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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 보는 공시지가 30년] 강북 반토막 못 벗어나는 강남 땅값 

 

올해도 공시지가 상위 10곳은 명동 일색…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은 여전한 숙제

▎2004년부터 공시지가 1위를 지켜온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 사진:연합뉴스
성인이 대자(大字)로 누울 수 있는 한 평(3.3㎡)의 가치가 10억원인 서울 명동 땅.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9억원, 국민은행)보다 더 비싸다. 국내 최고 땅값으로 공식 인정받은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자리다. 올해 결정된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이 땅의 ㎡당 가격이 1억9900만원이다. 3.3㎡가 6억5800만원. 정부는 네이처리퍼블릭 땅 같은 상업용지의 오래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67%라고 밝혔다. 이를 적용하면 시세가 3.3㎡당 9억8000만원이다.

올해는 공시지가 도입 30년이다. 여전히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현실화가 숙제로 남아있다. 강남 아파트 값이 급등했지만 토지시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강북 도심 땅이 톱10을 휩쓸고 있다. 논란과 희비가 갈리는 공시지가 역사에서 공시지가의 ‘다크호스’로 등장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땅 주인은 ‘대박’을 터뜨렸다.

1990년 공시지가 첫 발표


정부가 과세 등의 목적으로 개별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공시제도가 1990년 토지에 처음 도입됐다. ‘공시지가’다. 워낙 많은 개별 필지를 모두 다룰 수 없어 대표성을 띠는 표준지를 기준으로 감정평가사가 산정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2005년 ‘공시가격’이란 이름으로 합류했다.

처음부터 시세보다 훨씬 낮게 시작한 공시지가는 도입 10년을 지나면서 현실화 논란에 휩싸였고 정부도 현실화를 추진했다. 정부가 2000년 자치단체 공무원 등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대도시의 현실화율이 65~75%라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현실화에 나섰다. 그해 공시지가 보고서에 ‘공시지가 공신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항목에 ‘공시지가 적정화(현실화) 추진’을 추가하며 의욕을 보였다. 이전 70%에 못 미치던 현실화율을 그해 76.32%(서울 82.84%)로 높였다고 밝혔다. 이어 2005년 현실화율을 대폭 상향했다. 90.86%(서울 90.96%)였다.

당시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공시지가 상승률도 급증했다. 2005년 전국 공시지가 상승률이 26.25%였다. 정부는 땅값 상승에 따른 상승률이 11% 정도이고 15%는 현실화율 제고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현실화율이 부실 논란에 휘말리며 2006년 이후 현실화율은 정부 발표에서 사라졌다.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현실화의 재시동을 걸면서 밝힌 현실화율이 2018년 62.6%, 2019년 64.8%, 올해 65.5%다.

공시지가 현실화의 정점이었던 2005년은 표준지 공시지가 1위 자리가 바뀐 해이기도 하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5년간 중구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 자리가 줄곧 1위였다. 이 기간 동안 표준지에 들지 못했던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부지가 2005년 표준지 명단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스타벅스가 들어서 있다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파스쿠찌가 들어왔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10년부터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자리는 사실 2005년 표준지에 포함되기 직전인 2004년부터 1위였다. 1990년 첫 공시지가 발표 때 ㎡당 2500만원으로 우리은행 명동지점(당시 한국은행 명동지점) 자리 ㎡당 3630만원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2003년 ㎡당 3500만원으로 우리은행 명동지점 부지(㎡당 3600만원)를 바짝 뒤쫓다가 2004년 4190만원으로 뛰며 390만원 앞질렀다. 명동 일대 상권 발달의 영향이 컸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명동 일대의 외국인 관광객 관광 1번지 입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낙찰가 대비 12배 올라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상위 10위는 명동 일대가 휩쓸었다. 강남은 없다. 강남에서 가장 비싼 강남역 주변 공시지가가 ㎡당 9600만원으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자리의 반값도 되지 않는다. 강남 공시지가 약세는 처음부터 그랬다. 1990년 첫 공시지가를 보더라도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부지가 ㎡당 2500만원일 때 강남은 1000만원 이하였다. 정부가 상위 10위를 처음 공개한 2004년에도 10위 모두 명동 일대와 종로였다. 그때 강남 최고가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 공시지가가 각각 2000만원과 4200만원이었다. 땅 수익성 차이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명동 중대형 상가 1층 임대료가 ㎡당 29만4600원으로 강남대로 12만4200원의 2배가 넘는다. 김순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은 “토지 거래 사례가 드물다 보니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에 임대수입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 땅과 건물은 알고 보면 대박을 터뜨린 투자다. 이 땅과 건물의 주인은 1999년 경매에서 감정가(51억7600만원)보다 20% 낮은 41억8000만원에 낙찰했다.현재 이 땅 시세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503억원이다. 업계는 건물을 합친 시세를 550억원 이상으로 본다. 이 건물은 5층 규모(연면적 551㎡)의 명동愛(애)타워다. 2017~18년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보다 도로 안쪽에 있어 입지가 떨어지는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이 대지면적 ㎡당 기준으로 3억1000만~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현 몸값을 550억원으로 잡으면 낙찰 후 21년 동안 1200%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과 땅값이 각각 평균 116%, 110% 상승했다. 부동산뱅크의 과거 시세를 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가 같은 기간 2억1000만원에서 22억4000만원으로 900% 올랐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6㎡(현 37억원)는 8배 뛰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단기 변동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 보유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신 세금은 상당하다. 보유세가 억대다. 올해 1억8300만원으로 지난해 1억2300만원에서 50%가량 늘어난다. 임대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려진 임대료가 보증금 60억원, 월세 3억원 정도다. 매도한다면 양도세가 100억원이 넘는다. 550억원에 팔면 양도차익이 500억원에 달해 세금이 160억원으로 예상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15년 넘게 보유해 양도차익의 30%를 줄여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있어 그나마 세금이 꽤 줄어든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1525호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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