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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가리기 필요한 정부 지원 정책] 정부에 기댄 은행들 ‘시한 폭탄’ 터질라 

 

장기적으로는 은행 신용도에 부정적… “부실 기업 선별해야” 지적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서울시 생존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된 15일 서울 우리은행본점 영업창구에 접수안내문구가 놓여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장기적으로 은행들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6월 초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은행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180조원 가량의 코로나 금융지원 패키지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낮추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용관리 기준이 느슨해지고 은행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 “코로나19의 경제 충격 규모와 종료 시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기업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5월말 산업연구원에서는 기업 성과에 따라 세분화된 기업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부터 부실기업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았는데, 기업 성과를 감안하지 않고 모든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한다면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걱정된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을 두고 국내외 기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나 가계, 은행 등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일단 정부의 지원 정책의 필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실물 경기 침체 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일제히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의심의 여지없는 정부 정책 필요성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분명해지자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제로(0) 금리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또 국채 및 모기지증권(MBS) 매입과 중소·중견기업 대출 지원, 프라이머리딜러(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공인한 국채 딜러) 대상 적격담보 대출, 예금취급기관 대상 매입자금 대출(MMLF) 등을 발표했다. 여기에 금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증권(ABCP) 및 회사채 매입 방침을 정했다. 사실상 ‘무제한 돈풀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전방위적인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월 2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APP)에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200억 유로 어치를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또 팬데믹 긴급 매입프로그램(PEPP)으로 총 1조3500억 유로 어치의 채권을 매입하며 금융기관에는 팬데믹 긴급 장기대출프로그램(PELTRO)으로 지원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0)금리였기 때문에 동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은행은 지금까지 연간 80조엔 규모로 진행됐던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한도를 폐지했고 5조엔 규모였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규모를 20조엔으로 늘렸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정책금리인 역RP금리와 대출우대금리, 중기유동성지원대출 금리 등을 인하했고 지급준비율 인하와 각종 기업 대출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내놓은 180조원 규모의 코로나 금융지원 패키지가 과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한국 정부에서는 100조원 규모의 금융 안정 패키지를 내놨다. 여기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증권시장안정펀드 10조7000억원, 단기자금시장 안정지원 7조원 등이 포함됐다. 중소·중견 기업 대출 및 보증 확대를 위해서는 29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금융지원에도 29조2000억원이 활용된다. 여기에 유동성 부족 기업에 총 35조원,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서도 40조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좀비 기업’ 퇴출시키는 선별작업 필요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일단 국내 금융시장 내 불안감은 안정감을 찾았다. 문제는 정부의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은행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원과 보증으로 연명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는 신용관리 기준이 느슨해지고 은행의 위험노출액을 확대할 수 있어서다. 옥태종 무디스 연구원은 “정책적 유동성 공급과 규제 완화는 영원할 수 없고 향후 12개월 내에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자본 강화 없이 자산 리스크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정책적 지원 과정에서 지원 대상 기업들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부실기업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들 기업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부실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감사대상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지난 2018년말 기준 9.4%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2008년 5.8%에 비해서 3.6%포인트 높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로 100%를 밑돌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낼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생산성 하위 40% 기업만 놓고 보면 이자보상배율 100% 미달 기업은 15.1%로 2008년 7.2%에 두 배가 넘는다.

산업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실기업이 대거 퇴출하게 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반등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퇴출 기업 수는 116개로 2008년 50여개에서 두 배 이상 늘었고 이자보상배율을 기준으로 한 부실기업 비중도 소폭 낮아졌다. 국내 기업의 평균 생산성은 2014년까지 증가세를 보였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원대상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기가 필요하다”며 “반대로 성과 양호기업은 부실화되지 않도록 투자와 고용, 중장기 생산성 감소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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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호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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