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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약계 백신 개발 스토리] 영양·위생 취약해 전염병에 노출됐던 한반도 

 

66년 전 전염병예방법 마련, 1997년 예방접종체계 구축

▎전염병이 퍼진 마을에서 새끼줄로 교통차단을 한 모습.
‘첨단을 논하는 현대에 돌림병이라니…’ 코로나19가 퍼지자 사람들은 혀를 찼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극복한 경험 덕분에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민첩하게 대응했지만 돌이켜보면 한반도엔 전염병이 끊이질 않았다. 취약한 영양·위생 상태도 전염병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인도 풍토병인 콜레라가 구한말인 1879년쯤 조선에 상륙했다. 이후 1946년부터 63·69·70·80·91·95년에도 집단 발생이 일었다. 마마·곰보로 불리던 천연두는 조선 후기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에 크게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년 천연두 박멸을 선언할 때까지 괴롭혔다. 여름이면 염병이라 부르던 장티푸스가 나돌았다. 장티푸스는 통일신라시대에 유행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도 발발해 치료책을 발간했다는 중종실록 기록도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탓에 결핵이 창궐했다.

질병관리본부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전염병 예방접종 역사는 130여년 됐다. 지석영 선생(1855∼1935년)이 1882년(고종 19년) 전주성에 우두국을 세워 종두(種痘)를 실시한데서 시작된다. 종두는 영국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가 개발한 천연두 예방법이다. 대한제국이 1895년에 종두규칙을 제정하고, 1912년에 두창·콜레라 백신의 생산과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엔 중앙방역연구소가 디프테리아·파상풍 항혈청을 정제했고, 콜레라·일본뇌염 등 약 18개 백신을 접종했다. 1954년 전염병예방법이 제정되면서 전염병 7종에 대한 정기예방접종 제도가 마련됐다.

1976~2000년에 걸쳐 정기예방접종 대상에 홍역·폴리오 등 전염병 6종이 순차적으로 포함됐으며, 발진티푸스·파라티푸스 등 전염병 4종이 제외됐다. 1997년엔 정부가 13개 전염병에 대한 표준예방접종 지침을 보급하면서 예방접종 사업 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2005년에 수두 백신도 포함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국가예방접종 시스템을 완성했다.


▎1970년대 서울시 전염병 대비 기동방역반 발단식.
백신 생산은 과거엔 정부가 앞장섰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민간 제약사들이 업무를 이관 받아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흩어져있던 예방접종 사업들을 2002년 국립보건원 방역과로 한데 모았다. 이듬해 2003년엔 국립보건원을 질병관리본부로 확대하고 예방접종관리팀을 신설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을 총괄 수행했다. 정부는 2001년 수립한 국가 홍역 퇴치 5개 년 계획에 따라 학동기 아동 580만명 홍역 예방접종을 벌여 대유행을 막았다. 이후 2006년 11월 7일 서태평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홍역 퇴치를 선언하며 전염병에 대한 국가적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

1531호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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