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시승기 |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성공한 변종, 왜건에 SUV 더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 전환 통해 친환경 강화… 판매가 5330만~5940만원

▎ 사진:볼보코리아
성공한 변종, 혹은 진화. 볼보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왜건을 섞은 중형 크로스오버차량 V60 크로스컨트리를 지난 8월 새로 내놨다. 1990년대 후반 나왔던 올로드콰트로(아우디), 올터레인(메르세데스-벤츠), 올트랙(폭스바겐) 등 ‘변종 왜건’이 도심형 SUV에 밀려 사라지는 동안 크로스컨트리는 살아남았고, 볼보는 이제 V60 크로스 컨트리를 국내 시장 공략의 중심에 세웠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왜건 지옥’인 국내 시장에서 세단도 SUV도 되지 못했던 크로스오버들과 달리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이면서 SUV인 차로 올라섰다”고 자평했다.

실제 V60 크로스컨트리는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72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소형 SUV XC40 판매량(2291대)의 75% 수준으로, 볼보코리아 전체 상품군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동급 SUV인 XC60보다 넓은 트렁크 용량(529ℓ)에도 낮은 차고가 주는 주행성능이 최근 외부활동 증가 트렌드에 편승했다. 볼보는 여기에 V60 크로스컨트리 심장을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바꾸는 실험을 더했다. 변종 왜건에 친환경까지 얹었다는 ‘V60 크로스컨트리 B5’를 만나 충남 태안 아일랜드리솜에서 알베로 241까지 약 50㎞를 달렸다.

코너선 세단이었다가 요철에선 SUV로


▎ 사진:볼보코리아
V60 크로스컨트리는 외관부터 강렬했다. 심심해 보이는 왜건보다 다부졌고, 투실투실한 도심형 SUV보다 날렵했다. 트렁크가 뒤로 뻗어 짐차 성격이 강한 왜건이 SUV의 특징을 흡수해 전고는 낮고 차체는 높아 땅에서 솟은 동시에 앞뒤로 뻗은 외형이 되면서다. 수치상 V60 크로스컨트리 최저지상고는 왜건 V60보다 60㎜ 높은 210㎜로 동급 SUV XC60 최저지상고와 유사하다. 왜건의 실용은 챙기면서 험한 길도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차 한 대에 담긴 셈이다. 덕분에 범퍼 하단을 플라스틱으로 둘러 오프로드 주행에 대비한 SUV 디자인도 들어갔다.

운전석에 앉자 변종 왜건의 정체성은 명확해졌다. 시트가 몸에 딱 달라붙었고, 시트 포지션은 땅으로 내려앉았다. 전고가 높은 만큼 확 트인 전방 시야는 SUV와 비슷했지만, 주행 상황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은 세단에 가까웠다. 땅에서 차체까지의 높이가 높더라도, 전고가 낮아 무게 중심이 SUV보다 아래에 있는 덕이었다.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승차감은 부드러웠다. 노면 요철을 SUV처럼 넘다가도 코너 구간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시에는 세단이 됐다.

특히 볼보가 친환경에 발맞춰 새로 얹은 파워트레인 ‘B5’는 신형 V60 크로스컨트리 주행성능 핵심이 됐다. B5는 볼보가 이른바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으로 낸 신형 파워트레인으로 배터리 기반 컨버터가 엔진 출력을 보조, 응답성과 연비가 개선됐다. 볼보에 따르면 B5는 V60 크로스컨트리에 장착됐던 가솔린 엔진 ‘T5’ 대비 10% 연비 개선과 CO2 배출량 감소(㎞당 7g) 효과를 갖췄다. 앞서 볼보는 B5를 시작으로 차량 전동화를 실행해 내연기관 전용 차 생산을 중단,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순제로(0)인 기후중립 실현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 B5는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m의 가솔린 엔진에 48V 추가 배터리와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BSG), 컨버터가 통합된 형태로 차량의 주행 응답성을 높였다. 48V 배터리와 컨버터가 14마력의 출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V60 크로스컨트리는 가속페달을 밟은 순간 곧바로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치고 나갔다. B5에 포함된 첨단 운동 에너지 회수 시스템(회생 제동 시스템)은 제동에도 힘을 발휘했다. 감속 시 배터리를 충전하는 회생 제동 시스템이 개입하는 덕에 V60 크로스컨트리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부드럽게 속도를 줄였다.

주행 성능이 좋은 만큼 주행 감성도 높았다. 배터리와 모터가 더해졌지만, 공차중량은 1850㎏으로 이전 T5 모델 대비 10kg 늘어나는 데 그쳤다. 8단 자동변속기는 가속 시 알맞게 맞물렸고, 차체는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의 움직임과 페달을 밟은 발의 강도에 정확히 반응했다. 후륜에 트럭이나 화물차에 쓰는 철판 탄성 기반의 리프 스프링 방식의 서스펜션을 썼음에도 충격 흡수가 안정적이었다. 다만 차량 하부에서 다소 소음이 올라왔다. 스탑 앤 고 시스템으로 인한 재시동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나, 접지력 높은 타이어의 구르는 소리가 컸다.

“알아서 달린다” 주행 편의 장치 대거 창작

V60 크로스컨트리는 주행 편의 장치도 두루 갖췄다. 주행 보조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파일럿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파일럿 어시스트를 켜고 차량 속도를 설정하면 스티어링 휠을 손에서 놓아도 차량은 실시간으로 차선을 감지해 자동으로 운전대를 돌린다. 좌우로 계속 갈팡질팡하지 않고 V60 크로스컨트리는 진로가 많이 틀어졌을 때도 두 번 안에 차로 중앙에 되돌려 놓았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이제 변종보단 개량, 혹은 진화라는 표현이 적합해졌다. ‘크로스오버’를 여전히 내놓고 있다는 도전 정신에 맞춰졌던 초점이 섬세한 만듦새와 첨단 전자장비로 이루어낸 완성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도심에서는 SUV가 진입할 수 없는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고, 주말 비포장도로까지 섭렵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10.6㎞/ℓ(도심 9.4㎞/ℓ, 고속 12.7㎞/ℓ)다. 정지상태에서 100㎞/h 가속은 6.9초, 최고속도는 안전제한속도 180㎞/h다. 판매 가격은 B5 AWD 5330만원, B5 AWD Pro 5940만원으로 책정됐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61호 (2020.11.3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