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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사태’에 대한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NPO 리더에게 묻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공익에 헌신하고 있는가”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기억연대 보조금, 기부금 비리 의혹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는 여성단체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NPO(공익법인에 한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NPO는 시민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운영되는 조직으로, 시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도덕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 또 세금 면제의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더욱 건강한 법을 개발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할 의무가 있다. 즉 윤리적 책임과 법적인 책임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 어떤 대의명분도 법 위에 있을 순 없다

이런 책임으로 인해 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일하는 NPO를 신뢰하는 동시에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에게 보다 높은 성실과 정직(Integrity)을 기대한다. 일부 NPO가 자선의 이름으로 사기나 비행을 저지를 경우, 일반인들은 사기나 비행을 저지른 특정 개인이나 단체뿐 아니라 NPO 전체의 성과마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는 지난 14년간 NPO의 투명성에 대해 연구했다. 그간 경험을 통해 국내 NPO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알게 됐다. 하나는 NPO 공시정보의 정확성과 진실성 문제이다. 공시정보는 작성자의 의도에 따라 왜곡이 가능하다. 일부러 정보를 누락시킬 수도 있고, 모금비용으로 사용한 인건비와 비용을 고유목적사업비로 공시하는 것과 같이 분식(粉飾) 회계를 통해 NPO의 재무건전성을 왜곡시키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시에 공급하는 단체운영의 효과성과 단체 내부운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NPO는 고유의 공익목적이 있다. 하지만 모금을 할 때에는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을 전면에 드러낸다. 최근 이슈가 된 정대협이나 정의기억연대의 정관에 명시된 공익목적은 여성인권향상이다. 하지만 모금을 할 때에는 위안부 할머니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러면 대다수의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단체의 효과성을 왜곡하는 것이다.

모금을 할 때 개인계좌가 아닌 NPO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한 사람이나 단체정보를 공개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한 경우에는 세부내역을 공시해야 하는 것과 같은 규정은 NPO 운영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NPO의 리더와 종사자들이 NPO 관련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법률의 사망 현상이다. NPO의 대의명분이 법보다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NPO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법을 지키는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는 NPO는 NPO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모금한 기부금은 ‘기부 목적’대로 사용해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윤미향 의원. / 사진:연합뉴스
NPO의 투명성은 첫 번째 NPO의 재정과 기부금품을 명확하게 운용하는 것에 있다. 기부금을 모금할 때 모금목적을 정확이 밝히고 모금한 기부금을 목적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기부자의 의사에 반하여 기부금을 사용한다면 이는 사기 행위다. 특히 기부금을 즉시 사용하지 않고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용도로 전용하려고 적립한다면 이는 기부자에 대한 횡령이다. 전용하려는 다른 목적이 NPO의 고유목적에 있을 경우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지만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나눔의집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부자들은 위안부 할머니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기부를 했지만 나눔의집은 자신들의 정관에 고유목적으로 있다는 이유로 할머니들의 생활과는 관계없는 곳에 기부금을 사용한 것이다.

두 번째로 NPO가 지역사회 내에서 활동 할 때, 지역의 기부자들에게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특정사업, 특정행사를 위해 모집한 기부금은 행사 후 홈페이지에 즉시 얼마를 모집했고 어디에 사용했으며 얼마가 남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세 번째, NPO는 일반시민들에게 사업과 성과, 재정운용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자발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외에도 법규준수, 외부감사를 받은 회계감사보고서 제출, 명확한 회계방법, 기록보관 등을 준수해야 한다.

