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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산수음료 대표] ‘친환경 생수병’ 들고 등장한 수장(水長) 

 

병·뚜껑·라벨까지 생분해되는 페트병 최초 개발… “기업의 환경적 책임(CER) 일환”

▎ 사진:신인섭 기자
‘뒷물이 앞물을 민다.’ 양쯔 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며 흐르듯 새 인물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는 뜻의 중국 고사성어다.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새로운 물결이 혁신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2018년 10월 창업주인 아버지에 이어 가업을 물려받은 김지훈(31) 산수음료 대표는 2년 여의 짧은 기간 동안 먹는샘물 시장에 새 물결을 몰고 왔다. 생수병은 물론 라벨과 뚜껑까지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생수병’을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것이다. 대표직을 맡은 직후부터 18개월 동안 공동 연구개발(R&D)에 힘쓴 결과다. 물을 퍼 올리던 회사에서 물을 지키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산수음료의 새 물결, 김 대표를 10월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났다.

일반적으로 ‘생수’로 통하는 먹는샘물과 그 물을 담는 페트병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의도적으로 제조되었거나 기존 제품이 조각나서 미세화된 크기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그 폐해가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오르며 생수업계 역시 재활용률을 높이거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분리수거가 쉽도록 라벨을 뜯기 쉽게 만들거나, 페트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함량을 줄여 경량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역시 완벽히 친환경적인 방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체 개발한 친환경 생수병은 다른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생수병은 크게 에코 페트(Eco-PET)와 바이오 페트(Bio-PET), 그리고 PLA 용기로 구분된다. 에코 페트는 페트(PET) 플라스틱을 사용하긴 했지만 일반적인 페트병보다 그 사용량을 최대 20%(500㎖ 기준) 줄인 제품이다. 바이오 페트는 사탕수수로 만들어 일반 페트 생수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40% 이상 낮은 것이 특징이다. 더 나아가 PLA 용기는 옥수수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PLA(Polylactic Acid) 소재만을 100% 사용해 180일 내 퇴비화가 가능하다. 이 제품은 특정 조건 하에 매립하면 물과 이산화탄소, 퇴비로 완전히 생분해된다.”

생수병뿐 아니라 뚜껑과 라벨까지 같은 소재를 사용한 것은 업계 최초로 알고 있다.

“미국 코카콜라가 플랜트 보틀(Plant Bottle) 병에 바이오페트 재질을 적용해 생산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병뿐 아니라 캡과 라벨까지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유래한 친환경 저탄소 소재를 적용한 업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색상 염료 등 첨가제가 들어간 일반적인 페트병과 달리 재활용이 쉽도록 어떠한 화학 첨가제도 넣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라벨 역시 열을 가하면 녹는 수분리성(열알칼리성) 접착제를 사용했다. 일반적으로는 풀을 발라 라벨을 붙이기 때문에 양잿물로 알려진 가성소다를 써야만 완전히 제거가 가능하다. 우리 제품이 현재 시중에 나온 어느 생수병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률이 높은 제품이라고 자신한다.”

180일 내 퇴비화 가능한 PLA 생수병


▎ 사진:신인섭 기자
환경부는 지난 2013년 6개 생수 제조사와 협약을 맺고 플라스틱 폐기물 줄이기에 나섰다. 당시 참여한 제주개발공사(삼다수), 풀무원(풀무원 샘물), 롯데칠성(아이시스), 하이트진로(퓨리스석수), 동원 F&B(미네마인), 해태음료(평창수) 등 6개사가 한 해 동안 생산한 생수병 무게만 2만8000t이 넘었다. 이들 회사는 이후 환경부의 권고에 따라 기존보다 30% 가량 감량한 14.42g~16.2g(500㎖)을 기준으로 잡고 경량화에 나섰다.

산수음료는 이보다 앞선 2010년 중소기업 최초로 생수병 경량화에 성공한 업체다. 기존 18g이던 생수병 무게가 14g까지 줄었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페트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작은 기업이었지만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들여 경량화한 생수병을 내놓았다.

지금처럼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대두되기 전부터 페트병 경량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 배경은.

“산수음료는 국내에서 일찌감치 생수사업을 시작한 회사 중 하나다. 반면 자체적인 페트병 생산은 가장 늦게 시작했다. 외부에서 페트병을 납품받지 않고, 일찍부터 자체 생산했으면 더 이윤을 남길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께서는 대형 폴리카보네이트(PC) 생수통만 고집하셨다. 사무실이나 식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대형 생수통은 일회용기가 아니라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게다가 PC 소재는 후에 건축자재로 재활용이 된다. 반면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렵다. 창업 당시에는 플라스틱 패트병을 100% 매립하던 시절이다. 아버지께서는 창업 초기부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셨고, 자연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셨다.”

경량화를 넘어 직접 친환경 생수병 개발에 나선 이유는.

