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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2) 美 상장신고서 분석 ‘베일 벗은 쿠팡’] 김범석,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질문 사회 꿈꾸다 

 

美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신고서 제출… 쿠팡의 미발표 현재 담겨있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2월 12일(현지시간)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심사를 위해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신고서(S-1)을 제출했습니다. 200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쿠팡의 현재를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2010년 쿠팡이 설립된 이후 처음으로 쿠팡의 사업 내용과 실적 및 인프라 구성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쿠팡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눠져 있습니다. 미국 국적의 창업가가 설립한 미국 회사가 한국에서 사업을 성장시켜 미국에서 상장을 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쿠팡 직원의 과로사 논란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물류 센터 건설 및 5만 개가 넘는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쿠팡은 한국의 이커머스 분야에 경쟁과 혁신을 불러오는 역할을 했습니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쿠팡의 현재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상장신고서를 분석했습니다. 쿠팡 창업가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쿠팡의 미션은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고 말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전통적인 쇼핑방식에서 오는 고객의 모순된 경험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창업가 레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편집자 주]


“2020년 12월 31일 현재 쿠팡은 100개 이상의 풀필먼트 및 물류 센터를 30개 이상의 도시에 마련했고, 총면적은 2500만 평방피트(약 70만4000여 평)다. 이곳에서 4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배송 업무를 하고 있고, 매일 수백만 개의 물품을 처리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국내 2위의 B2C 물류 회사다.”

쿠팡은 설립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34억 달러(약 3조7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쿠팡이 발표한 공식적인 투자사는 소프트뱅크(10억 달러), 비전펀드(20억 달러), 블랙록(3억 달러), 세퀴아캐피탈(1억 달러) 등이다. 쿠팡은 이 돈을 물류센터 및 배송 인프라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30여개 도시에 100개 넘는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축구장 400개 규모다.

한국 2위 규모 물류 인프라, 누적 적자액 4조원


곳곳에 설치된 물류센터로 로켓배송은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됐다. 한국 인구의 70%(약 3600만명)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7마일(약 11㎞)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3600만명이 살고 있는 것이다.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인력은 1만5000여 명 이상으로 확대됐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은 4만명 이상이다. 고객서비스센터는 2곳을 운영하고 있고, 20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쿠팡이 현재 운영하는 한국 사무실은 15개. 이외에도 베이징·로스앤젤레스·시애틀·실리콘밸리·상하이·선전 등 해외 7개 도시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2018년 10억9800만 달러, 2019년 6억9900만 달러, 2020년 4억7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 12월 31일 현재 누적 적자는 41억1800만 달러(약 4조5500억원)다.”

쿠팡은 설립 이후 흑자를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나마 매년 적자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게 청신호다. 2018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지만 2년 만에 5200억원 규모로 줄였다. 이와 함께 쿠팡의 매출액이 매년 급상승하고 있다. 2018년 매출은 40억5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62억7300만 달러, 2020년에는 119억6700만 달러 (약 13조2000억원)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또 하나의 청신호는 활성 사용자 수가 2018년 920만명, 2019년 1180만명, 지난해에는 1480만명으로 25.9%가 증가했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고객당 순이익도 2018년 127달러(약 14만원), 2019년 161달러(약 17만8000원)에서 2020년 256달러(약 28만3000원)로 상승했다. 매월 2900원을 내면 무료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로켓와우 가입자는 470만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32%를 차지했다.

차등의결권 확보 위해 뉴욕증권거래소 택했나?


“우리는 Class A와 Class B 두 종류의 보통주를 보유할 것이다. Class A는 주당 1표, Class B는 주당 29표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쿠팡의 상장신고서에는 상장 주식 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는다. 김범석 의장이 쿠팡 지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상장신고서에서 밝혀진 것은 이번 상장을 통해 쿠팡은 클래스 A와 클래스 B 두 종류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것이다.

이슈가 된 것은 김범석 의장이 전부 소유하게 될 클래스 B다. 클래스 A는 1주당 1 의결권을 가지고 있지만, 클래스 B는 1주당 29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지분 2%만 가지고 있어도 58%의 주식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증여나 매각 등의 소유권을 변경할 때는 클래스 B도 1주당 1 의결권을 가지는 클래스 A로 전환하게 된다. 차등의결권이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미국을 포함해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정되지 않기에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도 차등의 결권 제도가 포함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됐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해 1주당 10 의결권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신고서를 통해 나온 또 다른 이슈는 쿠팡의 배송 관련 직무를 하는 프런트 라인 직원들에게 부여할 6570만3982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 선택권)이다. 스톡옵션 행사 가격도 1주당 1.95달러(약 2100원)이다. 스톡옵션은 회사 주식을 시가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쿠팡은 1000억원 규모의 쿠팡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쿠팡과 자회사에서 일하는 쿠팡 배송직원과 물류센터 근무 직원이 대상이다. 대상자는 4만5000~5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주식을 받은 날로부터 1년을 근무하면 50%를, 2년을 채워 근무하면 나머지 50%를 받게 된다.

주주배당 정책도 이번에 밝혀졌다. 쿠팡은 “사업의 발전과 확대를 위해서 투자를 위한 자금과 미래 수익을 보유할 계획이다. 가까운 미래에 주주에게 현금 배당을 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상장신고서에 밝혔다.

쿠팡은 미국·중국·싱가포르·한국에 세금을 낸다?

“우리는 사업을 해외로 확장할 수 있고, 그게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다. 만일 실패하면 사업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쿠팡의 한계로 지적되는 게 국내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가장 큰 차이가 바로 해외 진출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쿠팡은 상장신고서에서 이를 원론적으로 밝힌 것이다. 다만 시기나, 대상 국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쿠팡의 해외 진출 여부가 중요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 쿠팡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비교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아마존이 흑자를 처음 기록했던 2000년대 초반 전체 소매 시장 대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2020년 한국의 소매 시장에서 이커머스 점유율은 34%나 된다. 통계청과 한국체인스토어 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61조1000억원이다.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지만, 성장률은 2018년 20.3%, 2019년 19.4%, 2020년 19.1%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한계선에 올라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미국, 한국, 중국, 싱가포르에서 세금을 낸다.”

쿠팡은 상장신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4개국에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4월부터 시작한 로켓직구 서비스와 지난해 쿠팡이 인수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 ‘훅(HOOQ)’ 인수 때문이다.

로켓직구는 로켓와우 회원은 무료 배송이고, 일반 회원은 2만9800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배송이다. 건강식품부터 도서 등 12개 카테고리의 570만여 상품을 이용할 수 있고, 쿠페이를 포함한 모든 결제수단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TV의 경우 배송부터 설치까지 무료로 진행한다고 강조한다.

처음 로켓직구를 시작할 때는 미국에 있는 ‘쿠팡 글로벌 LLC’를 통해 물류 창고와 현지 상품을 소싱했다. 이후 지난해 말 로켓직구 서비스를 중국으로 확대했다. ‘쿠팡상해무역유한회사’를 설립해 중국 현지 상품 소싱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훅(Hooq)’을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쿠팡플레이’ 론칭으로 훅을 인수한 이유가 밝혀졌다. 쿠팡의 구독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 클럽 가입자에게 무료로 동영상 콘텐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1573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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