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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김항기 고위드 대표] “비 맞는 기업에 우산 씌워주는 금융 만들 것” 

 

빅데이터로 현금흐름·예측 기반 신용평가 모델 개발... 신용카드 발급·대출·지출관리·HR 등으로 사업 확장”

▎ 사진:박종근 기자
산업과 비즈니스의 횡적 분화·결합 후엔 반드시 종적 변화가 나타난다. 하부조직을 기능별로 해체, 재결합해 핵심 역량을 제외한 영역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대개 자금·인사·총무·조달 등 둘 이상 필요 없는 관리영역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업무는 신체기능 조절을 하는 비타민처럼 기업의 정상적 순환활동을 촉진하며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기업들의 고민은 커졌다. 이런 관리 역량을 갖추고 통제할 여유가 없어서다. 기술과 비즈니스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기업의 생성·소멸 속도가 빨라졌다. 어느 때보다도 민첩한 대응이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과거 기업 전산실이 클라우드 서버로 진화한 것처럼, 기업의 관리·운영을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위드(gowid)’도 이에 해당한다. 고위드는 인터넷 서비스 개발사이면서, 금융회사이자 빅데이터 회사다. 인적자원(HR) 관리 및 컨설팅 회사이기도 하다.

고위드가 사업의 문을 여는 열쇠는 신용카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분석 도구를 이용해 신한카드·롯데카드 등 신용카드를 스타트업 법인과 임직원에게 발급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매출·신용 등 금융 활동의 근거가 부족해 그동안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위드는 신용카드를 발판으로 스타트업 대상 대출 등 금융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고신용자에게 많은 자금을 저리에, 저신용자에게 적은 자금을 고리에 빌려주는 기존 금융회사들과는 차별화했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기업의 매출 발생 시점과 비용이 늘어나는 시점 등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했다. 또 기업 자산 및 비용 관리, 임직원 신용관리 등 영역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기업이 비를 맞을 때 우산을 씌워주는 스타트업 지원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다.

“미래 산업은 자산보다 현금흐름, 금융 개념 바뀌어야”

10월 12일 서울 신사동 고위드 본사에서 만난 김항기 대표는 “스타트업의 현금흐름이 바닥나고 적자를 기록할 때까지 대비한 예측 모델을 갖고 있다.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 솔루션 사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금융시스템은 ICT에 기반을 둔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 및 기업 활동의 결과물로 부동산·공장 등 자산이 생겼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활동의 결과가 대부분 온라인 사용자 증가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출의 담보물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잣대를 유지할 경우 정보통신(IT) 등 당장 돈이 필요한 성장산업에는 돈이 안 돌고, 성장성이 낮은 제조업에만 대출이 몰리게 된다.

그는 “유니콘이 됐다고 해도 담보나 자산이 없으면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출범한 지 갓 1년 밖에 안 된 회사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받으려면 지난해 매출을 증빙하라’는 게 금융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위드는 자산과 매출에 의존하지 않는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했다. 과거 지표인 재무제표에서 벗어나 현재의 공헌현금흐름, 현금 증가율 비교, 포스 데이터 등을 영업·투자 등 경영 활동과 대조해 앞으로 자금 사정을 예측하는 식이다. 회계사 6명과 AI 전문가 12명을 동원해 개발했다.

스타트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직원별 사용금액과 지출구조, 용도 등을 추적해 개인별 한도액을 정할 수 있다. 이를 지출 관리 시스템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또 신용카드 승인 정보를 확보하면 실시간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다. 회사가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지출 및 매출 구조가 건전한지, 현금 흐름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들로부터 45일짜리 여신관리 모델로써 인정받았고, 2년짜리 중기대출 모델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1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이라도 대출은 많아봐야 기업가치의 20% 밖에 되지 않는다. 시가총액 13조원에 달하는 넷마블의 경우 상장 직전에도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을 수 없었다”고도 했다.

현재 고위드 법인은 경영컨설팅업으로 등록돼 있으나, 법인을 전환하는 한편 대부업 등록을 할 계획이다. 대출금리는 5~7% 수준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금융회사로 갈 생각은 없으며, 일단 대부업으로 6~8개월가량 테스트한 뒤 기업과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무불이행에 대비한 안전판 마련에 대해선 “기업의 매출 및 기업가치 신장률 데이터로 보정해 현실성 있고 안전한 대출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융자금을 나눠서 지급하는데 그 기업의 매출이 더는 늘지 않는 경우 중단을 지급할 수 있다”고 했다. 추심 모델 존재여부와 관련해선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 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고 신용카드부터 발급해보자고 생각했다”며 “고위드는 금융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며, 지원이라는 금융의 본연적 기능을 살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알펜루트자산운용 전 대표이기도 하다.

고위드는 신용카드 발급·대출·데이터 축적 등과 더불어 B2B 마켓 플레이스도 열 계획이다. 금융상품 중개부터 노트북·고가의 소프트웨어 등을 스타트업들이 공동 구매하면 가격 협상력이 생긴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스타트업의 성장 경로에 발맞춘 HR 컨설팅 제휴도 나선다.

경영대시보드·마켓플레이스로 경영 효율화 지원

또 ‘경영대시보드’를 만들어 기업의 지출 관리와 세금 환급, 변동비 검증 등 재무와 솔루션을 제공한다. 더불어 기업들의 과도한 지출을 유도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도 줄여준다. 주주명부 관리 스타트업 쿼타랩과도 손잡고 서비스 다양화에도 나선다.

김 대표는 “시간·돈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서로 돕고, 중요한 시점에 최적의 전문가와 연결해 성장을 지원한다. 비용을 절반으로 낮추고 생산성을 10~20배 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며 “엑셀러레이터·벤처캐피탈 등과도 공생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로서 스스로에 대해 “대기업과의 협상과 승인 과정이 허들의 연속이며, 실패하면 0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배웠다. 오랜 기간 벤처 투자를 했지만, 벤처가 진짜 무엇인지 이제 깨달았다”며 “아이디어와 전략적 판단은 잘하지만 그간 실행력을 증명해보진 못했다. 많은 분들로부터 배우고 비즈니스를 고도화하며 조직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가 커감에 따라 지적 수준도 성장해야 하는데 그대로 머무르는 바람에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자신의 수준을 미리 올려놓고 준비하며 겸손한 자세로 배우겠다”고 덧붙였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1556호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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