NPO의 투명성은 일종의 삶의 방식이다. 미국의 NPO들은 미국 국세청을 통해 종합적인 재무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한다. NPO가 보고하는 비용은 모두 공개되어 있으며 우편과 운송비에 얼마나 쓰고 있는지, 각종 출장비는 얼마인지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비로는 얼마나 쓰는지, 심지어 해당 NPO의 고위직 연봉까지 원한다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가이드스타(GuideStar)나 채리티 네비게이터(Charity Navigator)와 같은 웹사이트에서 단순한 형태로 게시된 NPO의 재무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NPO는 대중의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곳이다. 그래서 투명성은 NPO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2500년 전 노자 도덕경에는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라 했다. 믿음직한 말은 꾸밀 필요가 없고, 꾸민 말은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심 칼라스(Siim kallas) EU반부정위원회 집행위원은 ‘고상한 대의명분은 늘 세심한 감시의 눈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PO는 꾸미지 말고 모든 것을 공개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는 NPO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NPO 이해관계자들인 정부, 언론, 기부자, NPO 리더, 종사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NPO가 다시 신뢰받기 위해서는 정부와 NPO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부시장에서 책무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는 NPO 운영에 책임을 가지려는 조직에게는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다. 규제를 족쇄라고 생각하지 않고 대중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NPO는 자율규제기능이 있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며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믿음을 얻고 있었다. 그 믿음을 기반으로 지난 10여 년간 눈부신 양적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이제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는지 우리 사회는 확인해야 한다. 시민들은 NPO에게 재무상태와 운영결과를 명백하게 공개할 것을, 그리고 NPO의 최고경영자와(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공개된 자료에 대해 보증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해외 언론보도에서 대표적인 이슈들을 살펴보면 최고경영진들의 높은 급여, 사무실, 출장비, 기타 직원수당에 들어가는 비용 등 윤리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나 국가기관에이 모든 것을 다 맡길 수 없다. NPO 관련 법률 규정이 비교적 잘 정비된 미국도 모금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단순히 정부의 감독만으로 비영리 비리 및 사기 행각을 방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 신종사기 수법들이 다양화되고, 지능화돼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평가기관, 언론, 기관 관계자 그리고 기부자들에 의한 사회 전반적인 감시체계의 확립이 중요하다. 정부가 대중 감시체제 구축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관련기관들과 협업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가짜 NPO들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회계 투명성 세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정부는 이런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NPO에 대해 설립에서 해산까지 전 과정을 일관되게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조직을 가져야 한다. 시민공익위원회 또는 국세청 산하 NPO 관리부서가 만들어진다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기부를 하기 전에 국세청이나 한국가이드스타에서 제공하는 정보로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에 대해 검토해 보고 기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기부금의 목적이나 대상도 중요하지만 회계투명성은 모든 NPO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NPO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성을 알림으로써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발적인 기부를 통한 분배, 함께 살자는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임을 잘 알고 있다. 시민이 기부자로, 자원봉사자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이는 곧 ‘시민성’이 성장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 과거로 퇴보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올바르게 나아가는 길은 시민성을 양성시키는 것에 있다. 이 과정에서 NPO가 시민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체들이 이룬 성과를 보여주고 운영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알려 주는 것이다. 이것이 기부자에 대한 예의이며 기본 의무인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NPO 리더들과 종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하나, 대중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익에 대한 헌신을 다하고 있는가? 둘, 청지기 정신의 기본적 책무인 법을 준수하고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는가? 셋, 자발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권력의 감시와 시민들의 기본권 신장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가? 넷, 기부자와 자원봉사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정보공개를 하고 있는가? 다섯, 기부금의 낭비, 부패 없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잘 사용하고 있는가? 여섯, 정부·기업·NPO 부문이 상호 소통, 협력, 파트너십의 원칙인 공정성, 투명성, 상호 이익을 존중하면서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확하게 예라고 대답을 할 수 있다면 NPO의 투명성과 책무성이라는 승선표를 얻을 수 있고 기부자들의 신뢰와 기부문화의 성숙이라는 여객선에서 열렬한 기부자와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NPO 리더들의 태도와 자세가 중요하다.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의 시간으로 가서 현재의 NPO 운영 실태를 보면서 내 자신이 책임지고 이 세상에서 이루어야 할 공헌과 성과의 결과는 무엇인지, 나 자신과 내가 몸담은 NPO가 후일의 역사에 어떻게 기억되고 기록될 것인지. 이젠 NPO 리더들이 실천으로 답할 차례다.

-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연구위원

1540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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