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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코로나 쇼크로 풍선효과 누리는 물류부동산 

 

이커머스 성장 덕에 물류 거래 증가… 오피스보다 리스크 높아 투자 유의

▎한 쇼핑몰의 물류센터 모습
물류부동산이 물류시장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역동적인 시장 상황과 세계화의 확장으로 무역 관련 산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이커머스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이 성장을 견인하면서 물류부동산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1분기에만 약 600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는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약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하반기 물류부동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공모형 리츠의 상장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피스·리테일 등 다른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과 자산운용사는 왜 물류부동산에 열광하는 것일까?

최근 물류시장에는 3자 물류(3PL :3rd Party Logistics)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3자 물류는 관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의 업무를 특정 업체에게 위탁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얘기하면 물류업체가 물건만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가공)·발송·고객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물류시장 리서치업체는 세계 물류시장이 2023년까지 약 8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아시아 물류시장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 홈쇼핑, TV홈쇼핑 등 이커머스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양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국내 총 택배 물량은 약 27억9000만 개로 전년 대비 약 9.7% 증가했으며, 매출액은 약 6조3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성장했다. 국내 택배시장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10%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관들 관심 커져 공격적 펀드 투자


물류부동산 투자는 전통적으로 외국계 투자자가 시장을 선도했다. 간접투자 유형으로 구분하면 2016년 전까지는 펀드보다 리츠(REITs·투자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기업이나 투자신탁 또는 관련 상품)를 통해 물류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 펀드를 통한 투자가 증가하고 최근엔 연기금·기관투자자 등도 많은 관심을 보이며 투자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국내 투자자로 국민연금공단(NPS)과 지방행정공제회(POBA)가 설정한 국내 물류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인 ADF 자산운용은 약 2조원 규모의 물류부동산을 운영하고 있고 외국계 투자자로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 대표적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이처럼 물류부동산의 패러다임을 진화시키면서 오프라인 시장만 추구했던 기업들도 온라인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효율적인 동선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면적의 물류부동산 공급이 증가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새벽배송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도권 등 우수한 접근성을 갖춘 입지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과거 물류센터는 물건만 보관하는 창고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근엔 임차인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물류부동산의 최대 난관은 바로 인허가다. 기존 물류부동산이 집적된 지역 내에서의 개발은 각종 민원 등의 문제로 토지 매입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개발 대상이 인근 지역으로 점차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일부 투자자는 인허가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 위해 낡은 물류부동산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코로나19 사태 후 리테일·호텔·영화관 등의 자산 수익률이 급락하자 많은 투자자들은 물류부동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개발된 물류부동산은 올해 공급을 앞두고 있어 투자자 경쟁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물류부동산의 강점은 투자수익률이 다른 상업용 부동산의 개발 수익률보다 높고 시장 자체가 성장 동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외곽에 개발됐던 물류부동산이 신선상품·저온상품의 보관 수요가 늘면서 도심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또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배경이다.

공급시장은 준공 예정인 대규모 물류부동산과 글로벌 물류시장의 호황, 그리고 다양한 투자자의 시장진입으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토지가격과 부대비용의 상승, 민원 등에 따른 인허가 제한 사항 탓에 연평균 증가율이 소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복합형 물류부동산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동일한 형태라는 점에서 공급 과잉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2022년 후엔 공급이 어려워지고 준공에 임박한 물건도 민원의 증가로 준공이 지연될 가능성 도한 배제할 수 없다.

경쟁 심화와 인허가 어려움으로 가격 상승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비대면 생활은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재택 근무로 인해 기업이 오피스 면적을 줄이면 오피스에 딸린 리테일 상가의 폐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물류부동산은 비대면으로 인한 풍선효과 덕을 보고 있다. 물류부동산은 자본환원율(Cap.rate)이 5% 대에 이른다. 오피스 빌딩과 같은 안정된 자산 대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아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해 오피스 빌딩보다 다소 높게 거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미국·유럽 물류 부동산의 자본환원율과 유사한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자본환원율이 하락하면 물류부동산의 가격은 상승하는데, 즉, 과거에는 물류부동산이 화재 등의 위험에 쉽게 노출돼 저평가됐던 자산이라면, 최근엔 경쟁이 심화되고 인허가가 까다로워 가격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이 심화되고 각종 민원에 따른 개발의 어려움으로 가격이 상승되는 것은 시장의 논리일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융화, 나아가 물류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물류부동산이 전제돼 부동산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좀더 바람직한 모습이다.

무서운 성장세를 보면 세계적으로 물류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고 등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개발보다는 잠시 쉬어가며 내실을 다지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1546호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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