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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부품업 위기 속 흔들리는 만도] 현대車 손 놓칠라 안절부절 

 

인력 줄이며 포트폴리오 전환… ADAS 집중은 현대차 의존도만 높여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를 대표하는 만도가 사업구조 변화에 애를 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춘 미래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브레이크 등 기존에 잘 하던 사업 분야를 줄이고, 미래 자율주행차의 교두보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신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엔 큰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까지 감행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만도의 미래성장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ADAS에 집중할수록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만도의 딜레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현대·기아차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에 사활을 걸고 글로벌 협업에 나선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ADAS 집중하는 만도, 인력감축 더 이어질 듯

자동차 부품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상반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업체 100개사의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평균 12.6%, 영업이익률은 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최상위권 업체인 만도가 입은 타격은 업계 평균보다 더 컸다. 만도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0% 줄어든 2조323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만도의 적자폭이 유난히 컸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만도는 올 2분기 기능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올해 1분기말 4269명이었던 만도의 임직원 수는 2분기 말 4074명으로 200여명이 줄었는데, 희망퇴직 규모가 이정도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지급된 특별위로금이 2분기에 반영되며 적자폭이 커진 것이다. 만도의 인력감축은 사실 코로나와는 무관하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희망퇴직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됐다. 업계에선 전통 산업을 줄이고 신성장동력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실제 만도의 사업포트폴리오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신차에 ADAS 적용이 늘면서 이 분야의 매출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동(브레이크)·조향(스티어링)·현가(서스펜션) 등 기존 영역들의 매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만도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브레이크 분야의 매출이 크게 줄고 있다. 브레이크 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44.1%에 달했는데 지난해 40.1%로 줄었고,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30%대에 진입했다. 상반기 진행된 인력 구조조정도 MBS(기계식 브레이크 시스템)의 일감이 줄어든 게 발단이었다.

만도의 인력 구조조정은 이번 한차례로 그치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브레이크 분야는 물론 기존 서스펜션 분야에서도 유휴인력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여서다. 만도 매출에서 ADAS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6.4%에서 지난해 12.1%로 빠르게 늘고 있다. 만도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은 결국 제조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다. 실제 ADAS 분야에선 만도의 기능 인력이 사실상 필요 없다. 한라홀딩스의 해외합작사인 만도헬라일렉트로닉이 센서와 레이더 등의 부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만도는 ADAS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지속된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도는 꾸준히 현대·기아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와 반대로 매출 비율은 2017년 56.3%에서 지난해 59%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면 만도가 중점 공략하고 있는 중국 로컬 완성차에 대한 매출 비중은 2017년 15%에서 2019년 10.7%로 크게 떨어졌다. 이런 지적에 만도 관계자는 “ADAS 분야의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며 나타난 착시효과”라고 설명했다.

전체 매출 의존도가 ADAS의 성장 때문에 일어난 착시라고 하더라도 문제다. ADAS 분야에서 현대·기아차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현대차와 앱티브가 지난해 설립한 조인트벤처 ‘모셔널’이 자율주행시스템을 양산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선 만도의 현대·기아차향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모셔널은 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 전문 기업 앱티브와 설립한 조인트벤처 법인으로, 현대차그룹과 함께 자율주행시스템을 연구하고 길게는 이 시스템을 다른 완성차에 판매까지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앱티브와 공격적인 협업을 진행한 것 자체가 기존의 거래처만으로 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니겠냐”며 “자동차 업의 특성상 현대차가 외산부품을 한번 적용하면 5년 이상을 납품 받기 때문에 따라잡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만도 측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만도 관계자는 “우리가 주력하는 것은 레이더와 카메라인데, 앱티브는 초음파센서와 후방센서 등에 경쟁력이 크다”며 “시장에서 교집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셔널이 만도의 제품을 항구적으로 쓸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더군다나 모셔널에는 만도의 라이벌이라고 볼 수 있는 현대모비스도 출자했다.

외부인사 영입하고 대표 경질, 방향 다시 잡나

이 위원은 “우리나라 부품사들이 미래차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해 글로벌 협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도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진 만도는 수년 전부터 다양한 국내·해외 기업과 협력을 시도해왔지만 그럴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만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설된 주요 연구개발 직책에 외부인력을 영입하고 만도그룹 연구개발의 상징과도 같던 탁일환 대표이사가 사임한 게 주목받는다. 만도는 지난해 11월 신설한 신성장동력 발굴 조직 ‘WG캠퍼스’의 본부장으로 LG전자 출신의 오창훈 박사를 영입한 바 있다. 오 본부장은 필립스 북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거쳐 LG전자 B2B 솔루션 신사업을 담당한 인물이다. 이어 탁 대표가 임기를 6개월가량 남기고 최근 갑작스레 만도를 떠났다. 탁 대표는 만도맨으로 대표이사를 맡기 직전엔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아 네이버랩스 등과 자율주행 관련 협업을 이끄는 등 만도의 연구개발 관련 이슈에 깊게 관여한 인물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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