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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비하인드 스토리(3) 올리브영의 ‘웨이크메이크’] 마스크로 가려진 입술, 대신 눈 화장 노렸다 

 

‘립(Lip)’→‘아이(eye)’ 뷰티 트렌드 재빨리 반영... 해외 시장 확대 관건

▎웨이크메이크가 코로나19 이후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아이 메이크업 제품. / 사진:CJ올리브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화장품 소비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입술부터 볼, 눈까지 얼굴 전체를 생기 있게 꾸미는 색조화장품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마스크가 일상화된 지금은 마스크로 가려진 입술 화장보다는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 화장 중심의 제품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뷰티 트렌드가 ‘립(Lip)’ 중심에서 ‘아이(eye)’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CJ올리브영의 메이크업 PB브랜드 ‘웨이크메이크(WAKEMAKE)’는 이 같은 소비 흐름에 맞춰 브랜드 전략을 아이 메이크업 상품에 맞추면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애초 웨이크메이크는 SNS상에서 ‘지워지지 않는 립스틱’ ‘립페인트’ 등 립 제품으로 유명세를 탄 브랜드였다. 웨이크메이크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을 보면, 지난 4월 9일 게시물 기준으로 이전 게시물은 대부분이 립 제품 홍보 사진이었지만 이후 게시물은 아이 메이크업 홍보 사진이 주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다른 브랜드 SNS 화면처럼 보일 정도로 주력 제품이 확연히 바뀌었다.

매장 포화상태, 신동력으로 PB브랜드 개발


▎코로나19 전, 립 제품을 중심으로 홍보하던 웨이크메이크 공식 SNS 화면. / 사진:코로나19 전, 립 제품을 중심으로 홍보하던 웨이크메이크 공식 SNS 화면.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웨이크메이크는 지난 5월 올리브영 온라인몰을 통해 아이섀도우 제품인 ‘무드스타일러’를 출시하는 등 아이 메이크업 공략 전략으로 나섰는데, 10월 한 달 간 웨이크메이크 전체 매출 중 아이 메이크업 매출 비중이 12%포인트 상승했다. 감소한 립스틱 매출을 채운 것이다. 변신은 사람만의 몫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브랜드 모습으로 변신을 꾀한 CJ올리브영의 PB브랜드 ‘웨이크메이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봤다.

웨이크메이크는 2015년 7월 선보인 셀프 스타일링 메이크업 브랜드다. 당시 브랜드 슬로건은 당신만의 색상을 깨우고 당신만의 순간을 만들라는 의미의 ‘Wake your color! Make your scene!’으로, 제품마다 강렬한 색상을 지닌 것이 특징이었다. 주요 제품은 화려한 색상을 선보일 수 있는 립 제품들이었다. 브랜드 런칭 당시 립스틱·글로스·틴트·립밤 등 다양한 제형의 립 제품을 동시에 출시했다.

CJ올리브영 마케팅 관계자에 따르면 웨이크메이크는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50%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CJ올리브영의 대표 PB브랜드로 성장했다. 사실 CJ올리브영은 다양한 PB브랜드 출시에 적극적이었다. 2011년 출시한 색조 브랜드 엘르걸을 시작으로 보타닉힐 보, XTM, 라운드어라운드 등이 등장했다. 2015년 웨이크메이크를 출시하면서 상품 소싱 노하우와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된 자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런칭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CJ올리브영이 PB브랜드를 개발하는 데에는 타 브랜드 매장과 차별성을 갖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국내 최대 점포 수를 확보하면서 포화상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전략이 깔려있다. 올리브영 매장 수는 2017년 1074개, 2018년 1198개, 2019년 1246개, 2020년 4월 기준으로 1260개에 다다른다. 과거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면서 성장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PB브랜드 사업으로 멈춰버린 점포 운영 수익에 성장세를 더하고자 한 것이다.

CJ올리브영 PB브랜드들의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웨이크메이크는 2018년 대만의 대형 뷰티숍인 ‘코스메드’에 입점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은 동남아시아 최대 유통기업인 데어리팜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데어리팜 그룹에는 싱가포르·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1만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뷰티 스토어 ‘가디언’이 속해 있다. 협약 이후 CJ올리브영 PB브랜드 웨이크메이크를 비롯해 보타닉힐 보, 라운드어라운드, 브링그린 등이 싱가포르 가디언 매장 35개에 입점했다.

해외 반응은 좋았다. 싱가포르 가디언에 입점한 웨이크메이크는 입점한지 한 달 만에 색조 카테고리 부문에서 매출 7위를 기록했다. 또 웨이크메이크는 지난해 일본 매장 라쿠텐에도 입점했다. 해외 소비자 타깃은 면세점으로도 이어졌다. 현재 웨이크메이크는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PB브랜드로는 가격 다소 비싼 편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시장 확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가디언 입점을 발판으로 아시아 판로를 넓히려는 계획은 싱가포르 가디언 입점 후 멈추었다.

업계 시선도 갈린다. ‘올리브영 MD들이 기획한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 품질이 비교적 좋고, 최신 유행하는 색상 제품을 빠르게 선보인다’는 평가와 ‘제품은 좋지만 가격은 착하지 않다’는 평가로 나뉜다. 실제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아이메이크업 제품을 살펴보면 웨이크메이크는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높다. 11월 26일 기준 올리브영 온라인몰 아이섀도 제품 가격을 보면 타사 브랜드는 페라페라 1만9000원, 롬앤 1만3600원, 클리오 2만2400원(세일가격)인데, 웨이크메이크의 무드스타일러는 2만8000원이다.

뷰티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품질이 좋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했지만, PB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비싼 가격이다. 타 브랜드 제품과 달리 수수료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낮게 설계되어야 한다. 올리브영이 PB브랜드를 많이 운영하지만 대놓고 PB브랜드라고 홍보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가 PB제품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비싼 가격 그대로 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PB제품군을 계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는 메이크업 보조제품인 소품, 기구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 ‘필리밀리’를 런칭했다. 화장 소품 카테고리가 계속해서 성장하자 ‘올리브영’이라는 동명의 자체 브랜드를 통해 판매해온 화장 소품을 10년 만에 리뉴얼 해 필리밀리라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1564호 (202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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