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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반드시 이기겠다는 근성 필요” 

 

시장 급변하는 올해가 성장 기회… 온·오프 협업 강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사진:신세계그룹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하기 위해서는 ‘원 팀, 원 컴퍼니(One Team, One Company)’가 돼야 한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 관계사와 부서 간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해 달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2021년 신년사를 관통하는 경영전략 키워드는 ‘협업’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화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신세계그룹이 특히 힘써야 할 부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의 협업이라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1월 4일 신년사를 통해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리테일 시장의 온라인 전이가 최소 3년 이상 앞당겨졌다. 고객은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했고, 여기서 얻게 된 안전과 편리함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강조한 것이 고객 중심의 경영, 원활한 소통과 협업, 다양성 추구였다.

협업이 특히 중요하게 해석되는 것은 신세계그룹의 경영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의 기반인 오프라인 사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커가는 SSG닷컴의 온라인 사업을 더해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삼기 위해 이미 일상생활이 된 온라인쇼핑 사업을 키워야 하는 측면도 있다. 이는 “다른 생각, 다른 경험, 다른 전문성과 사고방식을 가진 인재를 받아들이고 융합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이마트는 식품 매장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공간이 넉넉했던 비식품 매장 일부를 SSG닷컴 배송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면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키웠다. 이마트는 전국 110여 개 매장 점포에 피킹앤드패킹(PP)센터를 구축해 당일배송에 대응하고 있다. 이마트 PP는 이마트와 SSG닷컴 등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일종의 물류센터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SSG닷컴은 지난해 12월 이마트 성수점과 서수원점 두 곳에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해당 점포의 지정된 장소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매장 픽업 서비스’를 신설하기도 했다. SSG닷컴에 입력된 주소지가 이마트 성수점과 서수원점 부근일 경우 ‘쓱배송’ 상품만 매장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마트와 SSG닷컴 협업의 사례다.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관성 버려라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 임직원들에게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 달라”고도 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경쟁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해가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실제 이마트의 연결기준 사업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로 곤욕을 치렀음에도 전년과 비슷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6조3065억원, 영업이익은 1522억원.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액, 영업이익 각각 14조2296억원, 1606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의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늘고 영업이익도 73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숫자로만 보면 신세계그룹이 지지 않은 싸움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라는 악조건과 온라인 쇼핑 경쟁사들의 공세를 버티면서 이뤄낸 결과임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변화와 성장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세계그룹의 선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프라인 사업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온라인 사업 확대 등 발 빠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3분기 신세계그룹 관계사들의 별도기준 실적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11.1% 증가했다. 지난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는 매출액이 27.9%, 영업이익은 8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SSG닷컴은영업손실을 204억원 줄이며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른 경험, 다른 사고방식으로 성장 모색

유통업계 일각에선 신세계의 ‘다름’을 추구하려는 노력에 대해 형식적인 수사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성장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과거의 경영 전략만을 고수해선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SSG닷컴의 거래액은 3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쿠팡(17조771억원)이나 이베이코리아(16조9772억원)의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 절대강자처럼 보였던 쿠팡도 네이버(20조9249억원)의 등장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다. 네이버가 CJ와 포괄적 제휴를 맺고 국내 물류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과 협업해 ‘풀필먼트 서비스(포장·배송·관리를 모두 처리해주는 시스템)’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온라인 쇼핑 사업자의 서열이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신세계 입장에서 문제는 대형마트에만 집중된 규제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한다.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 영업시간도 제한받는다. 이 법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취지로 2012년부터 시행됐지만, 온라인쇼핑이 보편화된 지금도 대형마트만 규제를 받고 있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을 통한 배송도 할 수 없다. 이마트가 110여 개 매장을 두고 사실상 전국 영업망을 구축했으면서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다. 다만 서울 등 국한된 지역에서만, 김포에 있는 SSG닷컴 물류센터를 통해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쇼핑 업체들과 비교하면 불공정한 규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중소유통업자의 피해 예상, 지역 상인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규제 속에서도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당장 내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전략으로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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