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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주식시장과 다르게 움직이는 외환시장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온도차 발생… 각종 정책이 어우러져 주식시장 부양

사회에서 직장인들은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그 가치를 매일 수시로 평가받는다. 미래 현금흐름 창출 능력과 이익 성장성을 바탕으로 평가된 기업들의 주식 가격은 코스피와 같은 주가지수로 종합돼 표현된다. 한국 고유의 변수인 지정학적 리스크나 미·중 관계 등 대외적인 변수도 일부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보다는 개별 기업의 미래 현금창출 능력이 가장 핵심적인 변수이다.

그런데 원화 가치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통화 가치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 현실이 투영될 것이고, 개별 기업의 미래 현금창출 능력들이 모여 그 한 축을 형성할 것이다. 하지만, 미·중 관계와 같은 국제정치 역학, 한국 고유의 변수인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적인 변수가 미치는 영향은 주가지수보다 통화가치를 반영한 환율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즉, 국제적 변수와 지정학적 변수 등 거시적 요인은 주가 및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그 경중(輕重)이 다르다. 이는 최근의 시장 반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변수와 미·중 관계 그리고 환율


북한과 관련된 리스크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전쟁을 종결짓지 못한 한국의 경제와 주식시장에 고질적인 마이너스 요인이다. 2020년 6월 16일 오후 3시경에는 북한이 개성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해버렸다. 오후 3시30분에 마감되는 한국의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는 장 마감 때까지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놀란 금융시장의 반응은 다음 날인 6월 17일 시장에 나타났다. 이 지정학적인 리스크는 외환시장에서 원화 자산을 매도하는 변수였으니,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전날의 종가는 1207.2원이었는데, 이 날 하루에 6.7원 상승해서 결국 1213.9원에 마감했다. 전날에 비해 0.57% 상승한 것이다.

그런데 코스피 주가도 하락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과 달리, 코스피 주가는 오히려 살짝 올랐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 중 반도체 대장주들이 소폭 오른 데다, 언택트(untact) 테마로 각광받은 네이버, 2차전지 대장주인 LG화학과 삼성SDI 등이 업황 전망에 힘입어 선전했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는 주식시장에 지배적 변수가 아니라 부수적 변수에 불과했음을 방증한 사례다.

다음 날인 6월 18일에도 외부 변수가 있었다. 점심 무렵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폼페이오·양제츠) 결과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와이에서 진행된 이 회담은 한국시각으로 18일 새벽 4시부터 진행됐다. 가장 먼저 중국 외교부를 통해 회담 결과에 대한 코멘트가 이날 점심 무렵 전해졌다. 그 즉시 원달러 환율이 몇 원이나마 급락했다. 이 무렵은 코로나19의 유행에 대한 중국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 이슈로 미국과 중국이 표면적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던 시기였는데, 모처럼 갈등을 노출하지 않은 “건설적인 대화”였다는 코멘트였기 때문이다. 갈등 요소를 크게 드러내지 않고 회담을 마쳤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같은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16.2원에 개장했는데 점심 때 전해진 그 뉴스로 하락하여 1208원에 종가를 기록했다. 전날 종가에 비해서도 5.9원 하락(+0.49%)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니,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그만큼 상승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코스피는 다르게 움직였을까? 그랬다. 원화 가치는 전날에 비해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반대로 0.35%만큼 하락했다. 각 기업의 업황에 대한 평가가 갑자기 나빠졌다기 보다 단기간에 강한 상승세를 구가하던 일부 테마주에서 차익실현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면 미·중 고위급 회담 결과는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에서 체감하기 어려웠다.

코로나19의 재유행을 무시한 시장 반응

현재 상당수의 국가들은 전시에 준하여 지출을 늘렸다. 코로나19의 갑작스런 창궐로 인해 유례없는 수준의 경제 위축이 나타나고 금융시스템에도 경고음이 울리자, 재정 여력을 무시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위기 극복을 내세우며 전폭적인 부양에 나서자 통화량은 급속히 증가했다. 마치 전쟁이 터졌을 때, 대응했을 법한 수준이다.

특정 국가가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앞다퉈 정부 지출과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환율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대신에, 주식시장의 반응을 키웠다. 전세계 주식시장에 엄청난 랠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자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경고음을 흘려들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물 경제의 현실과 코로나19의 재유행 가능성을 무시한 것처럼 보이는 시장의 반응은 합리화될 수 없는 것일까.

투자의 고전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저자인 필립 피셔가 던지는 교훈을 참고할 만 하다. 그가 일생에 걸쳐 겪은 전쟁과 주식시장의 반응에 대한 혜안을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이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시점에는 미국 주식시장이 늘 급락했지만 전쟁이 끝난 다음의 주가 수준은 전쟁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전쟁은 언제나 통화의 급팽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주식 가격의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패전국이 되면 화폐는 쓸모가 없어진다.’

그는 이때의 주식의 실제 가치가 전쟁 발발에 수혜를 입어 증가하는 것인지, 단지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어떨까. 각국의 전시에 준하는 막대한 부양정책과 통화 공급이 어우러졌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의 실제 가치는 전쟁에 준하는 코로나 창궐로 인해 증가하는 것인가, 단지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인가. 두 가지 모두가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다.

디지털 사회가 가속화되고 언택트 관련 주식이 날개를 단 것은 코로나 창궐이 기폭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통화량이 급증하여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효과도 주가 상승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결국, 필립 피셔가 던지는 교훈을 빌리면 코로나 창궐 이후 주가지수가 전고점을 경신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과잉 부채의 덫에 걸려 이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마주할 후폭풍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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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호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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