“대표직을 처음 맡을 당시 우리 회사는 두 군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생산하는 페트병 무게만 300t 이상이었다. 500㎖ 페트병 하나가 14g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우리 회사는 자연 그대로의 물을 퍼서 파는 생수회사인데 자연의 가치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게 아닐까 반성을 많이 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만큼이나 환경에 대한 책임, 즉 CER(Corporate Environmental Responsibility)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생수회사가 페트병을 아예 안 쓸 수는 없고, 경량화만으로는 넘치는 폐기물을 줄이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나. 제품 개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부끄럽지만 회사 경영을 맡기 전까진 잘 몰랐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후 SK텔레콤 헬스케어 IT 부문에서 3년 넘게 앱 개발을 담당했다. 전공 때문에 PLA 소재, 즉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인체에 무해하고, 생체 흡수성이 뛰어나 주로 수술에 쓰는 녹는 실이나 인체삽입용 나사 등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식품 포장재나 용기로 주목받고 있는데 퇴비화가 가능해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페트병 출고량 28만6000t(2017년 기준) 중 생수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만2000t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페트병은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각이나 매립되는 양이 더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매년 소각되는 페트병 양은 400만t에 달하고, 땅에 묻는 양도 100만t이나 된다. 해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폐기물 양은 8만t에 달하는데 이를 펼치면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약 19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가 평균적으로 먹는 미세플라스틱을 환산하면 매주 신용카드 한 장에 들어가는 플라스틱(5g)을 먹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내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60%가 재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60%라는 수치에는 소각하는 비율까지 포함됐다. 유럽연합(EU) 기준으로 엄격하게 따지면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21%에 불과하다. 분리수거한 제품의 80%는 결국 쓰레기로 매립되는 것이다. 국내 한 패션업체에서 페트병 수백만병을 재활용한 재생원사로 옷을 만들어 판다는 광고를 본 적 있다. 그런데 재생원사라는 것도 결국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생산이 어렵다. 자꾸 실이 끊겨 옷을 만들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재활용품은 질이 낮아 원사로 만들기 어려우니 해외에서 순도 높은 쓰레기를 들여와 재생원사를 제작한다. 이를 친환경 마케팅이라고 하는 걸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다.”

일반적으로 생수병은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하지 않나.

“나 역시 그렇게 알았고, 내가 버린 생수병이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되는지 궁금했다. 버려지는 무색 페트병의 70%가 생수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 취임 초기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있는 30여 개 재활용품 업체를 직접 돌았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소비자가 다 쓴 생수병을 깨끗이 씻어 내놓아도 업체 차량이 재활용품을 한데 모아 실어간다. 오염된 플라스틱 제품과 뒤섞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불순물이 섞이면 재활용 자체가 어려워진다. 오염된 제품과 함께 하향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그럼 분리수거 방식이 개선되면 페트병 재활용률도 올라갈까.

“환경을 위해선 재활용이 답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진 않다. 최근 들어 유색 페트병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명 페트병으로 바꿔야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플라스틱 1t을 재활용하려면 3t의 물이 사용된다. 재활용이 무조건 친환경적인 방법이라고 볼 순 없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100% 생분해되는 제품 사용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수음료는 지난 3월 와디즈 펀딩을 통해 ‘저탄소 착한 플라스틱 페트병 생수’라는 이름으로 바이오페트 생수를 판매했다. 500㎖ 생수 40병에 7900원(개당 197.5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해 512%의 펀딩 참여율을 기록했다. 바이오페트를 시중에 처음으로 선보이며 기획한 프로젝트이기에 가능한 금액이었다. 현재는 자사 온라인몰에서 개당 400~600원에 판매 중이다. 이는 온라인 최저가 기준 삼다수(280원)나 백산수(150원) 등 경쟁 업체에 비해 월등히 비싼 가격이다.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겠다.

“우리 제품 중 바이오 페트병 제품은 일반 페트병에 비해 1.5배 비싸고, 100% 생분해가 되는 PLA 제품은 4배 더 비싸다. 원료가 다르다보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10초에 144개를 생산하는데 반해 우리는 72개로, 생산성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가치소비 성향이 커지면서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와디즈 펀딩을 통해 PLA 용기에 든 생수 제품을 판매했는데 목표액의 5배가 팔렸다. 30~40대의 구매율이 특히 높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당초 기대만큼 판매량을 보이고 있진 않다. 그렇지만 친환경 제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

장기적으로는 생수사업 외에도 친환경 재생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인가.

“그렇다. 올해 12월 에코패키지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용기 제조 부문을 분사할 예정이다. 생수병과 같은 식품포장재는 물론 화장품 용기 등의 개발·생산을 담당하게 된다. 페트병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유래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페트 제품과 생분해되는 PLA 제품 두 종류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선보인다.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양이 늘어나면 PLA 생수병 가격을 지금보다 20%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사업가가 아닌 환경운동가와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친환경 사업 확대에 대해 경영진의 반대는 없나.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들까지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재활용사업, 친환경사업이라는 게 결국 장치 사업이다. 기계 하나에만 30억~4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난해 매출의 약 70%를 R&D 비용으로 투자했으니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사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병만 얇게 만들어도 생산 비용을 절감하면서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에게 싸게 팔 수 있으니 그 정도로 타협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자연에서 원재료를 얻어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으로서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낀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더라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한편 산수음료는 플라스틱 관련 중소기업 17개사가 모여 친환경 플라스틱을 공동 연구개발하는 ‘그린플라스틱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가 주축이 돼 만든 연합이다. 그는 “중소기업으로서는 제품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도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업체들이 모인만큼 앞으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개발에 성공한 PLA 제품 생산 노하우를 말레이시아 업체에 기술 이전할 계획이다.

김지훈 대표는 “깨끗한 물만큼이나 그 물을 담는 용기도 깨끗하고 안전해야한다는 게 경영철학”이라며 “당장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연에 완전히 분해되는 제품을 써야 그 땅에서 또 맑은 물이 샘솟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경영 목표를 물었다. “완벽한 자원 선순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산과 물에서 사명을 따온 기업의 수장(水長)다웠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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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6호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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