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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밥집(CJ푸드빌)’은 안 되고 ‘집밥(CJ제일제당)’은 된다] 희비 엇갈린 한 지붕 두 가족 

 

CJ푸드빌, 뚜레쥬르 매각 추진에 외식사업 직격탄까지… 사상 최대실적 낸 CJ제일제당

▎CJ그룹이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한다. / 사진:CJ푸드빌
CJ그룹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주력사업 중 하나인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뚜레쥬르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하고,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인 단계로 매각을 추진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온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뚜레쥬르는 국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에 이어 2위 업체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CJ푸드빌은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매각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알짜 사업 정리를 공식화한 것이다.

CJ푸드빌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이후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매출은 2017년 1조4275억원, 2018년 1조3716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8903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대 아래로 뚝 떨어졌다. 영업손실 역시 2017년 38억원, 2018년 434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4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일 내리막 곡선을 그리는 회사 실적이 알짜 사업 정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신규 출점 제한 정책과 더불어 소규모 베이커리가 각광받는 상황에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CJ푸드빌 내 뚜레쥬르 입지가 탄탄하긴 하지만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매각 효과도 얼마 못가


▎미국 뉴욕 록펠러 센터의 ‘비비고’ 매장 / 사진:CJ제일제당
CJ푸드빌은 지난해 이미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이를 통해 영업손실 폭을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다. 지난 3월 부동산 등 고정자산 매각, 신규투자 동결, 지출 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등의 자구안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투썸플레이스 잔여 지분 15%까지 매각하는 강수를 뒀다.

이처럼 고강도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였지만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또 한 번 크게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CJ푸드빌이 운영 중인 빕스·계절밥상·제일제면소 등 외식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썸플레이스 매각 효과도 얼마가지 못했다. 계속된 위기에 일각에선 ‘CJ푸드빌 매각설’이 나올 정도다. 회사 한 관계자는 “어려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고 아예 실적이 좋은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정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CJ가 운영하는 ‘밥집’은 어려운 반면 ‘집밥’은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가정에서 집에서 조리가 가능한 냉동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CJ제일제당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8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5% 증가했다고 8월 11일 공시했다.

매출은 5조9209억원으로 7.4%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00% 개선된 158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투자업계에서 예측한 수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이다. 3849억원은 CJ제일제당이 기록한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고강도 체질개선을 통한 선제적 위기 대응에 나선 결과가 이번 실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집밥 문화’가 확산되며 HMR 판매가 크게 늘어 식품사업의 영업이익은 134% 늘어난 1264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증가도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식품·바이오 등 전사 해외사업이 성장해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부문별로는 식품사업 매출이 지난해 2분기 대비 12.1% 증가한 2조1910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체질개선 효과에 해외매출도 호조세

올초 인수작업을 마무리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의 매출 7228억원을 보태며 해외 식품 매출이 26% 늘어난 1조485억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코로나 팬더믹 사태에도 K푸드 열풍이 거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비비고만두를 필두로 한 냉동식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미국 슈완스 인수 효과를 비롯해 해외 실적이 꾸준하게 증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실적 행진은 3·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외 집밥 수요가 증가 추세인 데다 간편식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3·4분기 매출액 컨센서스는 6조26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94%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87% 늘어난 3214억원으로 추정된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슈완스의 영업력을 이용한 채널 확대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인들로 소비자 기반을 넓혀나가며 해외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CJ푸드빌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CJ푸드빌은 부실한 매장은 정리하고, 빕스와 계절밥상의 특화 매장을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수익성 강화에 힘썼다. 지난달 말 오픈한 빕스 일산점이 대표적이다. 이 매장은 약 350석 규모로 ‘테이스트업’ 콘셉트로 한 특화 매장이다. 샐러드부터 스테이크, 이탈리안 요리까지 메뉴별 완성도를 전문숍 수준으로 높였지만 오픈한 지 20여 일만에 영업을 일시중단하게 됐다.

CJ푸드빌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빕스와 계절밥상 등 서울·경기·인천 총 36개 외식 매장의 문을 일시적으로 닫는다고 8월 19일 밝혔다. 빕스는 전국 41개 매장 중 29개, 계절밥상은 13개 매장 중 12개나 해당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추후 직원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이라며 “빕스와 계절밥상 모두 직영으로 운영해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이달 말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참담한 심경”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CJ푸드빌 측은 “지난해 특화 매장 리뉴얼과 실적 부진 매장 정리로 매출을 끌어올렸다”라며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또 꾸준히 특화 매장을 늘리고, 방역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한편 8월 12일 론칭한 배달 전용 브랜드 ‘빕스 얌 딜리버리’는 그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늘어나는 배달 수요를 반영해 빕스의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배달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다. CJ푸드빌 측은 “고객과 대면하지 않고도 빕스의 서비스 마인드와 레스토랑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출시한 만큼 수준 높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49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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