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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돈줄 손정의] ‘마이더스의 손’에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우버 가치 하락, 위워크·브랜드리스·웨그랩스 투자도 실패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30억달러’(한화 약 3조4000억원).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투자받은 금액이다. 지난 10년간 쿠팡이 투자받은 전체 금액의 82%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투자 결정 배경에 손정의(손 마사요시) 회장이 있다.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다.

그는 세계 최대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2017년 281억 달러(33조2300억원)를 출자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450억 달러를 투자받은 글로벌 투자기금이다. 애플과 폭스콘 등 88개 기업이 설립에 참여해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굴린다. ‘마이더스 손’이라 불리던 그였지만, 최근엔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손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순자산이 60억 달러(약 7조20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지수에 따르면 지난 7월 200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손회장의 자산은 138억 달러로 감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손 회장이 투자한 차량 공유업체 우버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의 가치가 떨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공유 사무실 회사 ‘위워크(WeWork)’에 100억 달러 이상 투자했는데, 여기서 실패의 쓴맛을 봤다.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1월 47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했지만, 12월엔 80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수익성 등에 대한 의구심에다 거품론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위워크가 2016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순손실액은 48억4000만 달러(약 5조6000억원)다. 지난해 9월 예정됐던 기업공개(IPO)는 연기됐다. 위워크는 전체 직원의 약 20%에 달하는 2400명을 정리 해고했고, 창업자인 애덤 노이만 대표는 사퇴했다. 비전펀드가 지원했던 우버는 상장에 성공했지만, 주가 하락을 지켜봐야 했다. 공모 당시 45달러였던 주가는 30달러를 밑돌고 있다.

온라인 생활용품 상거래 업체인 ‘브랜드리스’는 폐업을 선언했다. 2018년 비전펀드로부터 2억4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미국의 애견 산책 대행 스타트업 ‘웨그랩스(Wag Labs)’ 투자도 실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비전펀드가 웨그랩스 지분 50%를 회사에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비전펀드는 2018년 1월 웨그랩스에 투자하면서 지분과 이사회 의석 두 자리를 확보했지만, 경영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 것이다.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비전펀드 1호는 지난해 7~9월 9703억 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10~12월에도 2251억 엔의 손실을 냈다. 6개월 만에 우리 돈으로 약 13조원을 날린 셈이다. 손 회장도 실적을 발표하며 “여러 반성을 포함해 펀드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은퇴’ 의지를 거둔 뒤부터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평소 지론은 “60세가 되면 물러나겠다”였다. 손 회장은 “나의 후계자는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이다”라며 은퇴 의지를 보였지만, 2016년 공식 후계자까지 퇴임시키며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26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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