 동문인 고재우 부사장과 함께 쿠팡을 설립했다. 그가 임직원들에게 자주하는 말 중 하나가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쿠팡 없이 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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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6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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