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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1- 안 보였지만 눈여겨봐야 하는 차이나] CES가 발표한 기술 트렌드, 中에선 상업화 단계 진입 

 

원격진료·인공지능 분야서 혁신 돋보여… 레노버, 하이센스 등은 기술력 뽐내

▎Fisher Yu 하이센스 부사장이 CES 2021에서 4K Trichroma 레이저 TV 등을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 사진:CES
매년 1월 초면 전 세계의 시선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집중된다. 각국의 첨단기업이 보여주는 혁신을 보기 위해서다. 사실 그동안 CES는 미국, 유럽 국가들의 잔치였다. 중국 기업은 사실 변방에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중국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혁신보다 제품 모방에 대한 측면이 강했다. 실제로도 당시 애플 제품을 생산하던 중국 선전(深圳) 지역을 중심으로 모양만 흉내 낸 샨자이(山寨, 모조품의 의미)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던 상황이 최근 약 5~6년간 극적으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중국은 어느 순간부터 인공지능·5G·로봇·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모방을 넘어 선도하는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CES 2018에서 중국기업 화웨이, 바이두의 임원이 기조연설을 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2020년 대비 85% 감소한 200여 기업 참여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서 CES가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선택했다. 홍보 효과 감소가 예상되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한 탓에 CES 2021에는 예년보다 참여 기업 수가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특히 중국 기업은 2020년 대비 85%가 감소한 202개 기업만 참여했다. 최근 몇 년간 알리바바·바이두·샤오미 등이 불참을 선언했고, 올해 화웨이도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기업들은 불참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중 갈등 심화가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올해 참여한 중국의 대표 기업은 레노보(Lenovo), 하이센스(Hisense), TCL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북미 시장에 대한 비중이 작지 않아 CES에 단골로 참석하고 있다.

그동안 CES 내 중국 기업의 선전은 놀라웠다. 10년 전인 2011년 400개에 불과하던 중국 기업 참여 수가 5년이 지난 2016년부터는 많이 증가하여 매년 평균 1300여 개가 넘었다. 한때는 중국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다 보니 ‘China Electric Show’라고 불릴 정도였다.

중국 기업이 CES를 선호했던 이유는 훌륭한 홍보의 장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에서는 CES 참여 비용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평가했다. 2018년에는 무려 1551개의 중국 기업이 참여했다. 2019년에는 참여 기업 수가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당시 참여한 중국 대기업이 부스 면적을 크게 늘리면서 공간이 부족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CES 2021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선보였다. 참여 분야는 스마트홈·모바일·웨어러블·홈오피스·센서·AI·디지털헬스 등의 비중이 높았다.

레노보는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 비율이 높아진 트렌드에 맞춰 최고 수준 사양의 노트북 PC를 선보였다. 리전 슬림7, 리전5 프로로 명명되는 이들 제품은 AMD 라이젠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30 시리즈의 그래픽 칩세트의 조합을 통해 최상의 퍼포먼스를 가능케 했다.

이어 하이센스는 4K 스마트 Trichroma 레이저 TV를 선보였다. 색조의 정확성이 더욱 정확해졌고, 동적 재생능력이 뛰어난 편으로 알려진다. 또한 1.1인치 두께의 Sonic One이라는 초박형 TV도 선보였다. 얇지만 이미지 처리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4K의 해상도를 구현해냈다.

가전업체 TCL은 CES에서 롤러블 스마트폰과 미니 LED TV, 5G 스마트폰 등을 공개했다. TCL은 2019년에 이미 8인치 사이즈의 미니 LED TV를 선보인 바 있다. 금번에 공개한 제품은 ‘OD 제로 미니 LED’라는 기술을 채용했다. 명암비와 휘도가 크게 향상했다. 또한 17인치 사이즈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 제품 정보와 출시 일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 가전업체들이 선보인 TV 제품 포트폴리오는 삼성, LG 등 국내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밖에 샤오미 생태계에 속해 있는 이라이트(yeelight)가 홈코노미 관련 Smart LED 조명 등을 선보였으며, Amazfit은 스마트워치 GTS·GTR 시리즈를 출시하였다.

CES 2021에 충격을 줄 만한 혁신 기술과 제품 가운데 중국 기업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대다수 불참한 탓에, 주목도가 크게 낮아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중 간 분쟁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한자리에서 마주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알리바바·바이두·샤오미·화웨이 불참

한편 CES 2021을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향후 혁신 기술 트렌드로 원격진료·사물지능·증강현실·5G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인해 병원에 직접 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집에서 각종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형태의 원격 진료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물지능은 디바이스별로 인공지능이 접목된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데이터 처리를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도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증강현실에서는 최근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콘텐츠를 활용하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5G는 수년째 진행형이지만 모든 사물 간의 연결을 가속화 하는 매개체이자 통신 방식으로 여전히 다가오는 미래의 핵심 기술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상기 분야가 이미 중국 내에서는 상업화 단계로 진입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중 원격진료는 핑안그룹·알리바바·징둥닷컴이 2020년 한 해 동안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등 기업들이 각종 디바이스와 앱 등을 통해서 수집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5G 통신기술은 중국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CES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중국기업의 혁신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 전문연구원

1569호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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