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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손경식 CJ그룹 회장] “패러다임 시프트 통한 일류기업 도약” 

 

‘초격차 역량’ 확보 강조… 9개 계열사 대표 전격 교체 효과 나오나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 회의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전 사업 영역에서의 철저한 체질 개선을 통해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뤄내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신축년을 맞은 CJ그룹의 각오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1월 4일 발표한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그룹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그룹의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격변하는 경영환경 극복을 위해서는 “2021년을 최고 인재, 초격차 역량 확보와 미래성장기반을 강화하는 혁신 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고,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으로 CJ그룹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그룹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과 콘텐트 부문 모두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외식사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CJ푸드빌은 상반기 매출이 2915억원에 그쳐 전년보다 27.7%나 줄었다. 투썸플레이스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외식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대면에 식품·택배 웃었지만 유통·콘텐트 직격탄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비비고 만두’를 필두로 한 글로벌 식품 매출이 세 분기 연속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 사진:CJ제일제당
CJ ENM과 CGV 등 콘텐트 관련 계열사도 마찬가지로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지난해 1~3분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334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9% 감소했고, 공연 시장도 823억원 규모나 축소됐다. 음악 분야도 K팝의 글로벌 확산세가 주춤거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CJ그룹은 지난해 말 제일제당과 대한통운·ENM·CGV 등 계열사 9곳의 대표를 모두 교체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CJ그룹은 2019년 ‘비상 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M&A를 추진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된 탓에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은 현금 확보를 위해 2019년 말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도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부터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혁신성장에 주력한 결과, 글로벌 위기 상황에도 꾸준한 성과를 냈다”며 “위기에도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 R&D 투자 및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식품과 물류 부문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외식과 외부 활동이 줄어들며 가정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자 가정간편식과 같은 CJ제일제당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그 결과 CJ제일제당의 2020년 3분기 매출(대한통운 제외)은 전년 동기 대비 8.8% 늘어난 3조7484억원, 영업이익은 72.2% 증가한 3117억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 감소와 더불어 높은 영업이익 성장으로 순이익은 590.7% 증가한 1627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에서도 식품사업 부문은 지난해 대비 7.4% 증가한 2조38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햇반과 만두, 김치를 제외한 HMR 매출이 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비비고 만두’가 단일 품목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도 성장세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글로벌 식품 매출이 13% 늘어난 1조204억원을 달성하며 세 분기 연속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식품부문에서 해외 비중 추이도 2019년 40% 수준에서 지난해 46%로 확대됐다. 올해 CJ제일제당은 2018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슈완스’ 안착에 큰 기대를 건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점점 늘어나면서 냉동식품과 밀키트 등의 수요가 커지는 데 주목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택배 물량이 증가하며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CJ대한통운은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7조9398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23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새해에도 비대면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물류 사업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CJ대한통운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류 수용 인프라를 키우고 있다.

지난 2018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곤지암 메가 허브(Mega-Hub) 터미널을 오픈·운영 중인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1460억원을 투입해 ‘택배 MP(Multi Point, 지역분류시설) 설비’ 구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택배MP는 소형 상품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배송지역별로 자동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콘텐트 부활은 당면 과제가 됐다. 콘텐트 분야에 있어서는 ‘미디어커머스’시장에 도전한다. 늘어나고 있는 영상 콘텐트 수요에 맞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CJ ENM은 올 1분기 미디어커머스 관련 사업부를 분사시켜 사업 확장에 나선다. 영상 콘텐트를 제작하는 다다스튜디오를 별도 법인으로 꾸릴 예정이다.

물류·수송 인프라 대규모 투자 예고

CJ그룹은 올 한해 ‘패러다임 시프트 경영방침’을 전사 차원에서 공유하고, 실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온리원(Only One) 정신’에 기반한 혁신성장을 통해 ‘파괴적 혁신’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초격차 핵심 역량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사가 넘보지 못할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고 인재를 육성, 확보하고 도전과 혁신의 글로벌 일류문화 정착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손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넘어 그룹이 성장하는데 임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모든 임직원이 의지와 절실함,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서 최고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CJ그룹의 역사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의 역사였다”며 “체질 개선을 통해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며 꾸준히 전진한다면 반드시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568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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