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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영화 분쟁 이어 음악저작권까지 진통] 음저협 “매출 전체의 2.5% 내라” VS OTT음대협 “기존보다 4배, 말도 안돼” 

 

음저협의 2.5% 기준안,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심의 중

▎ 사진:© gettyimagesbank
국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토종 OTT(Over The Top) 플랫폼사가 음악저작권 정산 문제에 휩싸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와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이하 OTT음대협)간의 분쟁이다. 음저협은 1964년에 설립한 국내 유일의 음악저작권신탁관리단체이고, OTT음대협은 웨이브왓챠·티빙·카카오페이지·롯데컬처웍스 등 국내 OTT사업 관련자들로 구성된 협의체다.

두 집단은 국내 OTT사에서 음저협에 지불하는 음악저작권료 비율에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음저협은 총 매출액의 2.5%요율을, OTT음대협은 0.625%요울을 주장한다. 음악을 사용하는 새로운 미디어, OTT의 화려한 비상과 함께 발생하는 진통이다.

음저협, ‘넷플릭스와 2.5%로 계약’ 내세워

두 집단의 분쟁은 OTT플랫폼에 대한 수수료 기준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생겼다. 음저협은 기존 방송채널·위성방송사·IPTV·이동방송서비스·라디오 등 각 미디어 형태별로 각각 다른 수수료 기준규정을 만들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심의와 심사 과정을 거친 후 해당 규정치를 승인 받아 수수료를 징수한다. OTT플랫폼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관련 규정치가 없는 상황이다.

정해진 규정이 없었던 OTT플랫폼은 가장 비슷한 형태의 기존 미디어 기준 중 기타 사용료의 ‘방송물재전송서비스’ 기준에 맞춰 음저협에 수수료를 지불했다. 이때 지불한 비율이 0.625%였다. 방송물재전송서비스 기준에 따르면, 음악 전문 매체나 라디오 매체가 아니면 매출액의 0.625%를 지불하게 돼있다.

두 집단의 의견이 갈린 것은 OTT플랫폼사들의 ‘음저협에 대한 이중 저작권료 징수 문제 제기’로부터 본격화됐다. OTT플랫폼은 “서비스 중인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영상콘텐트들은 제작과정에서 이미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음악 사용 권리를 획득한 콘텐트들인데 왜 또다시 음저협에 이중으로 저작권료를 내야 하나”고 문제 제기했다. 2016년 이 같은 문제가 OTT플랫폼사로부터 음저협에 제기됐고, 지난 2019년 11월 음저협은 해당 답변이라며 음악저작권료를 매출액의 2.5%로 산정해 비용을 지불하라는 내용증명서를 국내 OTT플랫폼사에 전달했다.

토종 OTT플랫폼사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0.625%요율을 내다가, 문제를 제기했더니 이보다 4배 가까이에 해당하는 2.5%를 내라는 일방적인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이 기준은 지상파방송의 1.2%, IPTV의 1.2~1.5%인 것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라는 분석이다. OTT음대협 관계자는 “음악저작권협회는 국내 음원저작권자를 대리해서 수수료를 걷는 유일한 기관”이라며 “사실상 독점사업체인 셈이다. 이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내라고 해도 따라야 하지만, 전체 매출액의 2.5%를 음원저작권료로 떼 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저협의 2.5% 주장에도 이유는 뚜렷하다. 가장 첫 번째 근거로는 글로벌 최대 OTT플랫폼인 넷플릭스가 음저협과 2.5%로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음저협은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사례로 제시하며, OTT플랫폼사의 음원 저작권 수수료의 글로벌 기준이 2.5%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OTT사들도 이를 따라서 매출액의 2.5%를 내는 것이 합당한 기준이라고 말하고, 이를 문체부에 제시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또 음저협 관계자는 “OTT플랫폼은 모바일로 전송돼 이동성이 있고, 개인화된 디바이스에서 송출되기 때문에 기존 IPTV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기준규정과 다른 수치가 적용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한다.

이에 OTT음대협은 “OTT 저작권료의 글로벌 기준이 매출액의 2.5%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넷플릭스가 아닌 미국 OTT사의 저작권료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1% 미만으로 계약했다. 또 대형 OTT사인 넷플릭스가 2.5%로 계약했다고 해서 모든 OTT사가 2.5%로 계약해야 하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OTT음대협 관계자는 “음저협은 단 하나의 개별 계약 사례를 근거로 우리들이 먼저 제안했던 방송물재전송서비스 규정 적용이라는 협상 기준을 갑자기 버리고, 국내 모든 OTT사업자에게 2.5% 요율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방송사용료 매년 낮아지자 다른 수익원에 눈독

뒤늦게 OTT 음원저작권료가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은 2019년부터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방송사용료’ 징수금액을 국내 OTT사로부터 채우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실제 음저협 자료실에 공개한 2019년 징수금액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방송사용료 징수금액은 390억원으로 전 년도 대비 14.6% 감소했다. 자료에서는 그 이유로 “방송 사용료 징수금액 감소의 원인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축소로 인한 전체 매출액 감소와 OTT시장 확대에 따른 이용자들의 콘텐트 이용 형태의 변화”로 분석했다. 또 이후 새로운 OTT사의 징수금액을 늘릴 계획을 밝혔다. 음저협은 징수금액이 2015년 1425억원, 2016년 1474억원, 2017년 1768억원, 2018년 2034억원, 2019년 2208억원으로 매년 늘었으나, 방송 사용료 징수금액은 이례적으로 감소했다.

OTT음대협 관계자는 “연간 2000억원을 징수하는 큰 단체다보니 2016년 당시엔 국내 OTT사의 수수료는 비교적 소액이라 눈에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기존 방송사의 수수료가 줄어들면서 갑자기 OTT사로 눈길을 돌려 징수금액을 높인 행태”라고 말했다.

또 “음악테이프가 카세트에서만 틀어지다가, 워크맨이 생기고 더 많이 틀어진다고 해서 음악테이프 가격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기존 기준보다 배로 징수금을 내라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현재 음저협은 국내 토종 OTT사들의 징수금액 기준을 총 매출액 2.5%로 세우고, 이를 문체부에 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56호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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