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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폐암이 변이되길 바라는 가족, 그들의 사정 아시나요?” 

 

표적치료제는 특정 변이 일으켜야 급여 적용… 초기 대응 절박한데 경제적 부담에 주저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 사진:김현동 기자
한국에서 지난 1년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은 8만1203명이다. 한국인 사망원인 1위다. 6.25전쟁·베트남전 25년간 치른 두 차례 전쟁에서 발생한 미군 전사자 수 9만4000여 명과 비슷한 수치다. 1983년 이후 한국인의 목숨을 가장 많이 뺏은 것은 암이다. 한국인들은 암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치료비로 평생 쌓은 자산을 모두 앗아간다. 이기적 유전자인 암은 비정상 세포를 무한 증식해 숙주의 생명을 좀먹는다. 사회 경제적으로도 암적인 존재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암으로 고통 받는 일이 없게끔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고 2018년 ‘문케어’를 확장했다. 그러나 행동은 머리가 아니라 손이 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정책당국과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견에 국민은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의료 현장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로부터 현재 폐암을 중심으로 암 치료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뇌전이 폐암처럼 상황이 시급한 질환에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암은 대부분 말기 진단, 재발 우려도 커”

폐암 사망자가 날로 늘고 있는데,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폐암은 암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기침·가래 외에 별다른 이상 증상은 나타나지 않아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늦고 재발·전이가 빈번하게 발생해 완치율도 낮다. 4기에 폐암을 발견한 환자는 40% 이상이며, 완치할 수 있는 조기진단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다만 절제술을 받은 조기 폐암 환자 중에서도 약 30~40%가 재발한다.”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전체 폐암의 약 70%가 흡연과 관련이 있지만, 비흡연 폐암 환자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간접흡연·환경오염·유전자변이 등이 주된 원인이다. 대표적 유전자 변이가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ALK(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 변이 등인데, 특히 EGFR 변이 등이다. 실제 국내 폐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비소세포폐암으로 이 중 30~40%가 EGFR 변이가 관찰된다.”

폐암이 재발한 경우 어떤 치료법을 동원하나.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폐암·소세포폐암으로 나눈다. 비소세포폐암은 진행이 더뎌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3기 환자는 전이 양상에 따라 수술과 방사선, 항암 치료 등을 조합한다. 4기는 수술이 불가능하고 완치가 어려워 생존 기간 연장, 증상 완화, 삶의 질 개선 등을 목표로 한다. 다만 뇌전이가 발생한 경우 바로 말기로 간주하고 그에 맞는 치료와 관리를 한다.”

폐암 치료를 위해 등장한 신기술은 없나.

“EGFR 변이와 같은 유전자 변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표적치료제를 활용해 해당 변이를 선택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치료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은 적다. 기존 항암제는 세포독성이라 정상세포도 공격했는데, 표적항암제는 유전자 변이에만 작용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는 1세대 게피니티브·엘로티닙, 2세대 아파티닙, 3세대 오시머티닙이 허가됐다. ALK 폐암은 1세대 크리조티닙, 2세대 알렉티닙, 브리가티닙이 허가됐다.”

폐암이 뇌로 전이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나.

“폐암의 뇌전이는 EGFR 변이 폐암의 경우 5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진단 시 뇌전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치료 도중 뇌전이가 발생하는 비율이 절반 정도에 이른다. 뇌를 포함해 폐암에서 원격 전이가 발생한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7.7%에 불과하다. 전체 암이 22.3%인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갑상선암은 62%, 전립선암은 43.8%, 유방암은 39.9%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뇌전이가 발생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환자의 생존기간은 4.8개월, 투병 중 뇌전이가 발견된 경우는 3.7개월에 불과하다.”

폐암 뇌전이 환자는 두통·구토, 인지 및 언어 장애, 신체 기능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정상적 일상생활에 한계가 있다. 또 뇌압이 상승해 항암 치료를 받기 어렵다. 폐암이 뇌로 전이되면 4기 환자에 준한 관리와 치료를 진행할 만큼 치료가 까다롭다. 재활치료의 효과도 떨어진다.

뇌전이 환자는 통상 치료가 어려운데, 치료법이 있나.

“감마선을 사용해 뇌 질환을 치료하는 감마나이프, 종양을 겨냥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사선 치료,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적 절제 등이 일반적 치료법이다. 문제는 이런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기대 여명은 약 8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뇌 괴사나 위축, 치매 발생의 위험도 있다. 기존 표적항암제도 혈액-뇌장벽으로 둘러싸인 뇌 구조를 통과하기 어려워 뇌전이 치료에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만 최근 혈액-뇌장벽 투과율을 높인 3세대 폐암 표적 항암제가 나와 효과를 보인다.”

비급여인 3세대 표적항암제를 널리 사용할 수 있나.

“표적항암제가 등장한 뒤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등 치료 효과를 보인다. 다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을 느껴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을 자주 목격한다. 새로 개발된 뇌전이 폐암 치료제의 경우도 비급여라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한 달 약값이 600만원 이상이다. 이 약물의 경우 T790M이라는 변이가 발견돼야 급여로 사용할 수 있는데, 촌각을 다투는 폐암 환자가 해당 약을 급여로 사용하기 위해 이런 변이가 발견되기를 바라는 모습도 본 적 있다.”

“치료 집중할 수 있게 접근성 강화해야”

기존 급여 약물을 신약으로 바꾸면 해결되지 않나.

“급여 적용은 건강보험재정과 이해관계자와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신 항암 신약의 경우 R&D(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이 비싸다. 건보 재정을 관리하는 정부는 이 이유로 신약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기존 보험 급여 약물을 퇴출하고 신약을 급여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뇌전이 폐암처럼 상황이 시급한 경우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적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시각도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암 환자 치료에 어려운 점은 없나.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전에는 암 환자들은 입원 전 자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특히 호흡기 질환인 폐암 환자는 더욱 심하다. 암 환자는 면역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환경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폐암은 재발, 전이는 물론 말기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적극적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다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제 사용이 어려운 일이 있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도 낙담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이 강화되길 희망한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55호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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